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공격 암시한 美中 회담과 ‘돌아온’ 왕리쥔

편집부
2016년 09월 20일 오후 2:04 업데이트: 2020년 04월 24일 오전 11:37

항저우 G20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9월 3일 오후, 시진핑 국가주석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인권과 ‘종교 및 신앙의 자유’ 등 의제에 관해 3시간 반 동안 회담을 가졌다. 두 사람은 당일 밤 서호 주변을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는 미국 의회가 6월 13일 중국공산당의 강제 장기적출을 반대하는 ‘343호 결의안’을 통과시킨 이후 양국 정상이 처음으로 나눈 회담이었다.

시진핑-오바마 회담 직후 미국 ‘워싱턴 프리비컨’지는 왕리쥔(王立軍) 사건을 재차 보도했으며, 시진핑 진영의 위정성 상무위원은 종교에 대한 시진핑의 입장에 신속히 반응했다. 이처럼 양측이 보여준 정치적인 신호는 시진핑-오바마 회담에서 장쩌민의 핵심적인 죄목인 생체 장기적출 등 파룬궁 탄압 문제가 다뤄졌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미중 회담에서 각자 인권 및 종교 자유 언급

G20 정상회의 개막을 앞둔 9월 4일 오후 오바마는 시진핑과의 회담에서 인권 문제에 관해 논의했다고 언론을 향해 공개했다. “인권 등의 문제를 언급하자 잠시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다른 국가 정상들을 회견할 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그렇지만 이것은 제 임무 중 일부분이고 우리는 이 부분을 해냈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사는 3일 저녁 시진핑-오바마 회담에 관해 보도하면서 시진핑이 ‘중국은 인권 보호와 신장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며, 법률에 의거해 국민의 종교와 신앙 자유를 보장한다’고 재차 표명했다고 언급했다.

시진핑-오바마 회담은 미국 하원이 6월 13일 제343호 결의안을 통과시킨 이후 양국 정상 간에 처음으로 이뤄진 정상 회담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인권 문제에 관해 나눈 대화에서 시진핑 주석은 ‘종교와 신앙 자유’를 거듭 천명했다고 강조했다. 343호 결의안에 대한 두 정상의 반응과 입장을 알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6년 6월 13일 343호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미국 하원은 중국공산당을 향해 파룬궁 수련자를 포함한 양심수들을 대상으로 한 생체 장기적출을 즉시 중단하고 파룬궁 박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3명의 독립 조사원은 6월 23일과 29일 각각 미국 의회 및 유럽의회 공청회에 참가, 중국공산당의 생체 장기적출에 관한 최신 조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는 장쩌민파의 생체 장기적출 범죄에 대한 세계 주류 언론의 전례 없는 주목을 이끌어냈다.

미국 의회가 343호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미국이 국제적인 사안에 대한 결의안을 정식으로 통과시킨 첫 번째 사례로서, 생체 장기적출 범죄가 실제로 이뤄졌음을 확인하고 중국공산당을 향해 이러한 범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는 생체 장기적출 범죄가 처음 국제적으로 폭로된 2006년 이래 자그마치 10년만의 성과다.

생체 장기적출 범죄가 이렇게 국제적인 관심사가 된 가운데 미중 양국 정상이 G20 회의 기간 중 343호 결의안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나눴을 가능성은 농후하다.

다시 ‘돌아온’ 왕리쥔

미중 정상회담이 종료된 지 3일째 되던 G20 회의 마지막 날, 미국 ‘워싱턴 프리비컨’지는 9월 6일자로 미국 정계 내 유명 기자인 빌 거츠의 보도를 실었다. 4년 전 왕리쥔이 청두 소재 미국 영사관으로 도피, 보호를 요청한 사건의 세부 내용을 상세히 묘사한 해당 기사는 전직 미국 관료의 말을 인용해, ‘왕리쥔이 제공한 정보는 무척 놀라운 것’이라고 보도했다. 왕리쥔은 미국 외교관에게 자신이 공산당 지도부의 내부 정보를 알고 있으며 당과 정부의 내부 문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2012년 2월 6일, 충칭시 부시장 및 공안국장을 역임하고 있던 왕리쥔은 미국 영사관으로 도피했다. 당시 빌 거츠는 ‘워싱턴 프리비컨’지에 보시라이와 저우융캉의 정변 음모를 최초로 폭로했다.

시진핑 주석이 미국을 방문 중이던 2012년 2월 14일, ‘워싱턴 프리비컨’은 왕리쥔이 미 영사관에 제출한 자료 가운데는 정변을 일으켜 최종적으로 제18차 당대회에서 권력을 이양 받은 시진핑을 제거하려던 보시라이와 저우융캉의 계획이 포함돼 있었다고 폭로했다.

