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국제럭비대회서 中 국가 대신 ‘홍콩에 영광을’

강우찬
2022년 11월 15일 오전 11:12 업데이트: 2022년 11월 15일 오후 12:15

홍콩, 강력 항의…주최 측 “단순 실수”
영국 보수당 인권위 간사 “훌륭한 일”

홍콩 정부가 14일 한국 인천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럭비대회에서 중국 국가 대신 홍콩 민주화 시위 주제곡이 방송된 것과 관련해 항의성명을 발표했다.

대회를 주최한 대한럭비협회는 담당자의 단순한 실수라고 사과했으나, 홍콩 정부는 강한 불만을 표명했다.

전날인 13일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2 아시아 럭비 세븐스시리즈 2차 대회에서는 한국과 홍콩의 남자부 결승전을 앞두고 양국 국가를 연주하는 순서 때, 중국 국가 대신 ‘글로리 투 홍콩(홍콩에 영광을)’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 노래는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당시 시위대가 만든 곡으로 시위대의 주제곡처럼 불렸다. 홍콩 정부는 이 노래를 틀거나 부르면 국가안전법 위반으로 간주한다. 시위대가 직접 밝힌 이 노래의 한국어 명칭은 ‘영광이 다시 오길’이다.

당시 홍콩팀은 즉각 항의했고, 대회 조직위는 해당 노래를 중단하고 중국 국가를 틀었다. 이날 남자부 결승전은 홍콩팀이 승리했으며 시상식 때는 중국 국가가 연주됐다.

홍콩 정부는 항의 성명을 통해 “2019년 폭력 시위이자 독립운동과 밀접히 관련된 노래가 중국 국가로 연주된 것에 개탄하고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회 전 홍콩팀 코치가 중국 국가를 사전에 제출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대한럭비협회는 “담당자 착오로 인한 단순 실수로 발생한 일”이라며 “어떠한 의도도 없음을 명확히 밝힌다”고 해명했다. 아시아럭비연맹도 “깊은 유감”이라며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노래를 틀다가 발생한 단순한 실수”라고 밝혔다.

그러나 홍콩 정부는 이번 일을 중대한 사건으로 보고 홍콩럭비협회에 철저한 조사를 실시해 보고하도록 조치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글로리 투 홍콩’은 2019년 민주화 운동 당시 홍콩인 음악가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고개를 들라, 침묵을 거부하는 함성이 울린다”, “자유를 지키자, 이곳에 모여 전력으로 맞서자”, “민주주의와 자유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를” 등의 가사를 담고 있다.

이 곡은 홍콩 정부의 시민 억압, 그 배후에 있는 중국 공산당의 홍콩 장악 시도에 맞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홍콩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며 순식간에 시위 참가자들에게 퍼졌다. 중국 국가 대신 진정한 홍콩의 국가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보수당 인권위원회 간사 베네딕트 로저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소식을 전하며 홍콩 민주화 운동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그는 “이것은 훌륭하다. ‘글로리 투 홍콩’은 스포츠나 문화 이벤트 등 전 세계의 모든 행사에서 연주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