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韓 인플레 둔화 속도 더딜 듯…경기·금융 안정도 고려할 것”

이윤정
2023년 01월 19일 오후 2:19 업데이트: 2023년 01월 19일 오후 2:19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는 물가에 중점을 두면서도 경기 및 금융 안정과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상쇄)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1월 1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는 5% 이상의 고물가 상황이 지속하면서 물가에 중점을 두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7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물가 안정에 주력해왔다.

이 총재는 이날 한국의 통화정책 운용 여건을 주요국과 비교해 공통점으로 ▲예상치 못한 높은 인플레이션 ▲달러화 강세 ▲높은 레버리지 수준하에서의 통화 긴축을 꼽았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는 공통적 현상이었지만 초래한 요인은 국가별로 달랐다”며 “한국만의 특수성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유로 지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공급 요인 영향이 컸고, 미국은 팬데믹 회복 과정에서 늘어난 재정지출, 노동시장 구조 변화 등으로 물가 압력이 더 크게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수요, 공급 요인의 기여도가 양 지역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물가 충격 요인의 차이가 향후 에너지 가격 하락 시 각국 인플레이션 조정 양상의 차별화로 이어질 것이고 이에 따라 각국의 통화정책 대응도 달라질 것”이라며 “향후 통화정책 운영 및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이러한 차이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가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딜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한국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식료품·원자재를 포함한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은 지난해 국제 유가 급등 영향이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뒤늦게 반영되며 주요국과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유로 지역 전기·가스 요금 등 에너지 요금 상승률은 40%를 상회한 반면, 한국에서는 13%에 그쳤다”고 말했다. 올해 유가 수준이 지난해보다 낮아지더라도 한국의 경우 그간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올해 전기·가스 요금에 뒤늦게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부동산 부문에서도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채 문제로 한국 금융시스템에 단기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나 부동산 관련 부문에서 어려움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은 이러한 정책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앞으로 통화정책을 더 정교하게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시장과의 투명한 소통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