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싱하이밍 中 대사 만나 “후쿠시마 방류 공동대응”

한동훈
2023년 06월 9일 오전 6:09 업데이트: 2023년 06월 9일 오전 9:3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에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와 관련해 한중 양국의 공동 대응책 마련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주한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대사와 만나 “최근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 문제 때문에 주변국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곧이어 “이 문제에 대한 대응도 가능하면 목소리도 함께 내고 또 공동의 대응책도 강구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만남은 싱 대사 측이 먼저 민주당 측에 초청 의사를 알리면서 성사됐다. 이 대표와 싱 대사는 만찬 회동을 가지며 한중 경제협력 방안, 한중 공공외교 강화, 반중·반한 감정 해소를 위한 공동사업 추진 등 현안을 논의했다.

북한 유학파 외교관인 싱하이밍은 ‘서울말’과 ‘평양말’을 구분해서 사용할 정도로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북한을 오가며 근무한 이력 때문이다.

싱하이밍 대사는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후 북한으로 건너가 사리원농업대학 졸업하고 1988~1991년 주북한 중국대사관 직원으로, 1992년 한중 수교 후에는 서울로 보내져 1995년까지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3등 서기관으로 근무했다.

그 후에도 서울과 평양을 오가다 2020년 1월 주한 중국대사관으로 임명돼 서울로 들어와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먼저 싱 대사의 한국어 실력에 대한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는 “통역이 없는 상태에서 말씀을 나누게 되니까 진의가 왜곡되지 않고 변형되지 않고 잘 전달될 수 있어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어 “북한에도 아주 오랫동안 나가계셨던 것으로 제가 알고 있다”며 “한반도 문제에 대해 매우 고견이 깊고 이해도 깊어 한반도의 평화와 한반도의 비핵과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표는 “최근 경제 문제와 관련해 대한민국 입장에서 보면 중국이 최대 흑자국에서 지금은 최대 적자국으로 전환되면서 경제가 매우 많은 곤란에 봉착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최근 국내 기업들, 수출 기업, 그리고 현지에 진출한 기업, 현지 교민들의 의견을 조금 들어봤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최근 북한의 핵 개발,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한반도의 비핵화, 평화 정책, 지역 안정을 위한 그간의 노력을 계속 이어가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중수교 이후에 양국 국민들 간에 신뢰와 존중이 매우 높게 형성돼 있다가 최근에 많이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며 “한국·중국 국민들 사이에 신뢰가 회복되고 확산할 수 있도록 정부당국의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말씀을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에 싱 대사 모두발언에서 후쿠시마 원전 방류 문제에 관해 “일본 정부가 거듭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합리화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일본이 경제적 이익을 이용해 태평양, 자신의 집을 하수도로 삼고 있다. 이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일본이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내릴 걸로 보이는데 우리는 결연히 반대한다”며 “한국하고도 이런 면에서 잘 협력하고 노력하겠다”고 이 대표의 공동 대응책 마련 제안에 화답했다.

싱 대사는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한국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중한 관계가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다”며 “솔직히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중 관계 개선의 핵심을 대만 문제에 관한 한국의 입장으로 연결 지었다.

싱 대사는 “중국이 한국의 핵심 관심 사항을 존중하는 동시에 한국도 중국의 핵심 관심 사항을 존중해주면 고맙겠다”며 “대만 문제는 중국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고 한중 관계의 기초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수교할 때 한국은 이에 대해 중국에 엄숙히 약속했다. 한국 측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대만 문제 등에서 중국의 핵심 우려를 확실히 존중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방류보다 중국의 동부 연안 원전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지만, 이날 이 대표와 싱 대사 회동에서는 중국 원전 관리에 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