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열흘 남긴 트럼프에 뿔난 펠로시, 펜스에 “24시간” 최후통첩

한동훈
2021년 01월 11일 오후 3:47 업데이트: 2022년 05월 28일 오후 7:18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재차 요구하며 24시간 이내에 이행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일요일이었던 10일(현지시각) 저녁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하원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 불능을 선언하기 위해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하도록 한다. 부통령과 내각 과반이 찬성해야 발동되는데,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 상·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 동의가 있어야 발동할 수 있다.

앞서 펜스 부통령은 지난 7일 이같은 요구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언론을 통해 전해진 바 있다. 펜스 부통령과 내각 인사들은 대통령 임기가 채 2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수정헌법 25조 발동 시도는 오히려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펠로시 의장은 펜스 부통령에게 “24시간 내에 실행하라”며 최후통첩을 고했다. 민주당의 요구에 펜스 부통령이 따르지 않을 경우, 하원은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의 책임을 물어 대통령 탄핵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6일 워싱턴DC에서는 트럼프 지지 시위대와 급진좌파 세력인 BLM, 안티파(Antifa) 회원 등이 섞인 집단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찍 지지자들에게 “의사당과 경찰을 공격하지 말라”고 말했고, 사건이 벌어진 후에는 “평온하게 집으로 돌아가라”는 영상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당선자와 언론, 의원, 전직 관료들과 비판적인 측에서는 폭력을 선동했다며 비난의 화살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렸다.

민주당 하킴 제프리스는 폭력 사주 혐의로 대통령을 기소하기 위한 특별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법사위원회 표결 없이 바로 상원으로 넘겨 남은 대통령 임기 내에 통과시키겠다는 발언도 나왔다.

그러나 1월 20일 내에 결의안을 상원까지 통과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게 미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상원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상원은 현재 만장일치로 승인된 휴회 명령에 따라 휴회 중이며 19일까지 특별회의를 3일에 한 번씩 프로 포마 세션(pro-forma sessions)을 개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원은 만장일치가 아니라면, 하원에서 넘긴 탄핵 결의안을 포함해 프로 포마 세션 동안 어떠한 업무도 진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프로 포마 세션은 휴회를 피하고자 몇 분간만 진행하는 형식적인 임시 회기다.

이에 따르면, 현재 상원이 사실상 휴회 중인 가운데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보낼 경우 상원의원 100명이 전원 동의해야 표결 등이 가능한데, 이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매코널은 “이러한 만장일치 동의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상원이 1월 19일 정기국회를 재개할 때 상원 탄핵 규칙에 따라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상원과 하원이 모두 신속히 움직이지 않는 한 상원 재판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된 후에”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펠로시 의장은 탄핵 추진을 위한 사전 단계에 돌입한 모양새다.

그녀는 지난 8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워싱턴DC 복귀 준비를 요청하며 전화로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

탄핵 절차가 개시될 경우 민주당은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를 도둑맞았다”며 유권자 사기, 부정선거, 위헌적 선거법 개정 등을 거론한 집회 연설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 연설이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는 주장을 펼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폭도와 일부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한 후 트럼프 대통령이 귀가를 촉구하며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 메시지는 폭력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삭제당했다.

에포크타임스는 백악관에 관련 논평을 요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