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외교부, 자국 방문 왕이 외교부장 공개 비난 ‘찬물’

한동훈
2022년 03월 25일 오후 3:16 업데이트: 2022년 03월 25일 오후 3:40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위원인 왕이 외교부장(장관)이 인도를 방문한 가운데, 인도 외교부가 방문 전 그를 공개적으로 비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의 이번 방문은 2020년 중국-인도 국경 분쟁이 일어난 후 중국 최고위급 정부 관계자로는 첫 인도 방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문의 목적이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등 4개국 연합체)의 일원인 인도와의 관계를 개선해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포위망을 흔드는 데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왕이 외교부장은 인도 방문 이틀 전 발언으로 스스로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됐다. 그는 22일 파키스탄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의에 참석해 “중국과 OIC는 카슈미르 문제에서 공동의 염원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외교부는 23일 오후 늦게 성명을 내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이유 없이 인도를 언급하는 것을 거부한다. 잠무 카슈미르 영토에 관한 일은 인도의 내정”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슬람 교도가 다수 거주하고 있는 잠무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오랜 기간 영토 분쟁을 벌여온 곳이다. 양측은 일부 지역을 통치하면서 지역 전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OIC는 카슈미르 지역의 자결권을 주장하고, 인도는 이들을 무장 반군으로 규정하고 수십 년간 공격해왔다.

인도 외교부는 “(잠무 카슈미르 분쟁에 대해) 중국을 포함해 다른 국가는 논평할 권리가 없다. 인도가 중국 내부 문제에 공개 논평하지 않았음을 중국은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중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도 인도의 반발을 샀다. 인도와 국경 분쟁 때 활약한 중국군 지휘관을 성화 봉송에 참석시켰기 때문이다. 인도는 그에 대한 보복으로 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참석을 거부했다.

이번 왕이의 인도 방문은 중국 측 제안으로 이뤄졌으며, RFA는 인도의 국제문제 전문가를 인용해 “인도 정부는 중국 정부의 예상치 못한 요청에 놀랐다”고 전했다.

인도는 냉전시대부터 러시아와 외교·경제 관계를 맺어왔으며,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서도 러시아를 비난하지 않았다.

또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는 사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늘리며 지지를 나타냈다.

왕이는 바로 이 점을 보고 이번 기회에 인도를 통해 쿼드를 약화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국경 분쟁 외에도 파키스탄 지지, 네팔을 둘러싼 인도와의 주도권 다툼, 방글라데시 등 주변국에 대한 영향력 등 인도가 중국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