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초한전은 중국식 전략전술의 핵심 ‘모략’의 최신버전”

軍 출신 중국전문가 임방순 박사

최창근
2023년 03월 21일 오후 5:03 업데이트: 2023년 03월 21일 오후 5:21

중국의 초한전 주 대상에는 대한민국도 포함
공자학원, 비밀경찰서, 초한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중국식 ‘모략’
중국공산당의 국공내전 승리 원인은 정치작전
중국은 대(對)한국 여론전 강화할 것…친중 여론 형성이 목표

중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전개하는 ‘초한전(超限戰)’에 대한 경고음이 국내에서도 커지고 있다. 경고음을 울리는 이 중에는 한 예비역 육군 정보장교도 있다. 임방순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임방순 박사는 군(軍) 출신 중국 전문가이다. 육군사관학교 중국어과 37기 졸업‧임관 후 대만 삼군대학(三軍大學‧현 국방대학) 육군지휘참모학원을 거쳐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역 장교 시절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주중국한국대사관 육군무관 등을 역임했다. 육군 대령으로 예편 후 국립인천대 교수, 국방대학 교수로 활동했다. 저술로는 ‘어느 육군 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2022)’가 있고 ‘중국의 정보조직과 스파이 활동(2022)’ 번역에도 참여했다.

“중국 전통의 모략 사상은 ‘초한전(超限戰)’ 이론으로 발전했으며 한국도 초한전의 대상이다.”라고 역설하는 임방순 박사를 3월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마주했다.

임방순 박사. 예비역 육군 대령으로 주중국한국대사관 무관,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등을 역임한 중국 전문가이다. | 박재현/에포크타임스.

저서 어느 육군 장교의 중국체험 보고서에서 모략(謀略)’을 중국과 중국공산당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제시했습니다.

“중국공산당(中國共産黨‧CCP)은 1921년 창당 시부터 중국국민당(中國國民黨‧KMT)의 핍박에 시달렸습니다. 늘 감시당하고 쫓기는 처지였죠. 중국 대륙을 장악한 국민당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방법’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이 속에서 중국공산당은 생존을 위하여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주목할 점은 국민당 내부에 심은 간첩(間諜)의 존재입니다. 국민당 수뇌부에 간첩을 침투시키고, 상대방을 끊임없이 속이고 분열시키는 공작을 전개하였습니다. 바로 모략(謀略)입니다. 다수 한국인들은 ‘모략’이라고 하면 중상모략(中傷謀略)이라고 부정적으로 인식하지만 중국인들은 ‘모략=지략(智略)’으로 해석합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모략을 현대 경영학에서 말하는 ‘전략적 사고(Strategic Thinking)’라고 옮겨도 무방하다 봅니다. 결과적으로 중국공산당은 국공합작(國共合作)과 국공내전(國共內戰)을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강했던 국민당에 승리하였습니다. 1949년 장제스(蔣介石)의 중화민국(中華民國) 국민정부(國民政府)를 대만(臺灣)으로 쫓아냈습니다. 이어 중‧소 갈등 속에서 공산주의 국가의 원조이자 역시 중국공산당에 비해 강력한 상대였던 소련공산당과 대결하였고 오늘날에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공통적인 점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다는 점이죠. 정리하자면 중국공산당은 지난날 중국국민당에 승리한 요체(要諦)인 모략을 기반으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상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초한전(超限戰)’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임방순 박사가 언급한 초한전(超限戰)은 ‘한계(限界)를 초월(超越)한 전쟁(戰爭)’이라는 의미로서 2000년대 들어 중국공산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전개하는 새로운 전쟁론이다. ‘초한전’이라는 용어와 개념은 1999년 당시 중국 인민해방군 대교(大校‧상급대령)이었던 차오량(喬良)과 왕샹수이(王湘穗)가 공동 집필한 ‘초한전(超限戰)’에서 유래하였다. 해당 도서는 출간 후 중국공산당과 인민해방군의 전략전술을 이해하는 하나의 지침서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 8개국에서 번역되었다. 미국 육군사관학교, 해군대학 교재로 채택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미국을 파괴하는 중국의 마스터 플랜(China‘s Master Plan to Destroy America)’이라는 부제가 붙어 번역됐다. 한국에서는 예비역 소령 출신 이정곤 박사의 번역으로 2021년 ‘초한전(超限戰): 세계화 시대의 전쟁과 전법’으로 출간됐다.

