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부채함정’은 中공산당을 따른 대가

허칭롄(何淸漣)
2019년 05월 16일 오후 5:45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20

2017년 ‘일대일로’ 첫 정상회담 이후 베이징에 불만을 가졌던 국가들이 두 번째 정상회담을 통해 상호 지지를 표명하며 중국 국기 아래 다시 뭉쳤다.

여기에는 새로운 회원국인 스위스는 물론, 이전에 미국과 IMF에 ‘중국에 투자했다가 부채 덫에 빠졌다’고 불평했던 말레이시아와 미얀마도 포함된다.

각국은 충성 의지를 표했을까? 그리고 중국 공산당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가?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급감했던 2017년 5월 1차 정상회담 때와 비교하면 2차 정상회담은 여러 가지 매력이 있다.

첫째, 각국은 중국 공산당에 거는 기대치를 조정했다. 중국 공산당의 대규모 자금 지원을 기대하긴 해도 2017년 목표치보다 훨씬 현실적인 수준이었다.

5월 4일,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중국 금융잡지에 기명 기사를 실었다. 주요 내용은 일대일로의 투자 및 금융 협력은 일방적인 재정 지원이 아니라 지출과 위험, 그리고 이익을 공유하기 위해 이익 공동체를 공동으로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국내 저축과 국제 자본을 더 많이 일으키기 위해 중국 위안화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중국은 ‘향후 투자는 중국 위안화를 자본의 주요 소스로 삼아야 하고 합작투자를 해야 한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이는 미국 달러로 지원받기를 바랐던 국가들을 실망시켰다. 따라서 2017년부터 일이 터지기 시작했다. 일대일로 국가들은 중국에 프로젝트 중단을 요구하는 한편, 중국이 부채를 늘렸다고 IMF에 외치면서 지원을 요청했으며, 결국 ‘일대일로가 참가국들을 ‘부채 덫’에 빠뜨렸다’는 주장을 미국이 지지하고 나섰다.

이런 경험 때문에 2차 정상회담 때는 많은 참가국이 그저 상황만 살필 뿐 1차 때보다 기대가 높지 않았다. ‘중국이 돈을 가지고 있는 한은 좋다’는 이탈리아의 태도가 전형적이다.

2차 정상회담에는 중요한 새 회원이 다수 포함됐다. 이탈리아와 스위스가 참석했다. 이탈리아는 G7 회원국 중 처음으로 일대일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나라로, 상징적 의미가 뚜렷하다.

스위스는 더욱 중요하다.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BBC가 발표한 기사는 이 점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 스위스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금융서비스 산업을 가지고 있으며, 스위스에는 수많은 국제기구의 본부가 있다. 중국으로서는 스위스의 독특한 ‘중립적’ 정치 지위가 일대일로에 아주 중요하다. 독일은 불만족스럽긴 하지만, 이탈리아가 참여하는 문제가 그리 심각하지 않다. 오히려 독일은 EU의 단체교섭력을 통제하기 위해 유럽 지도자들이 주도적 지위를 유지하자고 주장한다.

둘째, 중국 정부는 경제협력에 초점을 맞추는 데 매우 전략적이고, 국제 규제에 부응할 것을 약속했다. 이러한 태도 표명은 참가국들이 협력하는 데 매우 좋은 구실이 됐다.

중국은 2013년 ‘일대일로’ 사업을 시작했다. 루파이트(Lufite)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의 총 가치는 3조 7천억 달러이며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남미 등 수십 개국을 커버한다. 첫 번째 일대일로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확대하는 데 의욕을 갖고 중국 모델을 선전하면서 ‘중국이 세계화의 새로운 리더가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런 점이 일부 국가에는 경종이 됐다. 무역전쟁 중인 미국은 중국의 ‘공산주의 확장’을 의심하며 다양한 비판을 쏟아냈고, 덩달아 일부 일대일로 국가도 주춤했다.

2차 정상회담 때 중국은 목소리를 낮추고 여러 나라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쪽으로 초점을 옮겼다. 일례로, 세계은행과 공동으로 ‘일대일로의 환경 및 사회적 기준’에 관해 연구할 것을 제안했다. 일대일로의 투명성을 의심하고 이념 수출을 우려하는 시각을 의식해 “부채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채무 지속가능성을 분석하는 틀을 구축한다”고 설명했다. 공동성명 초안은 또한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37개국 정상이 프로젝트 파이낸싱 문제에 합의하고, 글로벌 채무 목표를 준수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2018년 10월부터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중국이 자신들을 ‘부채 덫’으로 몰고 갔다”며 비난했다. 미국도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2018년 10월 3일, 미국 상원은 2018년 개발법(BUILD)을 93대 6으로 승인했다. 이 법에 따라 해외 민간투자공사(OPIC) 등 개발원조기구를 통합해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를 신설한다.

새 기관은 600억 달러를 지원받게 되며, 에너지, 항만, 상수도와 같은 인프라 프로젝트를 위해 개발도상국에 원조 차관을 제공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민주국가들은 중국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보다 훨씬 더 제한적이고 비효율적으로 국가 자원을 이용한다(물론 이런 결과는 민생을 무시하는 데서 비롯된다).

