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구해준 은인에게 10년만에 새끼 데려와 인사시킨 어미 코끼리

이현주
2021년 10월 1일 오후 8:22 업데이트: 2021년 10월 1일 오후 8:24

구조됐다가 야생으로 돌아간 지 10여 년 넘은 코끼리가 자신을 키워준 사람에게 돌아와 화제다. 자신이 낳은 새끼까지 데려와 인사시키면서 더욱 진한 감동을 자아냈다.

‘선예(Sunyei)’라는 이름의 이 코끼리는 케냐에 위치한 ‘데이비드 셸드릭 야생동물 보호재단’(DSWT)의 이툼바 캠프에 사육사 벤자민을 만나기 위해 10년 만에 나타났다.

지난 9월 1일 코끼리 구조·재활단체인 ‘쉘드릭 와일드라이프 트러스트’는 선예와 벤자민이 만나는 모습이 담긴 짧은 영상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공개된 영상 속에서 벤자민이 선예 앞에 앉자, 선예는 벤자민의 손에 코를 갖다 대며 인사를 하고, 간식을 받아먹었다. 선예의 곁에는 녀석이 낳은 새끼 코끼리가 바짝 붙어 있었다.

재회한 선예와 벤자민 | Sheldrick Wildlife Trust 제공

트러스트는 “50년 전에는 고아 코끼리를 우유에 의존해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라며 “선예는 이 같은 상황이 가능하다는 증거다. 야생으로 돌아간 고아 코끼리도 새끼를 낳아 번창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예는 약 20년 전 아프리카 야생에서 어미를 잃고 무리와 떨어진 채 홀로 발견됐다.
이후 쉘드릭 와일드라이프 트러스트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24시간 상주하며 코끼리들을 보살피며 건강과 행복을 책임지는 사육사 벤자민과 친해지게 됐다.

다시 이툼바 캠프로 옮겨진 선예는 이곳에서 스스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을 배웠고, 2009년 독립해 야생으로 돌아갔다.

선예의 어릴 적 모습 | Sheldrick Wildlife Trust 제공

트러스트 전무이사인 롭 브랜드포드는 미국동물매체 도도와의 인터뷰에서 “선예가 야생으로 돌아간 지 10년이 넘었지만, 벤자민이 베푼 친절을 결코 잊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 자란 야생 코끼리가 자신을 키운 인간 가족에게 새끼를 소개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졌다는 사실은 그들의 지능과 가족에 대한 느낌을 말해준다”며 놀라워했다.

선예는 벤자민과 재회한 이후, 여러 번 새끼와 함께 벤자민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 모든 교감은 선예의 생각에 달렸고, 그것이 선예를 길러준 벤자민과의 지속적인 유대감을 훨씬 더 의미 있게 해줬다.

트러스트는 구조 프로그램을 통해 40년 동안 고아 코끼리 160마리를 성공적으로 구조해 야생으로 돌려보냈다. 모든 구조는 특별히 강화된 우유 분유에서부터 송아지들이 방출할 준비가 된 ‘재배 유닛’으로 알려진 보호 구역으로 이동하면서 날씨와 자원 감시에 이르기까지 코끼리의 개별적인 필요에 맞게 조정된다.

트러스트는 페이스북을 통해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고아 코끼리는 특별한 양육이 필요하며, 사육사에게나 서로에게 또는 야생 코끼리로부터 기본적인 생존 기술을 익혀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은 6년에서 10년 정도 걸릴 수 있다.

트러스트는 “고아 코끼리가 인간 보호자를 떠나, 그 영역 밖에서 스스로를 부양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결정하는 건 오로지 코끼리의 의지에 달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