한계를 초월한 전쟁이라는 뜻의 초한전이 중국 전략전술 발전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1999년 인민해방군 공군 대교(상급대령)이던 차오량 중국 국방대학 교수와 왕샹수이 중국 항공항천대학 교수가 저서를 통해 초한전 이론을 처음 제시했습니다. 이후 국방대학, 인민해방군 전략 교재로 채택되었고 오늘날까지 개정판 출간을 거듭하며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014년 출판 15주년 기념회에서 저자들은 ‘초한전이 인민해방군의 전략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술회하기도 했습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초한전도 중국 전통 전략전술론과 맥이 닿아 있습니다. 제 판단으로는 초한전은 중국 전통의 모략사상을 오늘날 상황에 부합하게 적용했습니다.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한 개념과 방법은 2500여 년 전 춘추전국(春秋戰國) 시대나 오늘날이나 동일합니다. 다만 ‘수단’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현대는 ‘손자병법(孫子兵法)’ 시대에 비하여 첨단 IT기술이 발달했습니다. ‘초한전’ 원전에서는 우주전, 전자전, 사이버전, 기술전, 마약전, 언론전 등 이른바 ‘24전법’을 예시로 들었는데 수단을 구체화한 것입니다.”

중국공산당 전략전술과 초한전의 상관관계는 무엇인가요?

“중국공산당은 초한전을 군사전략 이론에서 국가전략 이론으로 격상시켰습니다. 특히 2012년 시진핑(習近平)이 중국공산당 총서기 취임 시부터 주창하고 있는 이른바 ‘중국몽(中國夢)’,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초한전을 채택하였다고 판단합니다. 시진핑 이전 후진타오(胡錦濤) 집권기에는 ‘화평굴기(和平崛起)’라고 하여 중국의 평화로운 부상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시진핑 시대에는 달라졌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는 ‘중국의 굴기(崛起)=세계 패권을 노리는 중화제국(中華帝國) 부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이 패권국 미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경제력, 국방력 등 종합 국력에서 열세(劣勢)에 놓인 중국이 미국을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고, 초한전 전개가 필요한 것입니다. 미국을 위시한 서구에서 초한전에 관심을 기울이고 중국공산당을 본격적으로 경계하기 시작한 주요 원인입니다.” 초한전을 한국 연구자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한 ‘중국의 초한전: 새로운 전쟁의 도래’에서 저자 이지용 계명대 교수는 초한전을 마오쩌둥(毛澤東) 전략전술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한국 연구자의 시각에서 초한전을 분석한 ‘중국의 초한전: 새로운 전쟁의 도래’. 이지용 저. | 에포크미디어코리아.

