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칼럼] ‘목적’ 가진 사람들이 더 오래, 더 잘 산다

둥위훙(董宇紅)
2022년 12월 31일 오전 11:53 업데이트: 2022년 12월 31일 오전 11:53

인생에서 긍정적인 의미, 즉 목적을 찾는 것이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삶의 목적이 풍부할수록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강해진다는 설명이다.

2003년, 미국 UCLA 정신의학 및 생물행동과학부 연구팀과 줄리엔 보우어 박사는 얼마 전 모친을 비롯, 가까운 가족을 유방암으로 잃은 여성 43명을 대상으로 4주에 걸쳐 사별 관련 공개 개입 연구를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해 면역 기능 등이 저하된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통념에 따르면 연구 참여자들은 가족력에 더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높았다.

그러나 4주 동안 연구를 진행한 결과,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연구 참여자들의 ‘생각’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적극적으로 삶의 목적을 찾는 참여자들은 면역세포인 NK(Natural Killer)세포가 활성화돼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감소했다.

해당 연구는 삶의 목적이라는 철학적인 주제가 신체 세포의 면역 기능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NK세포, 그리고 암

전체 림프구 중 5~10%를 차지하는 NK세포는 면역세포의 일종이다. 억제 수용체(빨간색)와 활성화 수용체(녹색)가 종합적으로 신호전달을 해 균형을 만들며 NK세포의 기능이 조절된다. 여기서 억제 수용체는 건강한 세포를 구별해 NK세포가 건강한 세포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한다.

활성화 수용체는 세포의 암 같은 종양 및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인식한다. 건강하지 않은 세포로 판명 나면 NK세포가 활성화돼 해당 세포와 직접 접촉, 세포에 구멍을 뚫는다. 그런 다음 NK세포에서 세포 성분 분해 역할을 담당하는 과립구가 종양괴사인자를 분비해 세포를 사멸시킨다.

사망률 및 심혈관 질환 감소

삶의 목적은 이러한 면역 세포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다른 신체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삶의 목적의식이 강하다는 말은 바꿔 말해 살면서 뚜렷한 목표를 갖고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정신신체의학 전문가들은 정신 건강과 개인의 회복력을 증진하기 위해 삶의 목적을 뚜렷하게 가지라고 조언한다.

2015년, 정신신체의학계는 삶의 목적·사망률·심혈관질환 간의 연관성을 조사한 메타연구를 발표했다. 총 13만6265명이 참여한 전향적 연구 10건이 메타분석에 포함됐다. 연구는 7.3년 동안 진행됐으며, 참여자들의 평균 나이는 67세였다. 참여자 중 연구 기간에 사망한 자는 1만4518명, 심혈관 질환이 발병한 자는 4316명이었다.

메타연구는 보다 목적이 뚜렷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경우 사망 위험성과 심혈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17% 낮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의 제1저자인 랜디 코헨 박사는 “삶에서 강한 목적의식을 갖는 것은 사망률과 심혈관 질환 발생률 감소와 관련이 있으며, 스스로 책임의식을 키우면 심혈관 건강을 개선하고 장수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인간은 건강하기 위해 삶의 목적을 찾아야 하도록 설계된 것일지도 모른다.

노년층의 사망률·치매 감소

2019년 정신의학 전문매체 ‘제너럴 사이키아트리(General Psychiatr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삶의 목적의식이 강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알츠하이머에 걸릴 위험이 절반이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평균 80세의 노인 951명을 대상으로 7년 동안 조사를 펼쳤다. 이 기간 동안 조사 참여자의 16.6%인 155명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빨간색 선은 삶의 목적의식에 있어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을 나타낸다. 녹색 선은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이 낮은 점수를 받은 이들에 비해 알츠하이머 위험성이 51% 낮았다. 이 같은 차이는 우울증, 만성 질환, 사회적 입지 같은 다른 요인의 영향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삶의 목적을 설정하면 다른 건강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2009년, 치매에 걸리지 않은 노인 1238명을 대상으로 5년 동안 종단적 추적연구를 진행한 논문이 발표됐다.

연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삶의 목적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노인들이 낮은 점수를 받은 노인들보다 사망 위험이 43% 더 낮았다.

다만 해당 결과는 나이와 성별, 교육 또는 인종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

긍정적인 목적이 건강에 좋은 이유

삶에 있어 긍정적인 목적의식을 갖는 것이 왜 건강에 좋은가?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첫째, 전반적인 면역력의 증가는 만성 염증, 자가면역질환 및 암의 예방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자기충족적(자기실현적) 사고방식은 신체의 항암과 항염증뿐만 아니라 항바이러스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연구자들은 이에 덧붙여 자기충족적 사고방식이 긍정적 사고·자율성·이타주의 등 올바른 삶의 목적을 설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둘째, 삶의 목적이 강한 여성에게서 NK세포의 기능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NK세포는 혈액, 림프계, 피부, 피하지방조직은 물론 폐, 신장, 간 및 기타 장기에 분포하여 아픈 세포들을 모니터링하고 제거한다. NK세포는 몸 건강을 지키는 수호자이자 우리 몸의 특별 순찰대다.

셋째, 2018년 요통 환자에 관한 연구와 2014년 약물 남용자에 관한 연구는 명확한 삶의 목적이 있는 사람이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삶의 목적의식을 가진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목적지향적인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장수와 연관성을 띠었다.

이들은 건강 예방 및 관리를 더욱 꾸준히 했으며, 반대로 입원하는 횟수는 적었다.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질병 예방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건강 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 자신을 해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이는 자연스럽게 건강으로 이어졌다.

예컨대 흡연은 폐암을 유발한다.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담배를 피운다. 삶의 목적의식이 부족하거나 스스로를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존적 정신분석학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빅터 프랑클(1905~1997)은 실존적 정신분석학을 주창한 인물로, 홀로코스트 생존자이다.

프랑클은 나치 강제수용소에 네 번이나 수감됐지만 살아남았다. 수용소 시절 프랑클은 동료 수감자 중 특정 성향의 수감자들이 다른 수감자들보다 생존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삶이 무의미하고 삶의 목적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삶이 자신을 지탱할 목적이 있다는 믿음이 없고, 곧 살아갈 자신감을 잃는다”고 프랑클은 전했다.

삶의 목적의식에서 비롯된 강한 의지가 받쳐준다면 어려움에 직면한 때에도 삶을 향한 동기가 또렷하게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철학자 니체는 “삶의 이유를 아는 사람은 거의 어떤 고통도 견딜 수 있다”고 했다.

삶의 의미를 찾고, 건강의 진정한 의미를 얻자. 정신은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오히려 우리의 건강과 직결된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