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상징 ‘은행나무’

코난 밀너
2015년 07월 8일 오전 11:17 업데이트: 2019년 07월 25일 오후 4:32

은행나무은행나무는 긴 역사를 가진 흥미로운 식물이다. 은행은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릴 만큼 오래됐다.

15만 년 전 북반구 전체에 자라던 은행은 마지막 빙하기로 인한 대규모 멸종 때 사라졌다. 다행히 극소수의 표본이 중국에 살아남았고 중국과 티베트의 승려들이 은행의 가치를 알아보고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은행은 장수와 깨달음의 상징으로 꼽히며 아시아 전역에서 대접받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표본은 중국의 사원과 수도원 주변에서 자라고 있다.

중국 산서지역에 있는 큰 은행나무는 도교 창시자 노자가 심었다고 하고 중국 산둥지역 정림사 주변에 있는 한 은행나무는 3천 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적 이용

은행은 중국에서 수천 년간 음식의 재료와 민간요법의 약재로 사용됐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연구되는 한약재도 은행이다. 은행잎 추출물을 주제로 한 연구는 400건이 넘는다.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은 은행이 전반적으로 좋은 효과가 있지만, 특히 머리의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은행은 수십 년 동안 기억력 향상과 치매 예방을 위해 이용됐다.
하지만 은행이 우리가 믿는 만큼 기억력과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1980년대 진행된 몇몇 연구에서는 은행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후 발표된 많은 연구에서는 은행의 기억력 향상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2009년 미국의학회지에 3천 명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은행의 효과에 대해 8년간 조사한 연구결과가 실렸는데 이 연구에서는 은행이 인지능력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은행이 치매를 예방하지는 못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이 있는 사람에게 좋을 수 있다는 연구는 있다.
이 연구는 은행추출물이 알츠하이머 치료 약인 아리셉트만큼 효과적이지만 부작용이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다른 실험에서는 은행이 PMS(생리 전 증후군), 불안, 우울증, 시력감퇴에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이들이 은행잎을 심혈관 강화제로 생각하고 콜레스테롤, 고혈압, 심장동맥질환, 협심증 치료를 위해 사용한다.
연구원에 따르면 은행의 약효는 항산화와 플라보노이드에서 온다고 한다.

 

전통적 이용

현대인은 고대 중국인이 찾아내지 못한 다양한 방법으로 은행을 이용한다. 마찬가지로 고대인 역시 현대인이 생각하지 못한 은행나무의 특성을 찾아 활용했다.
명나라 의학자 이시진에 따르면 도교 마술사들은 영적인 세계에 접근하기 위해 마법의 주문과 상징을 오래된 은행나무에 새기곤 했다고 한다.
고대 중국의 한의사는 은행 열매에 훨씬 관심이 많았다.
은행 열매는 요실금이나 냉대하뿐만 아니라 폐 질환(기관지염과 천식) 치료에 전통적으로 이용됐다. 중국 의학에서 볼 때 은행은 습을 날려준다. 약용으로 쓰이는 다른나무(떡갈나무)와 같이 은행은 수렴제이다.
은행은 고대 중국에서 부처의 손톱, 공손수, 압각수(오리발처럼 생긴 잎의 독특한 모양 때문에 붙은 이름) 이름이 많았다.
송나라 이후 은행의 중국 이름은 ‘은빛 아몬드’라는 뜻의 ‘인싱’이었다. 우리가 익숙하게 부르는 ‘징코’는 ‘은빛 살구’라는 뜻의 일본어를 잘못 발음한 데서 왔다.
고대인이 열매에 관심이 많았다면 현대인은 열매보다 잎을 더 좋아한다. 은행 열매에 약간의 독성이 있고 고약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고대 한의학자는 가끔 기침, 호흡곤란, 통증에 잎을 이용했지만, 기억력과 관련된 문제에는 절대 쓰지 않았다.
고대 중국에서는 가루를 낸 잎으로 떡이나 환을 만들어 설사 치료에 이용했다.

 

부작용

은행 열매의 독성은 조리하면 다소 중화될 수 있다.
중국 한의사는 담 가래 치료를 위해 익히지 않은 것 소량을 처방한다. 은행 열매는 전통적으로 동양권에서 특별한 경우에 먹었다. 잎에도 역시 독성이 있지만, 양이 훨씬 적다.
적당한 양을 먹으면 은행은 잘 흡수되지만, 일부 사람 특히 너무 많이 먹을 경우 두통, 메스꺼움, 어지러움, 설사가 날 수 있다.
댄 벤스키와 엔드류 겜블의 책 ‘중국 한의학 약물학’에 의하면 은행의 독성을 풀어주는 해독제는 감초 뿌리를 달인 차나 은행 껍질을 끓인 차이다.
은행이 혈액순환을 개선하기 때문에 쿠마딘 같은 혈전용해제 처방을 받은 사람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 옻나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은행을 피해야 한다.
어떤 식물성 의약품에 관해서든 최상의 결과를 위해서는 자격을 갖춘 한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2012년에 발표된 한 연구는 은행이 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 밝혔고, 공익과학센터가 소비자에게 은행제품을 피할 것을 권하도록 촉구했다.
하지만 다수의 연구결과를 보면 은행이 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미국약용식물협의회(ABC)에 따르면, 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힌 연구에서는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독일 추출물보다 더 적은 양의 상하이 은행추출물을 사용했다고 한다.
또 연구에서 쥐에게 먹인 은행추출물의 양은 소비자가 일반적으로 섭취하는 양(하루 120~240mg)의 55배에서 108배 더 많은 양이었다.

 

은행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것들

은행나무는 강하다. 빙하기에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병충해에 저항성이 있고 오염에도 잘 견디기 때문에 도시의 가로수로도 인기 있기가 많다. 히로시마 원폭에서도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생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은행나무를 볼 수 있지만, 환경보호론자들은 생물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은행나무의 미래를 염려하고 있다.
1998년 이후 국제자연보호연합(IUCN)은 은행이 야생으로 자라고 있는 곳이 중국 동부의 천목산 보호지뿐이라는 이유로 멸종위기종 목록에 올렸다.
사람들은 은행나무 수그루를 압도적으로 심는다. 암그루는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열매를 맺지만, 수그루는 열매를 맺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보충제를 가장 선호하는 나라는 독일, 프랑스 그리고 중국이다.
그러나 원료 대부분은 미국 남부 캐롤라이나의 1만2천 에이커의 은행나무 숲에서 생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