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사람이 없다…코앞 닥친 인구절벽 늦기전에 대처해야

이윤정
2022년 07월 4일 오후 6:00 업데이트: 2022년 07월 4일 오후 6:38

2050년 인구 절반은 65세 이상…정년 연장 논의 본격화
30년 뒤 청년 1명이 노인 1명 먹여 살려야
‘노인’ 나이 70세로 바꿔야…찬성 62%

2020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의 수)은 0.84명을 기록했다. 그 해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도 한국전쟁 이후 처음 발생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더 떨어졌다.

유엔(UN) 인구통계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이 1명도 안 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한국 고령화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르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인구절벽’ 위기를 넘지 못하면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문제연구소가 예측한 대로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하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 미국 경제학자 해리 덴트가 주장한 ‘인구절벽’은 어느 순간 인구가 급감해 마치 절벽이 깎인 것처럼 역삼각형 분포가 된다는 이론이다.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지속하면서 2050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절반이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가 될 전망이다.

통계청이 지난 6월 28일 발표한 ‘장래가구추계: 2020∼2050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는 2020년 464만 가구에서 2050년엔 1137만5000가구로 늘어날 예정이다. 전체 가구에서 고령자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22.4%에서 2050년 49.8%로 증가하는 것이다. 30년 뒤엔 전체 가구의 절반이 노인 가구라는 의미다.

특히 독거노인이 지금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통계청은 고령자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이 2020년 161만8000가구(34.9%)에서 2050년에는 467만1000가구(41.1%)로 높아질 것으로 관측했다.

정부, 정년 연장·폐지 거론

2050년에는 일할 사람이 전체 인구의 절반밖에 안 된다는 뜻이다. 인구 절반이 나머지 절반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부양 부담을 덜고 인구 절벽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생산연령인구 기준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생산연령인구는 직업에 종사할 수 있는 인구 계층으로, 현행 통계상 15~64세까지 인구를 가리킨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3738만 명(72.1%)에서 2050년 2419만 명(51.1%)으로 줄어든다. 특히 주요 생산연령인구인 25∼49세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36.8%에서 2050년 23.1%까지 감소할 예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를 기존 64세에서 69세로 조정할 경우 2070년 노년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고령 인구 비율)는 기존 100.6에서 74.4로 줄어든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주로 저출산에 초점을 맞춘 인구 정책을 인구 감소에 대한 적응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는 모양새다. 최근 경제활동인구 확충 방안으로 정년 연장·폐지가 거론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6월 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는 따르면,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위해 추진할 과제 중 하나로 ‘고령자 계속고용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포함됐다. 만 60세인 정년을 65세 등으로 늘리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 정년 이후에도 기업이 고령층을 다시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놓고 사회적 논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정년을 연장하기 위해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임금 체계 개편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청년층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세대 갈등도 극복해야 한다.

인구학자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구 미래 공존’ 저서에서 인구 감소 충격에 대한 해법으로 “내국인을 대상으로 노동시장의 구조를 바꿔 인구절벽 시작 시점을 2040년 뒤로 미루고 그사이에 외국인의 이주 혹은 또 다른 대안을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인 공존 전략이다”라고 제언했다.

노인 의료비 해마다 증가

노인 인구가 늘면서 노인 의료비가 해마다 증가하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 중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6월 2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2년 1/4분기 건강보험 주요 통계 개요’ 자료에 의하면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가 매년 오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특히 노인진료비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비는 건강보험이 의료기관에 지불한 진료비와 환자가 의료기관에 직접 낸 본인부담금을 합친 것이다.

지난해 노인 진료비는 2016년과 비교해 5년 만에 1.6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65세 이상 건강보험 적용인구는 844만9000명으로, 전체의 16.4%를 차지해 작년보다 더 증가했다. 이런 추세대로 가면 노인 진료비가 전체 진료비의 절반 이상에 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금 개혁 더 미루면 안 돼

연금 개혁을 더 미뤄선 안 된다는 의견도 많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데다 저출산 ‘인구절벽’까지 맞물리며 국민연금 고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국민연금 수급자가 600만 명을 돌파했다. 500만 명을 넘어선 지 25개월 만이다. 국민연금 수급자는 2030년 874만 명, 2040년 1290만 명으로 갈수록 급증할 전망이다.

정부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 속할 경우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지급액을 현재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생길 수 있는 경제적·심리적 손해를 최소화하고 노후 소득 보장기능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세제 혜택 확대 등으로 개인·퇴직 연금 가입률과 수익률 제고를 유도해 사적연금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노인’ 기준 70세로 높여야…찬성 62%

이와 더불어 노인의 나이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존재한다. 현재 65세인 법적 노인 연령은 연금 및 복지 수급, 지하철 무임 승차 등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노인의 나이 기준을 높이는 것에 대해 찬성 여론이 반대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6월 27∼29일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기초연금 수령, 지하철 무료 승차 등 혜택이 주어지는 노인의 연령을 만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방안’에 대해 62%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반대는 34%로 조사됐다.

정년을 만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것을 두고는 찬성이 84%, 반대는 13%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