따라서 미국의 투자는 계획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중국은 실질적으로 실제 자금을 투입했다. 전 세계 국가들은 지금 ‘실업률이 심각하다’는 공통의 문제에 직면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의 고용률은 현재 7년 만에 가장 낮고, 2018년 말 청년 실업률은 무려 30.8%나 됐다. 2019년 1월 그리스의 청년 실업률도 39.7%다. 각국의 지도자에게 중요한 사안은 세계에서 전제적 지배를 없애는 일을 돕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유럽연합 주요 강대국들의 반발 속에 이탈리아가 중국과 일방적으로 협력하기로 한 것은 현실적 고려에서 비롯됐다. “집의 창턱에서 바라보면, 이것(중국의 바도항 건설)은 확실히 아름다운 경치는 아니지만, 일자리를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좋은 일이다”는 말이 이런 상황을 대변한다.

인구가 8000명에 불과한,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바도 리게르 입장에서는 중국이 투자함으로써 일자리가 약 400개 생겼고, 이는 지방정부와 주민 모두를 매우 행복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바도 시장은 도이체 벨레에 “강력한 투자 파트너가 새로운 기회와 새로운 자본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일련의 조약·계약·규제가 있어 중국 자본이 부채나 노동권 침해 문제를 일으킬 염려도 없다. 그래서 시장은 “중국인들은 문제가 없다. 그들은 돈을 가져오고, 매우 환영받는다”고 했다. 크로아티아, 나이지리아 등 다른 나라에도 같은 원리가 작동된다. 중국과 일대일로 국가들이 관계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연결 고리는 돈이다.

2년 전 스리랑카는 함반토타 항만 건설과 관련해 중국에 대출금을 갚지 못해 99년간 항만 전체를 중국에 임대했다. 이 사건은 일대일로 부채 덫의 전형적인 사례로 지목되면서 비판을 받아왔다. 얼핏 보면 현재 일대일로 참여국들은 채무상환이라는 시장원리를 잊은 듯하다. 사실 이런 종류의 사고는 그 뿌리가 있다.

서구 미디어는 좌편향적이며, 가치 시스템에 항상 우선순위를 두었다. 경제의 중요성, 특히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수행하는 역할의 중요성은 항상 약간 간과됐다. 그러나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이후 사회주의 정책이 민주당 선거운동에서 선호 포인트가 되자 경제 문제는 미국 유권자의 주요 관심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우려 속에서 서방 언론들은 1992년 대선 유세에서 빌 클린턴이 부시를 물리치기 위해 사용했던 유명한 말을 무의식적으로 인용하곤 한다. 바로 “문제는 경제잖아, 바보야!”라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기회를 빌려 전 세계 좌파 정치인들에게 ‘경제 운영을 잘해야’ 유권자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다. 실제로 이 진실은 세계 모든 나라의 정치뿐만 아니라 각국이 중국의 일대일로 부채 덫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에도 적용된다. 왜냐하면 중국의 돈을 얻어야만 그들은 경제를 운영하고 유권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경제 발전은 한 국가만의 문제였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 상태는 다른 나라들을 ‘줄 서는’ 데 익숙해지게 만들었다. 이데올로기적 이유 외에도 각 나라(특히 매우 강한 이데올로기가 없는 나라)가 한쪽을 선택하면 강대국 경제의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다.

많은 중소국은 자국의 경제를 발전시킬 방법이 없자 미국과 소련의 갈등을 정치적 ‘시소’로 이용했다. 혜택을 더 많이 주는 편에 서는 정치적 놀음을 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은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그들 자신의 ‘소프트 파워’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믿으며 공공선(公共善) 역할을 떠맡았다. 다른 나라들은 이것이 미국의 책임이라며 당연시하고 감사할 필요를 느끼지도 않는다. 반면 중국은 돈의 위력을 매우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유엔 내에서 관계를 만들어왔다. 인권 문제에서도 돈이 개발도상국들에 미치는 영향력이 충분히 입증됐다.

중국의 목표는 미국의 제약을 받아야 한다

중국 공산당 공식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2019년 3월 현재 125개국과 협력 조약을 체결했다. 이들 국가는 세계 GDP의 36%, 세계 전체 인구의 60%를 차지한다. 그런 힘든 노력이 정말 사업 기회를 따내기 위한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2차 일대일로 정상회의 때 중국은 외부 세계의 의구심을 잠재우기 위해 해명 작업을 많이 했다. 각국은 유럽과 아시아의 대륙을 더 가깝게 하는 중국의 포괄적인 교통과 인프라를 이용하는 것이 무역과 인적 교류를 심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고 중국의 설명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일대일로의 전략 지정학적 중요성도 이해하고 있다. 일대일로의 목적은 중국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참여국들의 중국 의존도를 높이는 것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일대일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규칙과 규정을 제정하고 글로벌 구조를 재편하는 권한을 얻었을 것이다.

각국은 또한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에 불만을 가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미국 전략 전문가들은 대체로 중국 공산당의 일대일로 건설에 대한 지속적 홍보를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유라시아의 지리경제적, 지정학적 균형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 표준, 군사 안보, 국제 개발 등 많은 분야에서 미국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수립한 세계 패권의 기반마저 훼손한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의 강력한 도전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두 강대국 사이의 패권 투쟁은 필연적으로 많은 나라에 재정적 지원을 구할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다.

중국의 ‘부채 덫’에 뛰어드는 나라들은 냉전 이후 아시아 국가들이 품어온 ‘경제적 이익을 위해 중국에 의존하고, 정치적 안보를 위해 미국에 의존한다’는 생각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을 뿐, 과거의 냉전 시대의 시소 모델로 회귀하고 있다

2018년 10월 중순에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가 IMF와 미국에 아우성을 칠 때와 같은 상황이 필연적으로 재발할 것이다. 왜냐하면 불평하는 것도 권리를 좋은 조건에 팔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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