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물가 안정이 우선 과제…긴축적 통화 기조 유지할 것”

한국은행·한국경제학회 국제컨퍼런스 2022

이윤정
2022년 11월 11일 오후 4:43 업데이트: 2022년 11월 11일 오후 4:43

인플레이션·환율, 비교적 안정되는 분위기
금리 인상 속도 빨라 경제적 압박 증가
공급망 다변화, 산업구조 편중 개선 등 공정한 경제 구축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 안정을 위해 한국은행의 긴축적 통화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11월 11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은행과 한국경제학회(KEA: Korean Economic Association) 공동 국제 컨퍼런스’ 개회사에서 “지난 4월 전후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이 빠르게 악화해 현재는 고(高)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긴축적 통화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물가안정 기조를 공고히 하고 인플레이션 수준을 낮추는 것은 여전히 한국은행의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팬데믹 이후 한국경제의 도전과제: 성장과 안정’ 주제로 열린 컨퍼런스에서 이 총재는 “여러 주요 중앙은행들과 마찬가지로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한은의 전망은 체계적인 오차를 나타냈다”면서 오차의 주요 원인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에너지가격이 예상치 못하게 상승한 점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된 점을 꼽았다.

이에 따라 하반기 이후 원화 가치 절하와 에너지 가격 추가적 상승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결합했다며 한국 경제는 전체 수입의 약 25%를 차지할 정도로 에너지 소비에 있어서 수입에의 의존도가 높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1월 3.6%에서 7월 6.3%로 상승한 인플레이션의 절반 정도가 에너지 가격 급증에 기인하고 있다”며 “비록 하반기에 에너지 가격이 어느 정도 하락했지만, 에너지 수입 가격의 책정이 주로 미 달러화로 이뤄지므로 같은 기간 진행된 원화 가치 절하가 에너지 가격을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도록 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원유 및 가스 가격은 정치적 사건 등에 상당한 영향을 받음에 따라 예측하기 어렵다”며 “비록 사전에 미국의 통화 긴축과 달러 강세를 예상하긴 했으나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제시된 연준 정책금리의 점도표상 경로는 기존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최근 들어서는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비교적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도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빨랐기 때문에 경제의 다양한 부문에서 느끼는 경제적 압박의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금융안정 유지, 특히 비은행 부문에서의 금융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은행 예금금리가 빠르게 상승함에 따라 비은행 부문에서 은행 부문으로 자금이동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며 “고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의 긴축하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이러한 자금흐름을 비은행부문으로 어떻게 환류시킬 것인가는 한국은행이 당면한 또 하나의 정책적 이슈”라고 했다.

이 총재는 한국 경제가 당면한 장기적 과제에 대해 “경제적·지정학적 분절화의 위험이 가장 큰 관심사”라며 “미-중 간 긴장 심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의 추가적 악화는 국제금융 및 무역의 분절화를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제성장과 무역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을 억제하는 구조적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제·정치적 차원에서의 글로벌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며 “국제적 리더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들은 공조와 협력적 경쟁 관계를 증진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 총재는 “분절화로 인한 무역과 글로벌 성장의 약화는 모든 국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지난 20년간 중국과의 무역 확대로 인한 혜택으로 한국 경제는 고통스러운 구조개혁을 지연시킬 수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의 그런 여유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 경제는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일부 산업에 치중된 산업구조를 개선하는 등 보다 균형 있고 공정한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