초한전은 마오쩌둥 전략전술론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동의합니다. 초한전은 기본적으로 마오쩌둥 전략전술의 연장선에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한 임방순 박사는 마오쩌둥 전략전술도 시기에 따라 나눠진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마오쩌둥의 전략전술은 제1‧2차 국공내전 시기와 1949년 신중국(新中國), 즉 중화인민공화국(中華人民共和國‧PRC) 성립 이후로 나누어 분석할 수 있습니다. 국공내전 시기에는 주로 유격전, 게릴라전을 전개하면서 통일전선(統一戰線)전술을 사용하였습니다. 핵심은 상대방(국민당)을 분열시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산시(山西)성 옌안(延安) 소비에트(공산당 해방구)에서 전개한 대(對)국민당 전략전술입니다. 제1차 국공내전에서 국민당의 5차에 걸친 초공(剿共‧공산당 토벌)작전으로 마오쩌둥‧저우언라이(周恩來)의 중국공산당은 궤멸 위기에 몰렸습니다. 홍군(紅軍‧중국공산당군)은 스스로 대장정이라 명명한 길고 긴 패주를 했습니다. 당시 국민당은 제6차 초공작전을 전개하여 옌안의 중국공산당을 전멸시키려 하였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는 장제스 예하의 군벌 양후청(楊虎城)에게 접근하여 ‘항일 연합전선 구축’을 골자로 한 비밀협정을 맺었습니다. 이어 장쉐량(張學良)과도 같은 명분을 내세워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그 결과 장쉐량은 시안(西安) 화청지(華淸池)에서 장제스를 감금하는 정변을 일으켰고, 제2차 국공합작이 성립합니다. 역사에 1936년 12월 12일 시안사변으로 기록된 사건입니다. 당시 저우언라이는 양후청과 장쉐량을 ‘일본의 침략전쟁 중에 중국이 내전을 벌여서는 안 된다. 국민당과 공산당이 힘을 합쳐 외적에 대항해야 한다.’고 설득하였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중국공산당은 이를 ‘통전책반(統戰策反)’이라 합니다. 항일(抗日)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일단 내전을 중단시켜 중국공산당은 궤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중일전쟁(1937~45년) 기간에는 최대한 세력을 보존하며 재기를 노렸습니다. 그리고 1946년 재개된 국공내전에서 승리하여 1949년 국민당 정부를 대만으로 축출하고 대륙의 패권을 장악하였습니다.” 국공내전에서 중국공산당 승리 요인을 통전책반에 있다고 정의한 임방순 박사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중국공산당의 전략전술 설명을 이어갔다. “이른바 신중국 건립 후 마오쩌둥의 전략전술은 ‘인민전쟁론’으로 발전합니다. 군사력, 종합 국력에서 압도적인 미국과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 인민을 단결시켜 지구전을 펼친다는 것입니다. 우선 중국인을 대상으로 여론전‧심리전을 전개했습니다. 선전선동술을 사용한 것이죠. 오늘날에는 미국을 위시한 서방선진국, 우리 대한민국을 대상으로 여론전‧심리전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는 중국공산당의 서방 분열공작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공산당은 서구(西歐)를 분열시키려 들고 있습니다. 유럽에 구애 제스처를 보내며 미국과 유럽을 ‘갈라치기’ 하는 것입니다.”

서울 중구 명동 주한국중국대사관 앞에서 공자학원 폐쇄를 촉구하는 공자학원 실체 알리기 운동본부 회원들. | 에포크타임스.

한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공자학원, 중국 해외경찰서 문제는 어떻게 보나요?

“공자학원(孔子學院), 해외경찰서 문제는 유럽과 미국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근본 이유는 중국어‧중국문화 학습 지원, 중국 전통문화 전파(傳播)라는 명분으로 설립된 공자학원이 실제로는 중국공산당 일당독재체제를 홍보하고, 나아가 한국 사회를 ‘친중(親中)’화하는 등 일종의 스파이 활동 거점으로 의심받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구미 각국에서는 공자학원 퇴출이 본격화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공자학원의 예산, 활동내역을 국무부에 보고하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도 공자학원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공자학원이 중국어학습, 문화교류라는 본래 취지에 충실하다면 문제 삼지 않아도 되지만 중국공산당을 선전하고 광의(廣義)의 스파이 거점으로 활용된다면 제재를 가해야 합니다. 해외경찰서도 실체가 드러났다면 즉시 폐쇄해야 합니다. 아직은 수사‧방첩 당국이 조사 중이기 때문에 속단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관련 언론보도, 해외 사례 등을 종합해 볼 때 의혹은 존재합니다. 주지할 점은 공자학원과 해외경찰서는 외견상 서로 다른 기관이고 활동 내역도 다르지만 초한전 수행의 핵심 수단이라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는 점입니다.” 임방순 박사는 아직까지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한국 내 공자학원 문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자학원이 설치된 각 대학이 공자학원 문제에 침묵하는 근본 이유는 중국 측이 제공하는 유‧무형의 혜택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 속에서 ‘공자학원 실체 알리기 운동본부(공실본‧CUCI)’라는 시민단체가 적극 활동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상황을 종합하자면 개별 대학 차원에서 공자학원을 관리‧통제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교육부 등 정부 차원의 대응책이 시급합니다.”

