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미접종자는 집에만”…연말 앞두고 ‘슈퍼 그린패스’ 시행

한동훈
2021년 11월 25일 오후 5:06 업데이트: 2021년 11월 25일 오후 7:33

독일, 덴마크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기록적으로 급증한 가운데, 유럽 대다수 정부들이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사회 및 여가활동 규제 고삐를 죄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백신 패스인 ‘슈퍼 그린 패스’를 다음 달 6일부터 전면 시행한다. 영화관, 극장, 체육관, 나이트클럽, 스키 리프트, 경기장 등 사람이 모이는 실내 시설과 술집, 음식점 출입 시 백신을 접종했거나 감염 후 회복했다는 증빙서를 소지해야 한다.

영국 가디언은 유럽 연합(EU) 소속 국가 대부분은 백신 패스 외에 48시간 내에 발행된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음성 진단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이탈리아의 슈퍼 그린 패스는 이같은 선택지도 차단한 강력한 조치라고 전했다.

이탈리아는 앞서 지난 8월 그린 패스를 도입했고 10월에는 전체 사업장으로 이를 확대했다. 그러나 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어나자 이번에 그린 패스의 규제를 더 끌어올리게 됐다.

국내선 항공기나 장거리 기차 이용 시에는 그린 패스 외에 48시간 이내에 발급받은 코로나19 음성 진단서 제출도 가능하다. 다만, 다음 달 6일부터는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 시에도 그린 패스나 음성 진단서를 제시해야 한다.

또한 이미 보건 종사자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백신 접종 의무화를 앞으로 경찰, 군, 교사들에까지 확대한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국경 밖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우리는 (좀 낫지만) 감염자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24일 하루에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만2448명을 기록했고 85명이 사망했다.

다른 EU 회원국도 이탈리아 수준의 강력한 백신 패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영화관, 헬스장 등 50명 이상 모이는 문화·여가 시설 이용 시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는 QR코드 형태의 보건 증명서(passe sanitaire)를 소지하도록 한 프랑스는 역시 조만간 이탈리아와 비슷한 수준으로 코로나19 규제를 격상할 예정이다.

네덜란드 정부 역시 수일 내에 강력한 조치 발표가 예상된다. 네덜란드 보건부는 지난주 부분 봉쇄조치에 대한 반발로 24일 밤 항의시위가 일어나 170명 이상 체포된 가운데 봉쇄 확대 방침을 강행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네덜란드 보건부는 언론의 질의에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음성 진단서 제출을 배제하고 술집과 음식점 이용 시 백신 접종 완료, 감염 후 회복 등 두 가지 경우만 인정하는 백신 패스를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네덜란드는 지난 13일부터 시작한 봉쇄 조치에 따라 술집, 식당, 카페, 슈퍼마켓 등은 오후 8시에 문을 닫고 스포츠 경기를 비공개로 진행하며 실내 모임의 참석 인원을 4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지방정부를 상대로 백신 접종 의무화 시행 압박을 높여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후임으로 다음 달 취임하게 될 올라프 숄츠 신임 독일 총리는 24일 “전염병 퇴치가 최우선”이라며 취약계층 돌봄 시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의무화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일부 지역에서는 문화·여가시설 이용 시 백신 접종, 감염 후 회복만 인정하는 백신 패스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슬로바키아, 체코, 헝가리 정부는 겨울철 들어 사람들이 야외 카페가 아닌 실내로 모여들면서 매일 기록적인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한편, 유럽 각국이 코로나19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곳곳에서는 시민들의 반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이탈리아를 비롯해 네덜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 스위스, 크로아티아 등지에서는 엄격한 봉쇄 조치에 맞서 시민들이 거리를 행진하며 항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