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지난 대선 앞두고 페이스북서 ‘헌터 스캔들’ 덜 퍼지게 조작”

한동훈
2022년 09월 1일 오전 6:08 업데이트: 2023년 06월 16일 오후 4:41

저커버그 “FBI에 조언에 따라 도달율 낮춰” 시인
FBI “일상적인 경보 차원…요구·지시 아냐” 해명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2020년 미국 대선 막판 변수였던 헌터 바이든의 이메일 스캔들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축소했다고 시인했다.

저커버그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의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과의 인터뷰에서 ‘2020년 대선에 앞서 러시아의 선전을 경계하라’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조언에 따른 조치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메일 스캔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의 노트북 하드디스크에 저장됐던 이메일이 폭로되면서 발생한 사건을 가리킨다. 2020년 11월 미 대선을 보름여 앞둔 10월 뉴욕포스트 단독 보도로 선거 막판 폭풍의 핵으로 등장했던 이슈다.

이메일에는 헌터는 물론 바이든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통령 신분으로 우크라이나, 러시아, 중국 등지에서 여러 사업 거래에 관여한 정황이 담겨 있었다.

헌터의 노트북은 헌터가 사는 집 근처의 한 컴퓨터 수리점에서 FBI에 의해 압수됐으나, 수리점 주인이 만들어 둔 하드디스크 복사본이 루지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통해 뉴욕포스트에 전달되면서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이메일 스캔들은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민주당 정치인들, 주류 언론 등이 제기한 ‘러시아가 날조한 허위정보일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검열되며 사그라들었다.

“이메일은 위조된 것”이라고 일축했던 주류 언론은 1년 반이 지난 올해 4월 이후에야 “조작 가능성이 없다”며 진품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워싱턴 포스트, 뉴욕타임스는 보안 전문가들의 포렌식 검증을 인용해 “최고 해커들조차 위조하기 힘들다”고 보도했다.

2010년 1월 30일 워싱턴에서 열린 NCAA 농구 경기를 관람하는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과 그의 둘째 아들 헌터 바이든. | Nick Wass/AP/연합뉴스

저커버그 “우린 트위터처럼 차단하진 않았다”

이날 로건의 팟캐스트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에 출연한 저커버그는 “헌터 바이든 노트북 같은, 선거 기간 트위터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던 논란거리 빅 뉴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저커버그는 “배경은 이렇다”며 FBI가 회사의 몇몇 직원들에게 접근해 2016년 대선 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러시아가 선전 공작을 할 것이라며 “알고 있겠지만 경계해야 한다”고 주의를 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커버그는 “트위터는 ‘당신은 이것(이메일 스캔들)을 전혀 공유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페이스북이 취한 조치가 트위터와는 달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조치는 어떤 정보가 잠재적 허위 혹은 중대한 허위라고 보고됐을 때, 그것이 거짓인지 기초적인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5~7일 정도 페이스북에서 배포되는 정도를 낮추는 것”이라며 “사람들은 여전히 그것을 공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어떤 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하고 싶지 않기에 제3자 팩트 검증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저커버그의 이날 발언이 트위터를 통해 퍼지며 수시간 만에 5만회 이상 공유되며 반향이 일자, 메타와 FBI는 나란히 성명을 발표해 선거 개입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메타는 성명에서 저커버그가 2020년 10월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FBI로부터 외국발 해킹 및 정보유출 위협을 경고받았다는 점을 증언했다며 “이날 처음 공개한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FBI 역시 언론사에 보낸 성명에서 “소셜미디어 서비스 제공자를 포함해 미국 민간부문에 잠재적 위협에 관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통보해, 이들이 위협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FBI는 또한 성명에서 “FBI는 잠재적인 위협에 관해 대중에게 계속 알리기 위해 연방, 주, 지역 및 민간 부문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기업에 조치를 요청하거나 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헌터는 현재 세금 사기, 로비 범죄, 돈세탁 혐의로 연방 수사를 받고 있으며 이 수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데이비드 와이스 델라웨어 지방 연방검사가 지휘하고 있다.

한편 8월 초 미국 테크노메트릭 정책정치연구소가 미국 유권자 13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9%는 헌터의 노트북이 진짜라는 것을 알았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 기사는 미미 응우옌 리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