1945년 8월 말, 중일전쟁 종전 후 회동한 장제스(좌)와 마오쩌둥(우). 1946년 재개된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은 승리했고 국민당은 패배하여 대만으로 천도했다. | 위키디피아.

한 기명 칼럼에서 공자학원을 부전승(不戰勝) 전략의 일환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공자학원은 기본적으로 중국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친중 여론을 조성하고, 나아가 친중인사를 육성하는 것입니다. 공자학원은 이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그들의 활동 내역에 비춰 볼 때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자학원이 주최하는 ‘중국어 말하기 대회’ 주제로 중국공산당을 비판하는 내용은 제외시킵니다. 반면 중국공산당의 치적을 이야기하게 하죠. 이 밖에 중국공산당이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서 은근슬쩍 중국공산당 홍보 활동을 하고, 중국에 우호적인 활동을 하는 한국 학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의 활동은 문제가 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우리 속담처럼 이러한 활동이 10년, 20년 지속된다면 어떻겠습니까. 자연스레 중국에 부정적인 여론은 사그라들고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겠죠. 나아가 중국과 갈등 시 한국 여론은 중국의 입장을 옹호하거나 두둔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한국의 친중화’라는 본연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죠. 공자학원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중국은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목표하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합니다.” 매체 기고문을 통해 공자학원, 해외경찰서를 비롯한 중국의 스파이 활동의 위험성을 경고해 오고 있는 임방순 박사는 유창한 중국어 실력과 정보장교로 복무한 경험을 살려 ‘중국의 정보조직과 스파이 활동(中共情報組織與間諜活動)’ 번역에 참여하기도 했다. 대만 군사정보 분야 대부로 꼽히는 웡옌칭(翁衍慶) 전 국방부 군사정보국 부국장(중장)의 저서를 번역‧출간한 책에는 중국 정보조직 현황과 실제 공작 사례가 망라되어 있다.

옹연경 저. 아리산회 번역. ‘중국의 정보조직과 스파이 활동’. | 어문각.

중국의 정보조직과 스파이 활동책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지구상에서 북한을 제일 잘 아는 국가는 같은 한민족 국가인 한국(남한)입니다. 제가 주중국한국대사관 무관(武官)으로 베이징(北京)에서 근무할 때, 중국 정보 전문가들은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늘 저에게 문의하곤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을 제일 잘 아는 국가는 대만입니다. ‘중국의 정보조직과 스파이 활동’은 대만 군사정보 분야에서 평생 일한 웡옌칭 예비역 육군 중장이 중국 공산당을 관찰하고 공작에 대응하면서 취득한 정보, 노하우가 담긴 책입니다. 최일선에서 일한 베테랑 정보장교의 생생한 경험담이 주를 이룹니다. 또 다른 책의 특징은 지난날 중국공산당이 전개했던 수많은 공작 사례(case)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중국 당(黨)‧정(政)‧군(軍) 정보조직 변천사, 정보조직 간 알력과 투쟁 등 광범위한 중국 정보조직과 활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미래의 중국공산당의 스파이 활동을 예측할 수도 있습니다. 보기에 따라서 소설보다 흥미롭고 영화보다 박진감 있습니다.”

중국의 정보조직과 스파이 활동에는 국공내전 시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국민당과 대만을 대상으로 한 중국공산당의 공작활동 사례가 다수 언급되어 있습니다. 국민당과 대만이 공작전에 취약했던 이유는요?

