원전 전문가들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미래 에너지 공급원”

이연재
2022년 08월 29일 오후 7:59 업데이트: 2022년 08월 29일 오후 9:04

10년 후 세계 원자력 시장을 소형모듈원자로(SMR)가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차세대 SMR의 전략적 추진을 위해 국회·산업계·학계·연구계가 한자리에 모였다.

29일 ‘미래 차세대 소형원자로(SMR) 비전’이라는 주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번 세미나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 에포크타임스

박성중 의원은 축사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원자력 강국들이 미래 원전시장과 첨단 전략기술 확보를 위해 원자력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한국도 정부와 국회, 산업계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우리가 가진 세계적 수준의 원자력 기술과 산업 역량을 바탕으로 미래 원전 강국이 되기 위해 국가 차원의 포괄적인 비전과 전략이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세미나에서 제기된 의견을 동료 의원들과 공유해 의미 있는 지원책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미래의 에너지 공급원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실현과 에너지 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SMR을 제시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에서 SMR 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소형 원자로로 전기출력이 300MWe 이하인 원자로를 말한다.

이종화 GS 건설 상무는 “한국은 약 93%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어 다른 나라보다 에너지 안보가 시급하다”며 “SMR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SMR은 기존 대형 원전이 갖고 있는 안전성과 건설비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맞춰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도 갖추고 있다”며 “SMR은 신재생에너지와 대형원전의 기술적·환경적·경제적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미래의 에너지 공급원”이라고 밝혔다.

이 상무는 “특히 기술의 사업화가 R&D의 최종 목표가 될 수 있도록 산업계·학계·연구계가 협력할 수 있는 제도와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MR 실증로 건설을 위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및 원전 부지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영국 원자력연구소는 2016년 발간된 보고서를 통해 2035년까지 전 세계에서 65~85GW 규모의 소형모듈원자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종화 GS 건설 상무(좌)와 백종혁 한국원자력연구원 미래전랙본부 본부장(우) | 에포크타임스

궁극의 원전, 4세대 소형모듈원자로

4세대 원자로는 첫 상업용 원자로(1세대)와 현재 운영 중인 2, 3세대 원자로를 잇는 차세대 원자로다. 기존 원자로에서 쓰이는 중성자보다 빠른 중성자를 사용해 흔히 고속로로 불린다.

고속중성자를 우라늄에 쏘아 플루토늄으로 만들고, 여기서 다시 발생한 중성자가 같은 작업을 반복하면 우라늄 효율이 기존 원자로보다 100배 이상 증가한다. 연료 효율은 더 높고, 핵폐기물은 더 적고, 경제성을 갖춰야 하며, 무엇보다 안전해야 4세대 원자로로 인정된다.

백종혁 한국원자력연구원 미래전략본부 본부장에 따르면 2001년 설립된 4세대 원전 국제 협의체(GIF)는 전 세계 공모를 통해 130여 종의 미래형 원자로 후보를 모았다. 그리고 엄격한 기술 검토를 거쳐 소듐냉각고속로(SFR), 초고온가스로(VHTR), 납냉각고속로(LFR), 용융염원자로(MSR), 초임계압수냉각로(SCWR), 가스냉각고속로(GFR) 등 6개 원자로만 이들 기준을 만족하는 4세대로 규정했다. GIF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캐나다, 프랑스, 영국, 중국, 일본 등 14개국 원전 전문가들로 이뤄진 국제단체다.

소듐냉각고속로는 4세대 선두주자로 꼽힌다. 나트륨을 냉각재로 활용하는 기술인데, 원자력계에서는 현재 가동 중인 3세대 원전에 비해 안전성과 경제성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 본부장은 “한국은 시스템 협약을 통해 소듐냉각고속로와 초고온가스로 공동연구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소듐냉각고속로를 연구해 2020년에 개발을 완료했다”며 “다만 전기 생산용이 아니라 가동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태워 없애기 위한 소각용으로 설계됐다. 이론적인 수준에서 설계는 완료했다”고 말했다.

2020년 4월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300억 원을 지원받아 소각용으로 개발한 소듐냉각고속로를 발전용으로 전환한 4세대 원자로인 ‘살루스(SALUS)’ 연구를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4세대 중에서도 용융염원자로를 ‘궁극의 원전’으로 꼽는다. 용융염원자로는 액체 핵연료인 용용염을 써서 외부에 누출돼도 바로 굳어버려 중대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백 본부장은 “(한국은) 옵서버(참관인) 자격으로 용융염원자로를 연구·협력하고 있다”며 “원자력연구원이 삼성중공업과 선박 전원을 MSR로 공급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2030년대 중반에는 4세대 원자로를 300MW 이하 SMR로 짓는 차세대 원전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세대 SMR 지원 위한 특별법 제정 필요

이날 세미나에서는 SMR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차세대 SMR은 전력생산뿐만 아니라 수소 및 공정열 생산, 해양 및 우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울러 SMR 관련 사전 인허가 검토 제도 도입을 위한 원자력 안전법의 개정 필요성도 제기됐다.

문 교수는 특별법 제정 필요성과 관련, 현재 미국 의회의 선진원자로 ‘입법 3축’ 즉, ▲원자력 혁신 역량 강화법(Nuclear Energy Innovation Capabilities Act) ▲원자력 혁신 및 현대화법(Nuclear Energy Innovation and Modernization Act) ▲에너지법 2020(The Energy Act of 2020)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 역시 R&D, 규제 선진화, 핵연료주기 인프라 구축, 예사 지원 근거 등을 포함하는 특별법 제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세대 SMR의 효율적인 인허가를 위해 규제기관과 사전에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원자력 안전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현재 캐나다와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전 안전성 검토(심사) 제도를 국내에서도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차세대 SMR은 ‘정부 주도, 개발자 중심’의 기술개발보다 ‘민간 주도, 수요자 중심’의 기술개발이 적합한 만큼 민간 주도의 개발을 위한 지원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