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위 예산 5년 후 2배 증액 추진, 방위 산업 연구소 신설도 추진

최창근
2022년 10월 19일 오후 8:33 업데이트: 2022년 10월 19일 오후 8:33

일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이 방위 예산을 5년 내에 2배 이상 증액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세원(稅源)으로는 ‘법인세’ 증세가 거론된다.

10월 18일,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은 “대규모 증액이 확실시되는 방위비 재원으로 법인세가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경기 침체 속에서 재원 마련을 위한 방법이 없는 것에 더하여 최근 기업 투자 독려 차원에서 법인세율을 인하했지만 경기회복에 실효가 없다.”고 해석했다.

경제산업성 대신(장관)을 지낸 미야자와 요이치(宮澤喜) 자유민주당(자민당) 세제조사회 회장은 10월 17일 “방위비 재원에 대해 “법인세·소득세를 포함해 백지 상태에서 모두 검토한다.” 밝혔다.

일본 정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제정된 ‘평화 헌법’에 의거하여 이른바 ‘1% 룰’을 지켜왔다. 전체 방위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으로 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부상하고 북한이 핵·장거리 미사일을 시험하는 등 동아시아 안보 환경이 변하자 방위력 증강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목표는 방위 예산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평균 수준인 GDP의 2% 수준으로 늘리는 것이다. 이 계획에 의하면 2022년 5조 4000억 엔인 방위 예산을 감안 할 때 5년 후에는 약 5조엔(48조원) 이상의 재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법인세 등 세금으로 이를 충당하려 하지만, 고(故) 아베 신조(安倍 晋三) 총리를 구심점으로 하는 이른바 아베파 등 자민당 내 강경파들은 “추가 소요 방위 예산을 전액 국채 발행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여론은 부정적이다. 일본 정부 부채는 2022년 기준 GDP 대비 277%로서 세계 1위이다. 부채 총액은 한화 1경 원을 돌파했다.

‘마이니치신문(毎日新聞)’은 “항구적인 재원 소요가 필요한 방위 예산의 성격을 감안할 때 자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전액 국채 발행 충당은 부정적 여론이 강하다.”고 전했다.

방위 예산 증액 규모가 큰 만큼 다른 부문 예산을 줄여서 충당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일본 내에서는 방위 예산 재원 마련 수단으로 법인세·소득세·소비세 등 3대 세목에 대한 증세가 검토 대상으로 꼽힌다.

하지만 소비세와 소득세 인상은 문제가 있다. 소비세는 사회보장 재원으로 주요하게 사용하고 있어 방위비 목적의 증세가 쉽지 않고, 물가가 급등하는 속에서 소득세 인상도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법인세 증세가 유력 대안으로 검토된다.

역대 일본 내각은 자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 실질 임금 인상, 투자 활성화를 명분으로 법인세율을 지속적으로 인하해 오고 있다. 다만 실제 효과는 미지수이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인 2015년 이후 법인세가 인하됐지만 임금 인상과 투자 실적은 미비했다. 그러나 기업 사내 유보금은 40%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법인세 인하가 임금 인상과 투자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평가이다.

일본 방위성 방위장비청 로고. | 일본 정부.

한편 일본 방위성은 차세대 전쟁 수행에 필요한 첨단 군사 기술 연구를 지원할 연구소 설립을 추진한다.

2024년 방위성 방위장비청(방위사업청 해당) 소속 연구소로 인공지능(AI), 무인기, 양자기술, 전자파 등 군사뿐만 아니라 민간 분야에서도 사용될 수 있는 기초 기술 연구 지원을 수행하게 된다.

이들 분야는 미래전에서 전쟁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분야로서 미국과 중국이 치열하게 우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도 기술개발로 미일 동맹 억지력 강화로 연결하겠다는 복안이다.

‘요미우리신문(讀賣新聞)’은 또 다른 추진 배경으로 “일본 과학계는 안보 분야 연구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했다. 미국과 중국과 비교하면 민관 연구 협력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가가 주도하고 후원하는 전문기관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현재 방위장비청에는 민간 연구를 보조하는 ‘안전보장기술 연구추진제도’가 존재하지만 예산이 연간 100억 엔(약 953억 원)에 불과하고 지원 기간도 2∼3년으로 한정돼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추진하는 신설 연구 기관 벤치마킹 모델은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국방혁신유니트(DIU)로 알려졌다.

DARPA는 민간에 투자하기 어려운 위험성 높은 연구를 지원해 인터넷과 위치정보시스템(GPS) 개발에 기여했다. DIU는 기업과 연계해 통신망, 무인기 사용 신기술을 발굴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새로운 연구 기관은 연간 1조 엔(약 9조 5천억원) 규모의 지원을 목표로 할 것이며 일본이 기술을 개발하면 미일 동맹의 억지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일본 방위장비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