“‘왜! 국민당은 국공내전에서 패하였는가?’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요약하자면 당시 국민당은 절박함이 없었습니다. 안이했던 것이죠. 국공내전 시기 국민당은 군사력에서 공산당을 압도했지만 민심은 국민당을 떠나고 있었습니다. 당시 외국 기자들이 보도한 사례를 들면 이러합니다. 한 마을 주민들이 홍군(공산군)에게 국부군(국민당군) 이동 정보를 제공하면 홍군은 즉시 자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매복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반면 국부군은 홍군 정보를 제공받아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는 것입니다. 일반 중국인의 눈에도 공산당의 승리가 점쳐졌던 것이죠.” ‘중국의 정보조직과 스파이 활동’은 임방순 박사 등이 속한 ‘아리산회’에서 공동 번역했다. 대만의 대표적인 명산(名山) ‘아리산(阿里山)’에서 유래한 모임으로 ‘대만(臺灣)’과 인연 있는 군 친목 모임이다.

아리산회는 어떤 모임인가요?

“아리산회는 대만을 매개(媒介)로 한 친목단체입니다. 대만 소재 대학에 유학했거나, 주대만한국대사관(주타이베이한국대표부)에 무관으로 근무한 인연이 있는 예비역 장교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했습니다. 회원 모두에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대만을 인연의 고리로 삼아 교류‧친목 활동을 합니다. 주한국 타이베이대표부에 부임하는 연락관(무관)을 환영하고, 이임하는 연락관을 환송하기도 하죠. 정기‧비정기 모임을 가지는데 모임 전후로 대만에서는 민요처럼 불리는 ‘아리산의 아가씨(阿里山的姑娘)’을 부르기도 합니다. 마음속의 아가씨는 이미 할머니가 되었겠지만요. (웃음)” 대만, 군대, 아리산이라는 얼핏 보기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3가지 키워드가 어우러져 만들어진 아리산회는 1992년 한국-대만 단교 후 소원해진 양국 관계를 복원하는 민간 외교 사절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현재 회장은 김동명 예비역 육군 준장, 육군사관학교 28기 출신으로 한‧대만 단교 이전 주대만한국대사관 무관을 지냈다.

1940년 무렵 슝샹후이(熊向暉). 국공내전 당시 장제스의 최측근 장군 중 한 사람인 후쭝난(胡宗南)의 정보참모로서 중국공산당이 국민당에 침투시킨 가장 대표적인 스파이이다. | 위키디피아.

국공내전 패배로 인한 이른바 국부천대(國府遷臺국민당 정부 대만 파천) 후 장제스 총통은 국민당 개조(改組) 운동 등을 추진하면서 정훈(政訓)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국공내전에서 패한 국민당은 대만으로 온 후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는데도 왜 공산당에게 패배했는가’를 반성했습니다.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원인 분석과 연구도 했고요. 패전의 주요 원인은 전투(戰鬪)가 아닌 정치작전(政治作戰)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결과 혁명실천연구원이라는 당 간부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정치간부훈련반(政治幹部訓練班)을 확대 개편하여 정공간부학교(政工幹部學校‧오늘날 국방대학 정치작전학원)을 설립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정치작전을 발전시켰습니다.” 당시 시대상을 설명한 임방순 박사는 자신의 대만 유학 경험담을 들었다. 그는 1990년 대만 국방대학 육군지휘참모학원에 유학했다. “유학 시절 만났던 대만군 장교들은 사상적으로 잘 무장되어 있었습니다. 대만 일선 군부대마다 있던 구호인 ‘광복대륙(光復大陸)’ 등에도 기백이 느껴졌습니다. 1970~80년대 ‘대만의 경험’이라는 고도 경제성장을 이루고 1980년대 후반부터 민주화로도 성공적으로 이행한 대만은 자국의 정치‧경제 제도에도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자유중국(自由中國) 대만이 공산중국(共産中國) 본토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는 자부심이었습니다. 그 시절 대만 군대는 군기가 엄정했습니다. 정치작전 교육의 효과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기도 합니다.” 반면 오늘날 대만군은 기강 해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평가받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군(軍) 내 스파이 문제이다. 2011년 뤄셴저(羅賢哲) 육군사령부 통신전자정보처장(소장)이 중국의 미인계에 넘어가 최고급 정보를 누설한 사실이 밝혀져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현역 상교(上交‧대령)가 이른바 ‘중국공산당 투항 공개 서약’을 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중국공산당 스파이로 활동하는 대만군 현역‧예비역 장교가 5000명 수준이라는 주장도 있다.

