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막음? 퇴직 10년 넘은 中 인민대 교수, 전화로 ‘제명’ 통보

류정엽 객원기자
2021년 12월 31일 오후 10:14 업데이트: 2021년 12월 31일 오후 10:14

퇴직한지 10년이 넘은 중국인 교수가 학교로부터 제명 통보를 받았다. 거침 없는 발언을 막기 위한 조치로 여겨진다.

중국의 인민대학교 사회학과에서 20년 가까이 강의하다가 지난 2007년 퇴직한 전직 교수가 학교 측으로부터 제명 통보를 받았다.

지난 28일(현지 시각) 저우샤오정(周孝正) 전 인민대 교수는 미국 버지니아주 자택에서 중국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걸어 온 한 젊은 여성은 “인민대학이 그를 제명했으며 17일부터 효력이 발생했다”며 “학교를 대표해 통보한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저우 전 교수의 연금 등 퇴직 후 복지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저우 전 교수는 30일 에포크타임스 기자에게 “제명 통지를 받은 뒤 학교로부터 더 이상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퇴직연금에 변동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며 “예전에 퇴직금이 학교에서 중국 은행 계좌로 입금됐지만 이후에는 어찌될 지 모르겠다. 다음 달이 돼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에포크타임스는 인민대 측에 전화를 걸어 이 문제에 대해 문의했다. 약 1분 간의 통화에서 교직원에게서 돌아온 것은 “모른다”는 답변 뿐이었다.

학교 측에서 확인해주지 않아 퇴직 14년이 넘은 교직원이 왜 제명됐는지는 알 수 없게 됐다. 다만, 그의 거침없는 입담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한 것으로 추측된다.

저우 전 교수는 중국 재직 당시 인구 문제, 빈부 격차와 같은 사회 문제에 대해 과감한 견해를 밝히며‘베이징의 논객’(京城名嘴)으로 불렸다. 그의 강의는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인민대 교직 생활을 마치고 2007년 퇴직한 그는 2018년 미국 버지니아로 이주해 정착한 뒤 1인 미디어를 시작해 거침 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여러 시사평론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다수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의 발언 중에는 중국 공산당 체제와 권력자들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이러한 까닭에 지난 몇 년 간 저우 전 교수에 대한 압력이 수시로 발생했다.

2016년 중국 언론은 ‘왜 저우샤오정 현상인가’(何為周孝正現象)라는 글을 통해 공개적으로 좌표를 찍었다.

이 글에서는 저우 전 교수를 포함한 몇몇 중국 출신 학자들을 향해 ‘당의 음식을 먹고 당의 냄비를 부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산주의 체제로 밥 벌어 먹고 살았으면서, 이제는 먹을만하니 체제를 비판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산당과 추종세력들이 중국과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는 개인·기업·정부를 공격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너도 공범인데 이제 와서 손털려고 하느냐’며 조직원 이탈을 막으려는 조직 범죄단의 논리와 유사하다.

얼마 전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된 제품을 자사 공급망에서 배제하겠다고 했던 미국 반도체 제조사 인텔 역시 이러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저우 전 교수는 ‘공산주의 체제로 밥 벌어 먹지 않았느냐’는 비판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항변했다.

그는 “난 완전히 나 혼자 노동을 했다. 19~29세 때 월 30위안(약 5600원)을 받고 병단(兵團·집단농장이나 기업형태의 준군사조직)에서 농사를 지었다”며 “내가 먹고 살 것 이상의 가치를 생산했지만 대부분 약탈당했다”고 말했다.

인민대 교수 생활 역시 넉넉한 봉급을 받고 체제가 제공하는 혜택을 누린 삶이 아니었다며 “뭐가 당의 밥을 먹었다고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단 한푼도 당의 밥을 먹지도, 당의 냄비를 부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의 냄비를 부순 이는 내가 아니라, 나를 비판하는 이들(공산당)”이라며 “현재도 중국에서는 후야오방(胡耀邦), 자오쯔양(趙紫陽)과 같은 이름을 입에 함부로 올릴 수 없다”고 꼬집었다.

후야오방과 자오쯔양은 1980년 각각 공산당 총서기와 국무원 총리로 임명돼 중국의 정치·사회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인물이다. 후야오방은 2015년 복권됐으나, 자오쯔양은 그렇지 못했다.

저우 전 교수의 발언은 개혁으로 공산당 체제를 개선해 정치와 경제를 발전시킬 가능성을 보였던 두 사람을 실각시키고 여전히 쉬쉬하는 당내 강경세력이 오히려 당의 냄비를 부수고 있다는 신랄한 지적을 담고 있다.

그는 중국에 있을 때 중국판 카톡인 위챗(WeChat·微信) 계정이 두 번 이상 차단됐고 일부 강의 동영상도 삭제당했다. 중국 온라인에서도 그의 이름은 수개월 전부터 완전히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취재진이 중국 대표 검색엔진 바이두(百度)에서 저우샤오정을 검색한 결과, 관련 정보를 한 개도 찾을 수 없었다.

중국에서 ‘기록 삭제 처분’을 받은 그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타인의 기록뿐 아니라 자신의 기록도 끊임없이 지우고 다시쓰기 하는 집단이다.

지난 7월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와 관련, RFA와 인터뷰에서 저우 전 교수는 “창당 100주년 행사는 거짓의 역사를 거짓말로 뒤덮은 것”이라며 “공산당은 집권 정통성을 위해 역사를 날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공산당의 사악한 운동과 투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고난을 겪었다며 중국의 변화를 위해서는 중국인들이 각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을 통한 중국인들의 각성은 그가 미국에서 1인 미디어를 통해 중국을 향한 직설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이 기사는 닝하이중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