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수도 다 끊긴 동물원에 방치된 동물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본 가족

김우성
2021년 02월 3일 오후 4:29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33

대구 한 동물원이 코로나19 여파로 운영이 어려워지자 동물들에게 물과 사료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동물원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이 허기와 갈증에 울부짖는 동물들을 발견했고, 10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가족과 함께 동물들을 돌봤다.

높은 산 중턱에 위치한 동물원에 전기와 수도가 끊겼고, 가족은 산 아래에서 뜬 물과 사료, 과일 박스 등을 짊어지고 올라갔다.

[좌] 제보자 블로그, [우] instagram ‘beaglerescuenetwork’
가족은 먼저 블로그를 통해 동물원의 끔찍한 상황을 알렸다.

공개된 사진들을 보면 동물들이 얼마나 심각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빙산처럼 얼어붙은 우리 안에서 떨고 있는 원숭이, 주는 물을 먹지 못해 울부짖는 거위, 물을 가져다주면 허겁지겁 목을 축이는 동물들 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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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똥 구렁텅이 살아도 물만 마실 수 있으면 행복해지는 오리. 동물을 이용해 돈을 벌면서 이런 시궁창 같은 삶을 살게 하다니. 여기 있는 아이들 모두 비참한 삶을 산다”고 호소했다.

이어 가족은 비글구조네트워크에 제보했다.

지난 2일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코로나 여파로 운영이 어려워지자 남은 동물들을 전혀 돌보지 않고 심지어 사육 중이던 동물들의 목을 매달아 잔인하게 죽였다는 제보를 받고 오늘 동물원의 동물들을 구조하기 위해 대구 현장에 와 있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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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협은 “이 동물원은 휴장 이후 4마리의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인 원숭이들을 포함해 야생 동물인 낙타와 라쿤 그리고 기타 농장동물인 양, 염소, 거위 등을 거의 방치한 채로 물과 사료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았고, 배설물로 뒤범벅된 사육 공간에서 지옥과 같은 나날을 1년을 넘게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을 제대로 사육하고 관리하기가 힘들어지자 결국 목에 매달아 잔인하게 죽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절규하는 원숭이, 목에 매달린 염소, 방치된 낙타와 양 등 동물 사진과, 물과 사료가 바닥난 채 배설물만 가득한 사육장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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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협은 “대구시청과 대구지방환경청에 동물학대에 의한 격리조치를 강력하게 요구할 계획”이라며 “이들은 명백히 학대행위이며 동물들은 관련법에 의거하여 안전하게 격리 보호조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와 환경당국은 진상을 조사한 뒤 관련 법에 따라 대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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