대만에서 고위 군 장교 스파이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춰 볼 때 한국은 어떠하리라 보시나요?

“한국과 대만의 상황은 유사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다르다고 봅니다. 오늘날 대만은 중국의 유혹에 취약합니다. 중국 통일전선공작 혹은 초한전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은 경제력, 군사력 면에서 양적으로 대만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핵무기 등 비(非)대칭 전력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 북한보다 우월한 한국의 경우 북한의 유혹이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의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공작’에 사용할 예산도 없는 것이 현실이고요. 다만 북한도 중국공산당처럼 미인계 등을 사용하여 군 장교 포섭을 시도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됩니다.”

‘보위가원’이라는 구호가 적인 대만 진먼현의 한 군부대. | 연합뉴스.

대만의 오늘은 한국의 내일이다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중국이 초한전을 종합세트로 전개한 대만의 사례는 한국에 어떤 교훈을 준다 보나요.

“중국공산당이 오늘날 대만에서 전개하고 있는 초한전을 전문가는 간파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여론전, 심리전 그리고 외교전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대만 통일 문제는 시진핑 현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자신의 정치적 업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문제입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중국공산당은 대만 문제를 양보할 수 없는 ‘핵심이익’ 중 하나인 주권 문제로 규정하고 강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중국공산당은 한반도에도 영향력을 강하게 투사하려 합니다. 다만 대만과 차이가 있다면,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이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고 반중 여론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려스러운 점은 중국이 한국을 친중화하려는 공작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초한전 관점에서 접근할 때, 여론전과 더불어 문화 침투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친중 인사 확대에도 공을 들일 것이고요.” 그는 싱하이밍(邢海明) 현 주한 중국대사의 언급도 시사점이 있다고 했다. 이어지는 설명이다. “날로 고조되는 한국 내 반중 정서의 원인에 대해서 싱하이밍 대사는 한국 여론 탓이라고 수차례 언급했습니다. 이는 중국이 앞으로 한국을 대상으로 한 여론전을 강화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라고 봅니다.”

임방순 박사는 자신의 경험을 들어 “중국의 초한전에 한국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 박재현/에포크타임스.

대한민국은 중국의 스파이 공작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날 스파이들은 주로 첩보(諜報) 수집 활동에 주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 스파이’가 주로 하는 일은 한미동맹 동향 파악, 한국군 전력 증강계획 파악, 한미연합훈련 현황 파악 등이었습니다. 오늘날 스파이 활동은 진화했습니다. 한국 사회의 친중화가 스파이 활동의 근본 목표가 되었습니다. 이를 위하여 중국 우호세력 확대를 위하여 스파이 혹은 정보요원들은 불철주야(不撤晝夜) 노력할 것입니다. 제 경험에 비춰봐도 그러합니다. 베이징에 무관으로 근무할 때, 중국 측 정보요원들이 한국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노력했습니다. 물론, 대사관에 소속된 해외 무관은 ‘외교관’ 신분이기 때문에 국제법과 중국 국내법을 준수하고 상식 범위 내에서 활동했습니다. 저의 판단으로 중국 정보요원의 주 타깃은 한국 정치권입니다. 구체적으로 국회의원, 광역‧기초자치단체장, 광역‧기초의회 의원을 대상으로 활동할 것입니다. 이들은 정책을 수립하고 법령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하여 중국에 유리한 법과 제도, 정책을 수립하려 할 것입니다. 중국의 로비 혹은 스파이 공작의 목표가 된 정치인이 취약한 분야는 정치자금과 표입니다. 중국은 선거 시 지지나 각종 정치자금 제공, 중국의 투자로 발생하는 실적 등을 미끼로 정치인들을 포섭하려 들 것입니다. 정치권의 각성과 경계가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