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일보, 기사에서 ‘시진핑’ 이름 빠트리는 탈자 사고

최창근
2023년 04월 4일 오후 3:28 업데이트: 2023년 04월 4일 오후 3:28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이름을 빠트리는 ‘탈자(脫字)’ 사고를 냈다.

4월 4일, 홍콩 일간지 ‘명보(明報)’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지난 3월 말 논평 기사에서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이름을 빠트리는 사고를 일으켜 긴급 배송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3월 30일 자 인민일보에 게재된 “단결과 분투만이 중국 인민이 역사의 위업을 창조하는 유일한 길이다.” 제하의 논평 중 7번째 문단 6번째 행에서 ‘시진핑’이란 이름을 빠트리고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으로만 표기한 채 인쇄했다. 원문대로라면 ‘시진핑 동지’라고 표기해야 하는데 ‘동지’라고만 쓴 것이다.

명보는 사후에 이 사실을 인지한 인민일보는 신문 배달을 급히 중단시키고 해당 인쇄분은 파기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각 지방으로 이미 배달된 신문은 전량 봉인·폐기해야 하며 외부로 유출돼서는 안 된다는 통지문이 하달됐다.

명보는 “이 과정에서 인민일보의 인쇄 사고 소식이 급속히 확산됐고, 사고가 난 지면 사진도 유통됐다.”며 인민일보 인쇄본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어 인민일보 관계자가 “‘시진핑’ 세 글자가 누락된 것은 사실이다. 인쇄 사고가 난 신문 중 일부가 회수되지 않아 이 같은 일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이번 사고가 인민일보 내부 검토 과정에서 발견됐고 초반에 대처했지만 외부로 알려져 문제가 된 만큼 책임자를 적절히 처리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인민일보의 오‧탈자 사고는 처음이 아니다. 2010년 12월 30일 자 신문에서는 당시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의 이름 중 마지막 글자인 ‘바오(寶‧보)’를 ‘스(室‧실)’로 오기(誤記)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보배 보’의 간체자(簡體字)를 써야 하는데  글자 모양이 유사한 ‘집 실(室)’로 잘못 쓴 것이다. 해당 기사는 “원자바오 국무원 총리가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의에서 천연림 보호 계획을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인민일보는 기사 마감 후 오류를 확인하고 다음 인쇄판부터 바로잡았지만 이미 인터넷을 통해 원자바오 총리의 이름이 잘못 인쇄된 기사가 퍼져 나가 화제가 됐다.

사건 직후 일본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은 “원자자보 총리의 성명 오기로 인민일보 관계자 17명이 각종 처분을 받았다는 소문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매체들 사정도 마찬가지이다. 신화사는 2016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최고(最高) 지도자’  대신 ‘최후(最後) 지도자’로 잘못 표기했다가 1시간 뒤에야 이를 발견하고 황급하게 바로잡았다.

관영 방송 CCTV도 2010년 11월, 시진핑(習近平) 당시 국가 부주석의 아프리카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내보낸 자막에 ‘시(習)’의 간체자 ‘习’를 잘못 썼다. ‘시’의 간체자에서 삐침 하나를 빠트려 ‘교활하다’는 뜻의 ‘댜오(刁)’로 표기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시진핑’이 ‘교활한 진핑’으로 바뀌었다.

이 밖에도 일부 중국 지방지들이 당정 지도급 인사의 성명이나 직책을 잘못 게재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때마다 사장, 편집국장이 해임되거나 신문 발행이 중단되는 등 엄격한 처분을 받았다.

2014년에는 쓰촨(四川)성 수이닝(遂寧)시 지역 신문 기자가 자살하기도 했다. 해당 기자는 자신의 기사에 쓰촨성 고위 관료의 성명을 오기하여 비난을 받던 중이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통제를 받는 인민일보는 시진핑을 비롯한 당정 간부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요 기사로 다룬다. 온라인판인 인민망에서에서도 메인 페이지에 별도로 기사를 모아서 게재할 정도로 시진핑의 언행을 집중 조명한다.

이런 상황에 시진핑의 이름 석 자를 빼먹었다는 것은 사상 유례가 없는 대형 사고로 간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