한편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사저를 방문한 자리에서 시진핑은 바이든으로부터 보시라이, 저우융캉의 정변 및 정권 탈취 음모가 사실이라는 확실하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이는 시진핑으로 하여금 보시라이를 제거할 결심을 굳히게 했다. 귀국한 시진핑은 후진타오, 원자바오와 함께 중국공산당 양회 기간인 2012년 3월 15일 보시라이를 제거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보도에 따르면 왕리쥔이 미국에 제출한 자료 가운데는 중국공산당 고위층의 부정부패와 보시라이, 저우융캉의 정변 계획 등 내부 자료뿐만 아니라 파룬궁 수련자 박해에 관한 자료 역시 대량 포함돼 있었으며 이 가운데는 파룬궁 수련자를 대상으로 한 생체 장기적출 내막에 관한 자료도 있었다.

2012년 4월 26일 오전, 미국 국무부는 의회 의원들에게 왕리쥔 사건에 대해 비밀리에 브리핑했다. 관련 인물에 따르면 이 브리핑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의회 의원들뿐으로 보좌관들조차 참석할 수 없었다.

2012년 5월 24일, 미국 국무부는 2011년도 인권 보고서를 통해 파룬궁 수련자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생체 장기적출 문제를 처음으로 분명히 언급했다.

2012년 11월 13일, 미국의 베테랑 연방상원 의원이자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팀 공화당 수석의원 겸 상원 군사위원회 회원인 제임스 인호프(James Inhofe)는 미국 국무부에 서한을 보내 파룬궁 수련자 생체 장기적출에 대해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증거 및 왕리쥔 전 충칭시 부시장이 같은해 2월, 청두주재 미 영사관에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는 관련 자료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보시라이’, ‘왕리쥔’, ‘생체 장기적출’ 등 단어는 왕리쥔 사건 이후로 미국 정부의 공식 보고서나 결의안, 합동결의안, 의회 공청회에 끊임없이 등장했다. 미국 국무부의 2012, 2013, 2014, 2015년도 인권보고서에는 중국공산당의 ‘강제 장기적출’을 고발하는 내용이 빠짐없이 포함됐다. 중국의 인권 현실이 악화되고 있음을 거의 매년 비판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생체 장기적출 진상이 모두 밝혀질 것에 대비해 미국이 때가 오면 국제 사회를 향해 상황에 대한 기초적인 설명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왕리쥔 사건 이후 중국공산당 정계는 크게 동요했다. 사건 후 4년은 모두 오바마의 임기에 속했다. 이 동안 중국공산당 고위층의 정치적 기밀을 파악하고 있던 오바마는 시진핑 당국과 서로 보폭을 맞춰 행동해 오바마가 공산당 정치국의 ‘정원 외 상임위원’이 아니냐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다.

시진핑과 장쩌민 간의 대결이 끝을 향해 치달아가고 있는 현재, 이러한 정국 역시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워싱턴 정계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워싱턴 프리비컨’이 미중 정상회담 직후 민감한 시점에 왕리쥔 사건을 재차 보도한 것은, 사건 배후에 있는 장쩌민파의 정변 음모와 생체 장기적출, 그리고 시진핑-오바마 회담이 보내는 정치적 신호가 어떤 의미인지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다.

위정성, 종교 관한 시진핑의 입장에 호응

시진핑 진영 인사인 위정성 상무위원 겸 정협주석은 9월 7일 베이징에서 성부급 관료들을 대상으로 한 통일전선 및 종교 공작 주제 세미나에 참석했다. 위정성은 이날 발언을 통해 ‘이번 세미나의 개최 목적은 통일전선 전략 및 전국 종교공작회의에 관한 시진핑의 입장을 학습하고 종교문제에 대한 관료들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세미나에 참석하기 전인 9월 5일, 6일 양일간 조사연구차 톈진을 찾은 위정성은 변호사 사무소, 기업, 학교 및 종교 시설을 방문, 새로운 사회계층 인사들과 비공유제 경제 인사들의 활동 상황을 탐방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톈진은 17년 전 파룬궁 수련자 1만 명 이상이 베이징을 찾아 벌인 평화 시위의 도화선이 된 지역이라는 점이다. 작년 5월부터 ‘장쩌민 고소 운동’ 붐이 시작된 이후, 전 톈진시 시위원회 서기이자 현임 정치국 상임위원인 장가오리는 파룬궁박해 국제추적조사기구(WOIPFG)와의 위장 전화 인터뷰에서, 파룬궁 수련자 수백만 명을 대상으로 한 강제 장기적출을 지시한 자가 장쩌민임을 간접 시인했다. 이후 장가오리는 톈진 공안을 대대적으로 동원, 장쩌민 고소 운동에 참여한 파룬궁수련자를 괴롭힌 바 있다.

최근 몇 년간 톈진 관료계는 숙청을 겪었다. 왕치산이 최근 순시조를 파견해 ‘불시에 반격’(2차 순시)을 가한 후로, 장가오리의 중용을 받았던 인하이린 톈진시 부시장이 낙마했다. 2006년 이후 불과 10년 만에 톈진에서는 정법위원회 서기 1명, 정법위원회 부서기 3명이 낙마했다. 한편 해당 정법위원회 서기는 파룬궁 박해의 주요 책임자였다.

