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머잖아 ‘우리가 세계 구했다’ 주장할 것” 중국전문가 예측

한동훈
2020년 03월 8일 오전 11:43 업데이트: 2020년 03월 9일 오후 11:36

중국 관영언론과 논객들이 “세계는 중국에 감사해야 한다”는 적반하장식 논조를 들고나오는 가운데 앞으로 중국 공산당이 ‘중국이 세계를 구했다’는 주장을 펼치리라는 관측이 나왔다.

재미 중국평론가인 경제학자 허칭롄(何淸漣)은 지난 1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중국의 전염병 여론 공작을 분석하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이 세계를 구했다’는 내용이 전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칭롄은 중국 공산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관련 여론 공작을 크게 4단계로 분석했다. 1단계는 ‘재난을 경사로 바꾸기’, 2단계는 ‘바이러스 미국 발원설’, 3단계는 ‘우리가 또 이겼다’, 마지막 4단계는 ‘중국이 세계를 구했다’라는 것이다.

각 단계는 엄밀히 구분되지는 않으며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이러한 순서로 진행된다는 게 허칭롄의 설명이다.

‘재난을 경사로 바꾸기’는 우한 폐렴을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으로 몰고 가면서, 중국 당국이 최선을 다해 대응했다는 식으로 정권에 유리한 쪽으로 여론을 조작한다는 것이다.

‘바이러스 미국 발원설’은 지난달 27일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작원 원사의 기자회견 발언에서 시작됐다. 그는 “전염병 발생이 중국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지만, 바이러스가 꼭 중국에서 발원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후 중국 관영언론과 인터넷 논객들은 중난산의 주장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3단계인 ‘우리(공산당)가 또 이겼다’는 현재 진행중이다. 허칭롄은 그 신호로 지난달 26일을 기점으로 나타난 세 가지 사건을 나열했다.

하나는 지난 2월26일 세계보건기구(WHO)의 “처음으로 중국 밖 신규 확진자가 중국 내 신규 확진자 수를 넘어섰다”는 발표다. 중국에서 10조원 투자받은 WHO는 노골적으로 중국 편들기를 하고 있다. 이번 발표 역시 중국의 ‘여론 공작’에 일조했다는 게 허칭롄의 분석이다.

그는 “해당 소식을 전하는 환구시보의 보도는 마치 ‘다른 나라에서 감염자가 더 많이 나왔으니 우리가 이겼다’는 승리 선언 같았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베이징 시 당국에서는 방역 강화 방침을 밝히며 “해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폐렴 상황의 위험성을 고려해, 베이징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은 14일 자가격리 혹은 집중격리 관찰을 해야 한다”고 공식 발표(베이징 청년보 기사)했다.

폐렴사태 진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2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전 11시)부터 외부로 나가는 것이 금지된다. 사진은 22일 베이징 공항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우한으로부터 도착한 승객들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 신화=연합뉴스

이날 외국발 입국자들에 대해 자가 혹은 강제격리를 실행한 몇몇 도시가 있었지만, 중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22일 중국 국무원에서 내린 ‘생산 재개에 따른 방역 지침’에 따라 방역을 완화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 3일 기사(링크)에서 “중국 내 다른 지역은 생산회복을 위해 방역을 늦추면서 베이징만 오히려 더욱 강화하는 현상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허칭롄은 “수도 베이징은 중국을 상징하는 도시다. 마침내 상황이 심각한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에게 입국금지·검사·격리 등을 내릴 수 있게 됐음을 강조하려 한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은 우한 폐렴의 역유입이다. 지난 27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전날(26일) 중국 닝샤(寧夏) 후이(回)족자치구 중웨이(中衛)시 당국이 이란에서 모스크바를 경유해 중국으로 들어온 중국인 1명이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즉, ‘외국의 신규환자가 중국보다 더 많다’ ‘베이징에서 외국인을 입국금지하거나 강제격리한다’ ‘외국에서의 역유입이 발생했다’의 세 가지 사건을 변곡점으로 중국의 여론 공작이 ‘피해자에서 전염병을 극복하고 국제사회를 앞서나가는 국가’로 전환했다는 게 허칭롄의 분석이다.

3월 초부터 중국 정부와 관영언론은 공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중국 CCTV와 환구시보는 이란에 전세기를 파견해 자국민을 철수하기로 한 정부 방침을 크게 보도했다. 이란은 확진자가 모두 외국방문 이력이 없어 감염경로가 불투명하다.

CCTV는 또한 5일 시사논평 프로그램에서 “중국의 사과를 요구하는 건 무리하고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의 발언을 근거로 들었다.

이날 외교부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 역시 정례 기자회견(관련기사)에서 “‘중국 사과론’은 전혀 근거가 없고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WHO 사무총장의 중국 옹호 발언을 근거로 제시했다.

중국판 카톡인 위챗 단톡방에는 중국을 ‘노아의 방주’ ‘전 세계의 등대’라고 선전하는 1인 미디어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허칭롄이 주목한 건 관영 신화통신 인터넷판인 신화망이 4일 게재한 ‘당당하다. 세계가 중국에 감사해야 한다(理直气壮, 世界应该感谢中国)’는 논평(링크)이었다.

중국 금융·정세 분석 인플루언서인 위챗 계정 ‘황성칸진룽(黃生看金融)’은 “중국에 세계에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터무니없다. 중국은 거대한 생명과 경제적 대가를 치르며, 신종 코로나 폐렴을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난산 원사의 연구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폐렴이 중국에서도 발생했지만, 발원지가 꼭 중국이라는 건 아니다. 미국·이란·이탈리아에서 아시아와 접촉이 없는 확진 사례가 많다는 점이 그 증거다. 중국이 사과할 이유가 더더욱 없다”고 했다.

화통신 인터넷판인 신화망(新華網)이 4일 게재한 ‘당당하다. 세계가 중국에 감사해야 한다(理直气壮,世界应该感谢中国)’는 논평 | 신화망 화면 캡처

그러면서 “미국이 중국에 사과하고, 세계는 중국에 감사해야 한다. 중국의 거대한 희생과 감당 없이 전 세계를 위해 신종 코로나 폐렴을 막을 시간을 벌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논리에 대해 허칭롄은 “공산정권, 종교적 독재국가는 걸핏하면 미국을 비난하며 자신의 허물을 뒤집어씌운다. 이들은 무슨 불리한 상황이 생기면 미국과 관련이 있든 없든 ‘극악한 미국 제국주의자들의 소행’으로 몰아간다”고 일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