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랑외교 실패 인정?…시진핑 “중국 이미지 ‘사랑스럽게’ 개선” 강조

2021년 06월 4일 오전 11:18 업데이트: 2021년 06월 4일 오전 11:18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이미지 개선에 나섰지만, 외교관들의 굳어진 관성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시진핑은 2012년 집권한 이후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러시아 외에 세계 주요 강대국과 긴밀한 외교 관계를 거의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그 외 동맹국을 꼽자면 파키스탄과 이란 등 문제 국가들이다.

미 CNN은 2일 시진핑은 지난달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31일 연설에서 중국의 이미지 개선을 주장하면서도 현재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이미지가 매우 좋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 워싱턴에 있는 초당파적 싱크탱크인 퓨리서치센터는 지난해 10월 14개국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눈에 띄게 커졌다.

특히 호주·영국·독일·네덜란드·스웨덴·미국·한국·스페인·캐나다의 중공에 대한 인식은 퓨리서치센터가 10여 년 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베이징의 나쁜 이미지는 우한에서 코로나19 전염병이 폭발했을 때 중공이 실상을 은폐해 팬데믹을 유발한 데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염병 대유행 이전부터 중국에 대한 인식이 악화됐는데, 거기에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도 한몫했다.

온화함과 배려 중요한 국제외교에 등장한 전랑외교

중공의 전랑 외교로 인해 서방 국가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중공 외교관은 오히려 전랑식 발언으로 승진한다. 2019년 7월 당시 파키스탄 주재 중국대사관의 자오리젠(趙立堅) 참사관은 미국 인권이 ‘허위’라며 비난했다.

CNN은 자오리젠의 전랑식 발언이 논란의 여지가 있음에도 외교부 대변인으로 승진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다른 중공 외교관들도 그의 전랑 외교 스타일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중공 최고 외교관인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및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알래스카에서 만났다. 당시 중공의 전랑식 발언이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양제츠는 2분씩 모두발언을 하기로 한 약속을 무시하고 장장 17분간이나 발언했다. 양제츠는 “미국은 중국을 내려다보며 말할 자격이 없다” “중국인들에게 그런 수법은 먹히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발언은 중국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여러 도시에서는 티셔츠에 이 문구를 찍어 팔기도 했다.

중공의 횡포는 미국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회의 후 미 외교가에서는 정상회담의 성과보다는 양제츠가 회담 전에 보여준 ‘이상한 태도’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시진핑은 지난 31일 회의에서 “친구를 널리 사귀고, 국제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여론 투쟁’ 전략과 예술을 중시하고 대외적으로 중국의 목소리를 내는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CNN은 시진핑은 친구를 널리 사귀고 싶겠지만 외교부의 늑대들이 그의 뒤에서 울부짖는 상황에서는 실현되기 어렵고 또  많은 나라가 중공과 거리를 둘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장팅(張婷)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