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문제로 다투다 머리채 잡혀 저항한 피해자에게 ‘정당방위’ 인정한 판사

김연진
2020년 06월 3일 오후 2:35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3:24

정당방위 인정에 소극적인 법조계와 법원을 두고, 한 판사가 일침을 가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싸움이 나면 무조건 맞으라’는 말이 상식처럼 통하는데, 후진적인 법률 문화의 단면이다”라고 꼬집었다.

2일 연합뉴스는 최근 대전지법 구창모 부장판사가 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정당방위를 인정하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5월께, A씨는 자녀 문제로 B씨와 몸싸움을 벌였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B씨는 이 상황을 문제 삼아 A씨를 상해 혐의로 고소했으나, 모든 증거와 정황을 살핀 구창모 판사는 A씨에 대해 정당방위를 인정했다.

구 판사는 “B씨가 먼저 때리려는 듯 손을 들어 올렸다. A씨는 이를 밀쳐냈다”라며 “이를 폭행으로 인식한 B씨는 A씨의 머리채를 잡았다. A씨는 그 손을 풀어내려고 발버둥 쳤다”고 설명했다.

머리채를 잡힌 A씨가 저항하는 과정에 있었던 만큼, 그에게 상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구 판사는 “부당하거나 불법적인 공격이 있을 경우, 그걸 방어하는 것이 폭넓게 허용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B씨가 먼저 A씨를 때리려는 듯한 행동을 하거나, 머리채를 잡아 흔든 것은 명백한 침해행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A씨의 저항을 ‘방위 행위’로 봐야 한다는 것이 구 판사의 판결이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는 ‘싸움이 나면 무조건 맞아라’는 말이 마치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라며 “후진적이고 참담한 법률 문화의 단면이 노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씨에게 상대방이 머리채를 잡건, 어찌하건 국가나 법이 알아서 해결해줄 테니 아무 저항도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며 “A씨의 행위는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소극적 저항 수단으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