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北인권 탄압 행위 가해자 ‘책임 규명’ 강조”

이연재
2022년 08월 25일 오후 4:56 업데이트: 2022년 08월 25일 오후 6:19

“북한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인권 탄압 행위를 감시하고 문서화해서 가해자나 책임자에 대한 책임 추궁이나 처벌이 당장은 불가능해도 추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책임을 규명(accountbility)하는 역할을 해 나갈 것입니다.”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이하 북한인권대사)는 24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북한 인권의 활동 방향에 대해 책임 규명을 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사는 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정부와 관련 기관, 시민단체들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14년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정권에 의한 인권 침해와 책임 규명 문제가 분명히 적시되어 있다. 그 결과로 2015년 6월 서울에 설치된 것이 유엔서울인권사무소다.

또 이 대사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 인권문제는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수호 입장에서 접근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국제적 공론화에 있어 한국은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 인권 문제에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국가는 물론 그렇지 않은 국가들을 설득해 협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 대사는 북한 인권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라며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에 적극적인 현 정부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 내 인권이 개선될 수 있도록 의지를 가지고 함께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사는 북한인권대사로서 중점을 두고 추진할 구체적인 활동으로 ▲북한인권재단 출범 ▲미국과의 공조 ▲유엔과의 긴밀한 협조를 꼽았다.

북한인권재단 설립 강조 

이 대사는 야당의 이사 추천 보류로 지연되고 있는 북한인권재단 설립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인권법은 한국에서 10년 이상 논의 끝에 2016년 뒤늦게 제정됐다”며 “북한인권재단은 설립할지 말지 또는 이름을 바꿀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인권법을 언제 추진할 것인지를 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전임 정부 5년간 외교부, 통일부, 국정원, 법무부 등 북한인권과 관련한 각 부처의 기능이 축소되거나 와해됐다”며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시 살리고 북한 인권단체들에 대한 지원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인권법은 재단 이사장을 포함한 12명의 이사 가운데 통일부 장관이 2명을, 여야가 각각 5명씩 추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사를 추천하지 않으면서 출범이 지연되고 있다.

북한 인권 증진위해 유엔, 미국 등 국제사회와 협력

이 대사는 “북한 인권 증진에 미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임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와의 화상 통화를 언급하며 미국 내에서도 장기 공석 중인 북한인권특사 임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습니다.

이 대사는 지난 22일 킹 전 북한인권특사와의 화상 통화에서 “북한인권특사가 조기에 임명돼 북한 인권 문제 관련 한미 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북한인권특사는 2017년 1월 킹 전 특사가 물러난 이후 공석이다.

에리자베스 살몬 신임 북한인권특별보고관 | UN Human Rights Council / Twitter

아울러 이 대사는 “미국 내 북한인권특사가 공석이었던 기간에도 유엔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그 역할을 꾸준히 해주었다”며 유엔과의 협력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8월 29일) 한국을 방문하는 에리자베스 살몬 신임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비슷한 시기에 취임한 점과 같은 여성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탈북자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과 아동의 인권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했다.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농르풀망’ 원칙 강조

이 대사는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에 대해서 ‘농르풀망(Non-refoulement)’ 원칙을 강조했다.

농르풀망 원칙은 “난민을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그 생명 또는 자유가 위협에 처할 우려가 있는 국가로 추방 또는 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이 대사는 최근 강제 송환 사례가 크게 줄어든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중국 당국이 국제법적 원칙에 부응해서가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북한이 국경을 닫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국경이 다시 열리면 중국 내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 위험이 커진다는 민간단체들의 우려가 있다”며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을 중국에 꾸준히 발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최근 북한 선전매체가 자신의 대사직 임명을 맹비난한 데 대해 “북한이 한국 대통령에 대해서도 거친 표현으로 비난했다”며 “유엔 회원국이고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격에 맞는 언행을 해야 한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학과 교수는 7월 28일 박진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윤석열 대통령 명의의 임명장을 받았다. 2016년 시행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6년 9월 이정훈 초대 대사가 위임했으나 1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뒤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5년간 공석이었다.

북한인권대사는 각 분야에 전문성과 인지도를 갖춘 인사에게 대사 직명을 부여해 외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외직명 대사’로 비상근 무보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