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천만 하얼빈시 “신규 확진 2명” 발표한 날, 내부문서 실제 확진자는 최소 34명

캐시 허
2020년 04월 25일 오후 6:24 업데이트: 2020년 04월 25일 오후 7:42

중국 북부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에서 중공 바이러스(우한폐렴) 집단감염이 최소 두 차례 보고된 가운데 하얼빈시 관료들이 전염 상황을 축소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에포크타임스가 최근 입수한 지난 10일 하얼빈시 다오와이(道外)구의 ‘항체검사 결과집계표’에 따르면 신규 확진자가 30여 명으로 나타났다. 다오와이구는 하얼빈시의 18개 구 가운데 한 곳이다.

항체검사는 혈액 속 항체농도를 측정해 감염 여부를 진단한다. 우리 몸이 바이러스 등 병원체에 감염되면 항체를 생성해 대응하는 원리를 이용한 검사법이다.

측정하는 항체는 주로 이뮤노글로불린M(IgM)과 이뮤노글로불린G(IgG)이다. IgM은 면역반응 초기에 만들어지는 항체고, IgG는 병원체에 직접 작용하는 항체다. 전자는 비교적 초기 감염자에게서 측정되고 후자는 감염된 지 여러 시일이 지났거나 완치된 경우다.

항체검사는 유전자 검사보다 정확도가 낮아 한국에서는 사용하지 않지만, 소량의 혈액으로 10분 만에 진단을 할 수 있어 중국에서는 중공 바이러스 진단에 사용하고 있다.

이번에 에포크타임스가 입수한 ‘항체검사 결과집계표’에는 34명의 이름과 신분증 번호, 휴대전화 번호, 항체검사 결과, 확진 판정·무증상 감염자 여부, 검진 병원 등이 기재됐다.

이에 따르면 30명이 IgM 양성(약한 양성 포함), IgG 음성이었고 4명은 IgM 음성, IgG 양성으로 34명 전부 확진 판정을 나타냈다.

지난 10일 하얼빈시 다오와이(道外)구의 ‘항체검사 결과집계표’ | 현지 소식통 제공
지난 10일 하얼빈시 다오와이(道外)구의 ‘항체검사 결과집계표’ | 현지 소식통 제공

중국 위생건강위원회에서 발표한 ‘신종폐렴 치료방안 제7판’에 따르면 항체검사와 임상 양상, 역학조사 결과를 종합 고려해 확진자 여부를 판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위생건강위가 발표한 지난 10일 하얼빈시 신규 확진자는 2명, 무증상 감염자 4명이었다. 중국에서 무증상 감염자는 신규 확진자 통계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17배 차이가 난 것이다.

더욱 심각한 건 34명의 확진자가 하얼빈시의 18개 구 중 한 곳인 다오와이구에서만 집계된 수치라는 점이다. 외구의 거주인구는 2018년 말 기준 79만명으로 하얼빈시 전체(약 1086만명)의 7.3%에 그친다.

단순히 인구비례로 따질 경우 하얼빈시 전체의 지난 10일 신규 확진자는 467명으로 추산된다. 정부 공식발표(2명)의 200배 이상이다.

중국 헤이룽장성 북동부 무단장시 한 주택단지에 들어가기 전 한 주민의 체온을 점검하는 직원(왼쪽). 2020. 4. 20. | STR/AFP via Getty Images

하얼빈시 감염상황의 심각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항체검사 결과집계표’에서는 확진자 34명 중 20명만 하얼빈시 제2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나머지 14명은 임시격리시설(시내 호텔)에 격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보건당국의 ‘신종폐렴 치료방안’에서는 확진자를 반드시 지정병원으로 옮겨 치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규정대로라면 14명 중 완치단계로 추정되는 4명(IgM 음성, IgG 양성)을 제외한 10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이는 하얼빈의 지정병원이 이미 포화상태일 가능성으로 해석된다.

하얼빈의 지정병원은 2곳이며 이외에 지원병원 2곳까지 포함해 중공 바이러스 감염자 수용 능력은 총 1400여 개 병상 규모다.

여기에 최근 두통 증세를 호소해 하얼빈 제2병원에 입원했다가 다시 더 큰 병원인 제1병원으로 옮겨진 후 뒤늦게 중공 바이러스 확진자로 판정되면서 두 병원 모두에서 의료진 집단감염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헤이룽장성 기율검사위원회 등은 지난 17일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하얼빈시 정부와 병원 간부, 근무자 18명에 대한 문책을 지시했다.

하얼빈시 정부는 시내 모든 병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거주지역에는 외부인 출입을 막는 봉쇄식 관리 조치를 시행했다.

하얼빈시 외구 주민 리모씨는 에포크타임스(중국어판)과 전화 인터뷰에서 “아파트에서 감염자 1명이 나오면, 같은 출입구를 사용하는 가구는 전부 봉쇄된다. 그런 식으로 출입구 2~3곳이 봉쇄되면 해당 동 전체가 봉쇄되고, 그런 동 몇 곳이 나오면 단지 전체가 봉쇄된다”고 말했다.

한편, 에포크타임스는 헤이룽장성 방역대책본부 내부문서도 입수했다. 지난 13일 작성된 이 문서는 ‘경고문’ 성격으로 하얼빈의 중공 바이러스 확산에 대해 “집약적이고 폭발적인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작성일이 4월 13일로 표시된 헤이룽장성 방역대책본부 내부문서 | 소식통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