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일대일로’ 참여하는 최초 G7 국가 되나?

니콜 하오
2019년 03월 23일 오후 12:07 업데이트: 2019년 10월 27일 오전 8:36

지난 3월 21일 로마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미국과 미 동맹국의 우려 속에 시 주석은 이탈리아와 협정에 조인할 예정이며, 이로써 이탈리아는 주요 민주주의 국가 중 최초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나라가 된다.

침체한 내수경기를 되살리고자 새로운 수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G7 국가 중 최초로 중국 정부가 자국의 지리적 경제적 목표를 위해 추진하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반면, EU 지도부는 중국 정부의 불공정 무역 및 투자 관행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4월 9일 개최하는 EU-중국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에 대응할 보다 방어적인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공산 정권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관해 논의한 것 중 최고 수준이다.

이탈리아

시 주석은 3월 22일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을 만나고 3월 23일에는 주세페 콘테 총리와 MOU에 서명한 뒤 시칠리아 팔레르모로 떠날 예정이다.

인프라, 기계, 금융 부문에 최대 70억 유로(약 9조 원) 규모의 거래를 하기 위해 30개 이상의 합의안을 이번 방문 기간 중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미켈레 제라치 이탈리아 경제개발부 차관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탈리아-중국의 일대일로 합의안은 다른 유럽국들의 청사진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하지만 이번 합의안 체결을 둘러싸고 이탈리아 연립정부와 동맹국들 사이에서 거센 이견이 불거졌다. 특히 미국의 경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중국의 허영뿐인 인프라 프로젝트에 정당성’을 부여하지 말 것을 이탈리아에 촉구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이탈리아 방문 전날, 밀라노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에 ‘이탈리아와의 전략적 협정’이라는 글을 기고해 중국-이탈리아 양국의 문화적 역사적 유대관계를 언급하면서 이번 합의안을 기념했다.

그는 이번 합의안이 이탈리아 항만 건설 프로젝트 협조뿐만 아니라 “해군, 항공술, 항공우주산업, 문화 부문에서 항만 물류, 해상 운송, 통신, 의약품 부문 협조 가능성을 개발하는 내용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17일, 시 주석은 로마 콘비토 국립고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에게 ‘학생들이 꿈을 위해 중국으로 떠나 미래의 중국-이탈리아 특사가 되길 바란다’는 서신을 보냈다.

시 주석은 이번 프로젝트의 대상 항만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콘테 총리가 이탈리아 최대 항만이 위치한 동부 해안 도시 트리에스테와 서부 해안 도시 제노바가 프로젝트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3월 19일 자 보도를 통해 중국 정부가 투자할 이탈리아 항구 4개는 제노바, 트리에스테, 팔레르모, 라벤나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항만과 철도를 포함한 이탈리아 운송망을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굉장히 중요한 해안 경제회랑으로 보고 있다. 남유럽과 동남아시아/동아프리카 항만을 잇고 최종적으로는 중국까지 그 길이 닿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개발도상국에 도저히 상환할 수 없는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게 했다는 점에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러한 ‘부채 함정’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스리랑카와 몰디브에서 이미 그 실상이 드러났다.

모나코와 프랑스

시 주석은 3월 24일, 모나코에 이어 프랑스를 순차적으로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 2월 27일, 모나코의 대표 통신업체 모나코 텔레콤은 모나코의 5G 기술력 향상을 위해 중국의 화웨이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서비스 등에 대한 협력 활동을 이어나가겠다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한편, 미국은 5G 화웨이 통신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들며 EU 회원국들에 화웨이 장비 사용을 지양할 것을 권고했다.

프랑스는 중국과 에너지, 교통, 농업, 금융 분야에 대한 합의안에는 서명할 예정이나, 모나코와 달리 일대일로 프로젝트에는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지난 3월 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중국이 180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하는 에어버스 A320 184대를 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언론은 이 계약 건은 시 주석의 프랑스 방문 기간 중 체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U와 중국

시 주석이 이탈리아에 도착한 날, 브뤼셀 EU 지도부는 3월 12일 세계 제2 경제 대국 중국을 ‘체제 경쟁자(systemic rival)’로 규정하면서 중국에 대한 보다 심화한 방어 전략을 채택하는 문제를 두고 고심했다.

경제 개방에 유보적 입장을 취하면서 EU 핵심 부문을 대거 장악해가는 중국의 행보는 EU를 점점 더 큰 좌절감에 빠지게 했고, 이에 EU는 중국이 지역 특유의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중국이 유럽산 제품과 경쟁할 만한 정교하고 수준 높은 제품을 생산하려 한다며 ‘유럽의 각성’을 언급한 바 있다. 스위스 자유당 출신의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국제 경제질서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회담장소에 도착한 마크롱 대통령은 수많은 기자 앞에서 “나는 임기 초부터 진정한 인식과 유럽의 자주권 방어의 필요성을 주장했다”며 “마침내 우리는 중국만큼 중요한 문제를 안게 됐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4월 정상회담 성명서 초안에 따르면, EU는 구체적인 기한을 제시하고 중국이 그간 유보해왔던 무역 투자 관련 서약 내용을 수행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