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中 개도국 지위 박탈로 무역 정상화 기대”

올리비아 리(Olivia Li)
2023년 04월 6일 오후 1:44 업데이트: 2023년 04월 6일 오후 1:44

중국 공산당 정권(CCP)이 국제 사회에서 기만적인 무역 관행을 계속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하원이 중국의 개발도상국 지위 박탈을 추진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미 하원은 중국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박탈하는 법안을 415대 0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법안은 미 국무부가 국제기구에서 중국을 ‘고소득 국가’나 ‘중상위 소득 국가’ 또는 ‘선진국’에 포함하고, 중국이 개발도상국으로 누려온 특혜를 중단하도록 요구하는 게 주 요지다.

법안 발의자는 한국계인 영 김 하원 외교위원회 인도·태평양 소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중국이 미국에 이어 세계 경제의 18.6%를 차지하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이라며 미국이 선진국으로 간주되는 만큼 중국도 그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공산당이 개발도상국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시스템을 흔들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이 지위가 꼭 필요한 국가들이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공산당의 기만적인 관행

법안이 통과된 뒤인 지난달 31일 리위엔화 전 중국수도사범대학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중국 공산당이 개발도상국 지위를 이용해 국제기구를 기만하고 대출 또는 원조금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리 전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국제기구를 부패시켜 이익을 취하기 위해 암적인 방법을 사용해 왔다”며 “세계가 중국 공산당의 본질을 다시 알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앞장선 길을 다른 국가들이 따르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리 전 교수는 “미국은 중국 공산당이 국제 규칙에 따라 행동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불량 정권이 규칙을 따르기란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따르지 않을 기회가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본다. 이것은 폭력과 돈을 사용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야망을 죽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리 전 교수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거짓 약속과 이익의 유혹 등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항상 속임수를 써 왔다.

다른 국가들이 중국 공산당의 실체를 파악하고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는다면 중국 공산당 정권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으리라는 게 리 전 교수의 시각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 공산당은, 원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정당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이익만 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리 전 교수는 덧붙였다.

같은 날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 에이컨 경영대학원의 프랭크 티안 지에 박사 또한 중국의 개발도상국 지위가 취소되면 그간 중국이 누려온 많은 특혜 정책·대출·원조가 중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국제조약에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예외 조항이 존재한다. 개발도상국 지위를 잃는다는 것은 중국이 다른 모든 국가와 마찬가지로 국제조약에서 요구하는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지에 박사는 일반적으로 당파적 노선에 따라 분열돼 있는 미 의회가 중국 공산당에 대해서는 초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는 부분에 주목했다.

“그들은 당파적 차이를 제쳐두고 중국 공산당이 국제 규칙을 따르도록 하기 위해 단결했다” 지에 박사가 남긴 말이다.

WTO 가입 20주년

1979년은 미국과 중국이 공식적으로 외교 관계를 수립한 해다. 1980년 2월부터 양국은 베이징에서 체결한 무역관계협정에 따라 서로에게 최혜국대우(MFN) 지위를 부여해 왔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중국의 최혜국 지위는 매년 미국 대통령이 갱신해야 유지될 수 있었다. 대통령이 갱신한다 해도 미 의회가 공동 비준 결의안을 통과시켜 대통령의 최혜국 연장 결정을 무효화하는 게 가능했다.

2000년 중국과의 정상무역관계 법안에 서명하는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Mario Tama/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1989년 천안문 사태가 벌어졌다. 그로부터 몇 년 후인 1994년 5월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최혜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무역과 인권 문제를 분리하겠다고 발표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인 2000년 10월 중국과의 영구적인 정상무역관계 법안에 서명했다. 이로써 중국 인권 사안에 대한 미 의회의 연례 검토를 종결하고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한 길이 열렸다.

2001년 12월 11일 중국은 WTO에 공식 가입했다. 이는 냉전 이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였다. WTO 가입으로 중국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졌다.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여 빠르게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4%에서 2021년에는 18.5%로 증가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순위는 2006년 영국을 추월했고, 2007년에 독일을 추월했으며, 2010년에 일본을 추월해 결국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됐다.

그러나 중국은 WTO 가입 당시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2015년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거짓 약속들(False Promises): 중국의 WTO 약속과 이행 사이의 입이 떡 벌어지는 격차’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한 분야에서 양보하면 (이로 입은 손해를) 상쇄하기 위해 새로운 비관세장벽(NTB)을 설치하는 식”이라며 “한 걸음 전진하면 두 걸음 후퇴한다. 이는 중국의 양보를 상쇄하는 것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접근 제한, 기술 또는 지적 재산권 이전을 조건으로 접근을 제한하는 관행, 국유기업(SOE) 및 수출 산업에 대한 지속적 보조금 지급 등 많은 사례에서 중국은 WTO 가입 약속과 회원국 요건을 완전히 준수하지 못했다”는 평가였다.

WTO 가입 당시 중국은 시장 접근 제한을 점진적으로 철폐하는 한편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접근을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 외국인 투자가 허용되려면 외국 기업이 중국 공산당의 규정에 따라 기술을 이전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공산당은 외국 기업의 영업 기밀을 캐내고 위조품 및 해적판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등 선진국의 지적 재산을 훔치고 있다.

WTO의 허점

WTO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 회원국이 경제 발전에 따라 자체적으로 지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이다. 중국이 선진국이냐 개발도상국이냐에 대한 의견은 당사자마다 다르다. 그러나 바로 이 부분이 WTO 규칙의 허점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지위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무역 보조금 제한 완화, 전환 기간 연장, 기술 지원 제공 등 WTO 체제 내에서 특별하고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다는 점이다.

개발도상국 회원국들은 WTO 의사결정권에서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따라서 WTO 내에서 투표할 때 자국의 이익을 보호 또는 극대화하기 위해 공동 행동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7년 12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당시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WTO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새로운 규제가 일부 국가에만 적용되는 사이 다른 국가들은 개발도상국임을 자처하며 규제를 회피하는 상황을 계속 방치할 수 없다고 촉구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6개국 중 5개국이 개발도상국 지위를 주장하는 것은 뭔가 잘못됐다. WTO 규칙에 따라 행동하는 대다수 회원국이 경제 성장을 달성하는 데 더 어려움을 느낀다는 지적은 바로 이쯤에서 진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