중국 관영 언론은 9월 8일, 국가종교국이 국무원 법제판공실에 제출한 ‘종교사무조례수정초안(심사용)’ 전문이 공개돼 사회 각계의 의견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 가운데는 ‘종교 활동시설, 종교 교직원 및 종교를 믿는 국민의 합법적인 권리를 보호하고 정상적인 종교활동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파룬궁 수련자들의 ‘4.25 만인평화청원’ 사건 17주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시진핑 당국은 드물게도 민중 청원, 종교 문제, 정법(공안·사법) 문제 등 ‘4.25’사건과 직접 관계된 민감한 문제에 대해 중대한 입장을 표해 장쩌민의 종교탄압 정책을 부정했다. 시진핑 당국은 민감한 일자인 ‘7.20’일 전후로 장쩌민의 종교탄압 정책을 재차 부정하며, ‘종교와 신앙을 행정력 및 투쟁이라는 방식으로 소멸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G20 회의가 가까워오던 8월 말, 중앙판공청은 기밀급 문건을 각 하부조직에 하달했다. 해당 문건은 중국공산당이 파룬궁 탄압정책을 지속해온 지난 17년간 파룬궁 수련자들과 그 자녀, 친척들이 입대나 승진, 진학 등과 관련해 불공정한 대우를 받은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는 동시에 향후 점차 ‘해탈’시켜 줄 것임을 밝히는 내용이었다.

해당 문건이 비록 ‘해탈’을 천명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파룬궁 수련자들이 파룬궁을 포기할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건은 지난 17년간 파룬궁 수련자들과 자녀, 친척들이 모두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음을 인정했다. 중국공산당 각급 간부들이 교체되고 있는 가운데 이 문건은 전국 당 간부들을 향해 ‘시진핑 당국은 장쩌민의 파룬궁 박해 정책을 긍정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낸 것임에 틀림없다. 중국공산당 각급 간부들은 ‘‘니둥더(你懂的, You know의 중국어 표현)’의 정치적 환경 속에서 이에 대한 줄서기와 태도 표명이 필요하며 이는 그들의 공직생활의 명운을 좌우지하게 된다.

내부 통제받는 장쩌민, 핵심죄과 청산 머지않아

생체 장기적출 등 장쩌민의 파룬궁 박해 범죄와 명확히 선을 긋는 것 외에도 사실 시진핑 당국은 최근 수많은 움직임을 통해 장쩌민을 법적으로 처리하고 파룬궁 박해 죄과를 청산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바 있다. 예컨대 왕치산은 ‘문책 조례’를 대대적으로 내놓고 ‘종신(終身) 문책’을 강조했으며 파룬궁 박해 전담기관인 중앙 및 성급 ‘610사무실’을 시찰하는가 하면 생체 장기적출을 처음 시작한 ‘랴오닝파(遼寧幫)’ 숙청을 예고했다. 군부 내 생체 장기적출 관련 핵심인물들과 리지나이(李繼耐) 전 군사위 위원, 총정치부 주임 그리고 랴오시룽(廖錫龍) 총후방지원부 부장 역시 변고가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시진핑은 20년 만에 전국 위생 및 건강 대회를 개최, 의료계 내 생체 장기적출에 깊이 연루된 자들을 숙청할 것이라는 신호를 내보냈다.

6월 이후로 시진핑-장쩌민 양측은 생체 장기적출 등 파룬궁 박해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맞부딪히고 있다. 시진핑 당국은 파룬궁 박해 문제를 이용해, 발목을 잡고 정국을 뒤흔들려는 장쩌민파의 계책에 강력히 반격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 정국의 흐름이 이미 파룬궁 박해라는 화제와 맞물려 최후의 승부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쩌민과 쩡칭훙이 내부 통제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올해 들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베이다이허 회의가 끝난 후인 8월 12일, 중국공산당 관영언론 및 중국 언론들은 ‘시진핑이 당내 최대 위협을 전력으로 제거’한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8월 29일에는 ‘시진핑이 현재 대형 결전을 지휘하고 있다’고 다시 한 번 전격 보도했다. 이는 시진핑이 장쩌민과 쩡칭훙을 공개 체포하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

국내에서 장쩌민 공개 체포 및 그 핵심 범죄 청산을 위한 준비작업을 강도 높게 진행하는 동시에 시진핑은 G20 회의를 대대적으로 거행,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인했다. 시진핑-오바마 회담에서 양측은 인권 및 ‘종교와 신앙의 자유’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표명, 장쩌민의 핵심적인 죄과인 생체 장기적출 등 파룬궁 박해 문제를 겨냥했다. 이는 시진핑이 장쩌민을 공개적으로 체포하는 데 있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암묵적인 지지를 획득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진핑의 움직임은 G20 정상회의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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