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방글라데시와 경제 협력 협약 체결…중국 영향력 차단

프랭크 팡
2019년 10월 8일 오후 7:35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57

국경분쟁을 겪었던 인도와 방글라데시가 항만시설 이용 등 양국 협력 강화를 위한 7개 항에 합의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인도를 방문한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와 뉴델리에서 만나 양국 간 협력 증진을 골자로 한 협의안을 도출했다. 양국은 지난 2015년에 40여년간의 국경분쟁을 끝낸 바 있다.

협의안에는 방글라데시의 주요 항구인 치타공과 몽클라를 인도가 사용하도록 하는 ‘항만 운영 절차 채택’이 포함됐다. 두 항구는 방글라데시의 유일한 국제항이다.

두 항구에 인도의 접근이 허용된다는 것은 3면이 방글라데시로 둘러싸인 인도의 북동부 트리푸라주에서 벵골만으로 직접 접근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치타공 항구는 대륙 문명과 해양 문명을 잇는 교두보다. 1517년 인도를 점령한 포르투갈에 의해 개방된 이후 각국 여객선과 화물선, 군함 등이 경유하는 요충지 역할을 해왔다.

이날 현지매체 인디언 익스프레스는 행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협약 체결로 인도의 무역과 경제가 엄청나게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협의안에는 인도가 방글라데시에 연안 감시 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도 포함됐다. 인도는 양국 인근 해역에 레이더 20여 대 설치해 감시 시스템을 구축한다.

인도는 스리랑카를 비롯해 몰디브, 모리셔스, 세이셸 등 인도양 및 인접 도서국에도 비슷한 감시체제를 구축했다.

이와 관련 인도 일간지 더 이코노미타임스는 “벵골만 해상에서 증가하는 테러 위협을 막고, 존재감을 과시하는 중국에 대해 유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협의안에는 그 밖에도 청소년 문제 협력, 양국 대학 간 교류, 하천 용수공급 등이 포함됐다.

중국, 방글라데시에 대규모 투자…인도 자극

인도는 권역 내 중국군 배치를 경계해왔다. 지난 2017년 인도와 중국은 히말라야 고원 도클람에서 중국군의 도로 공사를 둘러싸고 두 달 가까이 대치한 바 있다. 대치 기간 인도양에는 수십 척의 중국 군함과 잠수함이 출몰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인도는 국경분쟁 중인 방글라데시에 군사 장비를 판매하는 중국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쳐 왔다.

지난 2016년 방글라데시가 2억300만 달러 규모의 중국 잠수함 2척을 인수하자, 인도 전직 고위장성은 “중국이 잠수함으로 도발 행위를 했다”며 “인도를 중국권의 국가로 포위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미국 군사 전문지와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중국은 최근 몇 년 간 방글라데시에 대규모 투자를 하며 지역 내 영향력 확대를 시도해왔다.

지난달에는 중국이 방글라데시의 잠수함 기지 건설을 도울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방글라데시 일간 뉴에이지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인 PTI가 시공업체로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는 12억 달러의 예산이 책정됐다.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사업도 그중 하나다. 방글라데시는 전력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을 위해 중국과 215억 달러 규모의 일대일로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대방글라데시 투자국으로 1위에 올라섰으며 전체 투자액은 10억3000만 달러다.

한편, 인도는 벵골만과 접경한 미얀마와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는 지난 7월 보유 중인 킬로(Kilo)급 디젤 잠수함 한 척을 미얀마 해군에 훈련 목적으로 올해 안에 이전하기로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