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청 설립 방향’ 국회 토론회…국익과 인권, 균형 맞추려면

이윤정
2022년 09월 16일 오전 6:42 업데이트: 2022년 09월 16일 오전 8:48

이민청 톺아보기 세미나 2회 차
사회통합 위한 이민·난민 정책
불법 체류 외국인 문제, 선제적 대책 마련
‘환영받지 못하는 외국인’ 시각 교정 필요

9월 15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이민청 톺아보기:이민청 설립 방향 제안 세미나’가 개최됐다.

총 3회로 진행되는 ‘이민청 톺아보기’ 세미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실이 주최하고 법무부와 이민정책연구원이 주관했다. 국민의힘 김형동·유상범·이명수 의원,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윤재갑·이탄희 의원, 정의당 류호정 의원 등이 참여했다.

2회 차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익과 인권의 조화’ 주제로 사회통합을 위한 이민·난민 행정, 체류 관리 정책, 불법화 대응 등을 논의했다. 앞서 8월 30일 1차 토론회에서는 이민청 설립 필요성과 추진 방향을 협의했다.

이번 세미나를 주최한 조정훈 의원은 “소위 선진국 중 이민,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대선을 비롯한 선거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지 않은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국내 체류 외국인이 2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아주 빠른 시간 내에 정치 그리고 갈등 현장의 중심으로 들어올 것”이라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인권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주·국경 정책을 수립하고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세미나를 통해 이민청 관련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행사 취지를 밝히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가 대계 차원에서 이민청 신설이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에포크타임스

강동관 이민정책연구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우리나라가 직면한 인구절벽 현실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의 미래 인구정책과 경제정책의 기반이 되는 인구와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민정책이 국가의 중추적인 정책으로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이민청 설립은 국가 미래와 이민, 그로 인한 사회현상들을 아울러 선진적이고 체계적인 이민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동관 이민정책연구원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에포크타임스

정동재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통합을 위한 이민, 난민 행정의 현안과 개선 과제’ 발제에서 “국제사회는 한국의 체류 외국인 통합 정책을 여전히 ‘미흡하다’고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위원은 정부의 외국인 체류 관리제도 운용상 한계와 관련해 “‘외국인’ ‘이민자’가 누구인지, 어디까지 포함될 수 있는지 개념 정립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합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체류 외국인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현행 법·제도의 틀 안에서는 전문 인력, 결혼이민자, 재외동포를 명시적인 통합의 대상으로 규정하지만, 비숙련·비전문 외국인 노동자, 난민, 이주 아동(다문화가족 자녀 제외)의 경우 사실상 배제 대상이다”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민 정책을 둘러싼 중앙과 지방자치단체 간의 역할이 불명확하다”며 “외국인 관련 체류-처우-통합 간 유기적 연계성이 부족해 각각 따로 논의가 이뤄지는 양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익과 인권을 제로섬 게임으로 봐선 안 된다”며 “환영받지 못하는(unwelcoming) 외국인에 대한 시각 교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을 ‘도와주어야 할’ 지원의 대상이 아닌, 한국에서 자립해 새로운 삶과 사회경제적 기여를 할 수 있는 구성원이 되도록 이끌어주는 단계·절차로 사회통합 정책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준성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이민행정과 이민윤리의 간극 줄이기:공동의 차별화된 책임에 기반한 ‘불법화’ 대응’ 주제 발표에서 정부의 이주민 체류 관리에서 ‘불법화’ 대응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임을 인정하면서도 ‘안전 메커니즘’ ‘법과 질서’ 중심으로 협소해지는 것을 경계했다.

한 교수는 체류 안정화 조치를 불법화 대응의 한 가지 정책적 수단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두 가지 접근 방식을 제안했다. 개인적 권리 차원에서 ‘사회적 성원권’ 관념에 기반해 장기 거주한 비정규 체류 이주민에게 정주 자격을 부여하고 체류권을 보장하는 상시 체류 안정화 프로그램의 운용을 제언했다. 공동체의 필요와 현실 여건을 절충한 방안으로는 체류 관리, 인력 수급, 인도주의의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행하는 비교적 대규모의 단발성 사면 프로그램 시행을 제시했다.

아울러 고용허가제를 비롯한 한시 이주노동 제도의 개선도 주문했다. 그는 “고용허가제는 최장 10년 가까이 합법적으로 체류, 취업하더라도 정주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통로가 사실상 막혀 있다”며 “영구적 한시 체류자를 양산해 심각한 윤리적 결함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청 톺아보기 2회 차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익과 인권의 조화’를 주제로 논의했다. | 에포크타임스

토론에서 서광석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국익과 인권은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이민정책 입안자는 국민과 소통을 통해 인권과 국익의 균형점을 찾아내야 하는 지금 우리는 중요한 기로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외국 인력 수급 및 불법체류 외국인 증가는 관광 산업의 발전, 국가 홍보 등의 순기능뿐만 아니라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불법체류 외국인 문제 등 역기능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불법체류 외국인은 건국 이래 최고치인 39만 명(국내 체류 외국인 대비 20%) 규모”라며 “현재까지 불법체류자 증가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가시적으로 불거지지는 않았으나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체적으로는 “법무부 불법체류 단속 공무원 300여 명이 이들 불법체류 외국인을 적정 관리 숫자(체류 외국인의 15% 이내)로 감축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불법체류 외국인 자진 출국제도 재시행을 해법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김성호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은 토론에서 “저출산·고령화로 10년 이내 어촌이 소멸할 것”이라며 “인구 유입의 일환으로 외국인 어촌 이민정책이 어촌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숙련 기능인력 체류 자격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김 회장은 “입국한 노동자가 근속 기준 등을 충족하면 체류 기간 제한 없이 한국에 머물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쿼터만 늘릴 게 아니라 전환 요건에 해당하는 기준을 낮춰 많은 업종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28일에는 ‘경제 활력 제고와 내·외국인 사회통합 촉진’을 주제로 마지막 3회 차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