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빅테크, 언론의 자유 결정권자 됐다” 비판

한동훈
2021년 01월 13일 오후 12:39 업데이트: 2021년 01월 13일 오후 12:39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 계정 차단과 관련해 “빅테크가 사실상 언론 자유의 결정권자”라고 지적했다.

머스크 CEO는 11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윗에 한 기사를 공유하며 “많은 사람이 실리콘밸리의 하이 테크 기업들이 언론 자유의 결정권자라는 사실에 매우 불만스러울 것”이라고 썼다.

해당 기사는 역설적 표현의 풍자적 기사로 유명한 뉴스사이트 ‘바빌론 비’가 게재한 것으로 “위험하고 사악하고 전능한 파시스트 나치 독재자가 검열되고 퇴임투표에 부쳐졌다”고 썼다. 민주당의 대통령 탄핵 추진과 빅테크의 검열을 꼬집는 내용이었다.

머스크의 트윗에는 한 이용자가 동의를 나타내며 “실리콘 밸리의 하이 테크 기업들은 혐오 발언을 금지하는 것과 싫어하는 말을 금지하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머스크는 “이것은 중요한 차이점”이라며 다시 댓글을 달아 화답했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독재자를 검열할 수는 없다. 독재자는 검열하는 사람”이라며 트위터의 트럼프 검열에 내재된 모순 상황을 지적했다.

민주당과 좌파성향의 SNS가 트럼프를 ‘독재자’로 몰아세우며 검열하지만, 검열을 당하는 사람이 무슨 독재자겠냐는 일침이었다.

머스크의 이날 트윗은 지난주 빅테크가 “폭력 추가선동 위험”을 이유로 트럼프와 지지자들을 침묵시키는 가운데 나왔다.

트위터는 8일 트럼프의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다.

애플과 구글은 트위터 대안 SNS로 인기가 치솟은 팔러(Parler)를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아마존은 가장 결정적 제재를 가했다. 팔러에 웹 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던 아마존은 서비스를 중단해 팔러를 무너뜨리려는 빅테크의 행렬에 가담했다. 이로 인해 팔러는 11일부터 접속불능상태다.

이들 빅테크는 팔러가 위험하고 유해한 콘텐츠를 허용했다며 비난했다.

트위터가 트럼프 계정을 영구 정지시키기 하루 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는 빅테크에 “트럼프를 영구 금지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미셸 전 영부인은 자신의 트윗을 통해 “지금은 실리콘 밸리 회사들이 이 괴상한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그만두고, 이 사람(트럼프)을 플랫폼으로부터 영구적으로 금지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어 “그들(빅테크)의 기술이 국가지도자들의 반란 선동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더 나아가야 할 때”라고 했다.

빅테크의 선별적 콘텐츠 검열에 동조하는 측에서는 이들이 사기업이며 그렇게 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대 측에서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이란의 하산 로하니 등 자국민을 폭력적으로 탄압하는 독재자들은 여전히 트위터를 사용하는데 트럼프를 제재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세계 지도자들은 검열을 비판하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권력 남용이자 정치적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사기업이 자의적 판단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고,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디지털 규제를 디지털 재벌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반사 이익을 얻은 기업들도 나타났다. 팔러를 포함해 시그널, 텔레그램, 갭(Gab) 등은 빅테크들의 트럼프 계정 차단 이후 사용자가 급증했다.

한편, 머스크는 왓츠앱이 사용자들에게 페이스북과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강요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자신의 트윗에 “시그널을 쓰자”고 썼다. 시그널은 암호화된 메신저 앱이다.

머스크는 1년 전에 시그널에 기부했으며 “더 많이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는 올해 1월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