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 박사 “한반도 문제 해결 위해 韓-美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이시형
2021년 05월 17일 오후 5:09 업데이트: 2021년 12월 29일 오전 10:23

지난 10일,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관계에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맞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남은 임기 1년을 ‘불가역적 평화’로 나아가는 마지막 기회로 여기겠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습니다.

 [문재인 | 대통령 ]:

“다만 평화의 시계를 다시 돌리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켜 나갈 기회가 온다면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북한의 호응을 기대합니다. 함께 평화를 만들고, 함께 번영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남은 1년 동안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돌파구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과 함께 이달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이 한반도 정세에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인 이춘근 정치학 박사를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년도 안 돼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며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을 불게 했습니다. 이후 북미정상회담까지 성사되면서 한반도 평화가 눈앞에 다가오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남북연락사무소마저 폭파되면서 남북관계가 다시 얼어붙었습니다.  2018년에 합의한 9·19 평양 공동선언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습니다.

[이춘근 | 정치학 박사 ] :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국제 정책의 전반적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한반도 문제는 한반도 내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반도 문제는 동북아시아의 문제가 되고 세계적인 차원의 문제가 되는데 이번 정부는 남북한 둘이서 한반도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그런 방법론을 택했습니다.”

“분단된 것이 우리 민족 때문에 분단된 것이 아니라 국제 정치의 결과로 분단됐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국제정치적인 차원, 동북아시아의 차원을 보고서 접근을 해야 되는데, 거기에서 우리가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 임기 1년을 남겨 둔 상황에서 북미 대화는 단절됐고, 남북 관계 역시 경색돼 대화가 필요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김여정 북한 부부장은 3월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이 앞으로 상전(미국)의 지시대로 무엇을 어떻게 하든지 그처럼 바라는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복원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남북관계 대전환’의 출발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새 대북 정책의 방향이 북한과의 ‘외교적 대화를 통한 단계적 접근’으로 모아졌기 때문입니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 :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유지합니다. 우리의 정책은 일괄타결 달성에 초점을 두지 않을 것이고 전략적 인내에 의존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미국의 최종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이를 위해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박사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도록 하려면 유인책보다는 채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춘근 | 정치학 박사 ] :

“북한의 핵을 없애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우리가 쉬운 표현을 들면 북한이 칼을 들고 있는데, 그 칼을 내려놓으라고 우리가 유인해야 되는 건데, 문제의 본질을 알게 되면 ‘이게 유인가지고는 안 될 거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냉전이 끝난 후에 모든 공산주의 국가가 다 붕괴될 때 그리고 붕괴되면서 많은 나라들이 자본주의를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북한도 자본주의를 받아들였으면 북한이 나라로써 살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북한의 지도자들이 자본주의, 개혁개방을 받아들일 경우에 북한이라는 나라는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기 정권이 유지가 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문을 꼭꼭 걸어 닫은 채 생존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 핵폭탄입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 사람 수 백만 명이 굶어 죽었습니다. 지금 핵폭탄을 겨우 만들었는데, 몇백 만명의 목숨을 희생하고 만든 겁니다. 그것이 간단한 유인책으로 그것 (핵)을 북한이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국제정치는 항상 엿과 채찍이라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유인책보다는 채찍이 차라리 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라는 이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시점이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은 대북정책에 있어 ‘한반도 평화’와 ‘대화’라는 공통분모는 있지만, 목표를 향하는 접근법에 차이가 있어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 박사는 이에 관해 한미 간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를 좁히는 것이 관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춘근 | 정치학 박사 ] :

“미국은 국제적인 정치를 안정화시키는 차원에서 ‘반드시 북한의 핵을 제거하고야 말겠다’라고 보는 것이죠. 북한의 핵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안보 위협이 된다고 보는데, 한국 정부가 엄청나게 민족주의다 보니까 북한 핵이 우리의 안보에 그렇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겠느냐, 같은 민족인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미국하고 한국 현 정부하고 많이 달랐다라고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미국이 같은 방향으로 나가야 된다.”

이 박사는 또 남북관계에 있어 한미 간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의제는 약화된 한미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춘근 | 정치학 박사 ] :

“지금 한미 동맹이 많이 약화 되어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동맹을 친한 사람들이 맺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동맹은 친한 국가들이 맺는 게 원래 아닙니다.  동맹은 비록 친하지 않더라도 적이 같은 나라가 맺는 것입니다. 공통의 적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그 공통의 적에 대해서 군사적으로 우리 협력하자 하고 맺는 약속이거든요.”

“정부가 이제 북한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서 한미동맹이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하는데, 미국은 북한의 적이라고 생각하고 우리는 북한이 적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 동맹 관계는 균열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가 그런 국제 정세의 현실에 정확히 알고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저는 항상 주장을 하는 편입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남북의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엄정한 법 집행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 발언 3시간 뒤 경찰은 대북전단을 살포한 탈북자 출신 박상학 씨를 소환했습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자유로운 정보 유입을 지지하며 북한 인권을 강조하고 있어 대북전단 문제에 한미 간 견해 차이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이 박사는 한국이 국제 정치를 끌고 갈 수 있는 나라가 되려면 반드시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춘근 | 정치학 박사 ] :

“국제정치는 현실이지만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살면서 기본 원칙이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에서 인권을 강조하고 그러는 것은 세계 지도국가로서의 원칙을 다시 회복하겠다라는 그런 입장에서 저는 옳은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그런 원칙을 가지고 있어야지 국제정치를 끌어갈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이죠,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는 거고”

임기를 1년 남겨놓은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대전환을 이루기 위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또 약화된 한미 동맹을 다시 회복시킬 수 있을지,  다음 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NTD뉴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