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한테 버림받았다고 생각할까 걱정돼..” 요양원 면회 금지에 ‘애끓는 효심’

이현주
2020년 08월 29일 오전 10:55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6:02

“어머님 따뜻한 품이 그립습니다.

6개월 가까이 어머님 손도 한번 잡아보지 못했습니다.”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고령 환자가 많은 요양시설 면회가 금지됐다.

이에 부모를 걱정하는 자식들이 늘고 있다.

칠곡 동명면의 한 요양원에서 가족들이 비대면 면회를 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경북 칠곡군은 26일 요양시설 비대면 면회를 24일부터 전면 금지했다고 밝혔다.

칠곡군에는 8월 현재 요양 시설 33곳에 1000여명이 입원 중이다.

시설에 입원한 이들 대부분은 기저질환을 가진 60대 이상 고령 환자다.

코호트 격리 중인 요양원/연합뉴스

앞서 지난 3월 칠곡군은 코로나19가 대구경북 지역에 확산할 당시 4개월간 면회를 금지했다.

확산세가 사그라든 지난 7월부터 한달간 면회를 잠시 허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자 또다시 면회를 금지 조치한 것이다.

자식들은 애끓는 마음을 호소하고 있다.

어르신을 돌보고 있는 요양원 관계자/연합뉴스

김성규(67)씨는 중증 치매로 요양원에 거주하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걱정 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다.

김씨는 “비대면 면회 당시 중증 치매임에도 어머님은 저를 알아보고 눈물을 흘리셨다”며 “임종까지 지켜보지 못하는 불효를 범할까 걱정된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요양원·요양병원 등에서 면회가 제한되자 입원 중인 부모를 뵙지 못하는 자식들의 애절한 사모곡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면회/연합뉴스

이숙희(41)씨는 “집에서 요양원까지 거리는 10분도 걸리지 않지만, 어머님을 뵙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를 모르는 어머님이 혹시나 자식한테 버림받았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성미(58)씨는 “어머님이 온종일 내 이름만 부르지 않을까 걱정이다”며 “최소한 명절에는 방호복을 입고라도 어머니를 꼭 한번 뵙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면회/연합뉴스

요양시설에 입원한 부모 역시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어르신들 중 ‘코로나로 죽으나 자식 못봐 미쳐 죽으나 똑같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가족의 정을 끊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고강도 방역만이 가족의 정을 다시 잇는 최선의 방책인만큼 가족 여러분의 이해를 간곡히 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