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당 사건만 폭동? 언론 보도행태에 깊은 좌절감” 미 전직 경찰

이현주
2021년 02월 9일 오후 5:00 업데이트: 2021년 02월 9일 오후 5:10

미국경찰협회 대변인이 지난 1월 6일 사건에 대한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해 깊은 좌절감을 나타내며 최근 사임했다.

전 경찰협회 대변인 벳시 스미스 경사는 6일 사건 이후 대다수 언론이 미 국회의사당 침범 사건 보도에 상당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보면서, 지난 1년 간 미국 전역을 괴롭혔던 안티파 등 운동 단체들의 폭동을 거의 다루지 않았음을 떠올렸다.

29년차 경찰로 시카고 최대 경찰서에서 근무했던 스미스 전 경사는 위성채널 NTD와 인터뷰에서 “지금 다들 백인 우월주의, 백인 우월주의자들 그리고 의회당 난입 사건에만 미쳐 있다. 거의 지난 일 년 내내 경찰들이 겪어야 했던 99%의 무력 시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스미스 전 경사는 경찰 조직에 대해서도 비슷한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경찰)는 지난달 6일에 발생한 폭동에만 집중하고 있다. 법 집행 당국에 매우,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는 ‘블랙 라이브즈 매터(BLM·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와 극좌파 운동가 등이 주축이 된 시위대가 전국 곳곳에서 경찰들과 계속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시위대는 공산주의 이념을 기반으로 한 무정부주의자들인 테러조직 ‘안티파’를 비롯한 극좌파 단체들에 의해 움직여지고 있다. 이들은 시민 불안감을 조장하며 폭력을 행사하고, 방화를 저지르며, 재산을 약탈하거나 공공시설을 훼손시키며 평화적인 시위대를 이용해 왔다.

미국에서 경찰 개혁 목소리가 높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개혁을 요구하는 대다수는 온건한 방법을 원한다. 이들 틈에 끼어들어 시위 과격화를 부추기는 이들이 안티파와 극좌파 운동가들이다.

2021년 1월 6일 워싱턴 미 국회의사당에서 경찰과 충돌하고 있는 시위대. | Julio Cortez/AP Photo=연합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당일인 지난달 20일에도 오리건주 시애틀과 포틀랜드에서 폭력을 동반한 반정부시위가 거리 행진을 하는 것이 목격됐다.

당시 공개된 사진과 영상에 따르면, 이들은 법원 등 건물 창문을 부수고 건물 군데군데를 훼손하며 재산피해와 기물파손 등을 초래했다.

경찰당국은 이들을 폭력, 폭동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포틀랜드에서 안티파를 면밀히 주시하며 보도해 온 무소속 기자 앤디 응오는 취임식 날 폭동으로 체포된 자들 중 일부는 지난해 BLM 시위에서 체포됐다가 풀려난 바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일에도 안티파를 비롯한 시위대가 워싱턴의 한 거리를 행진하며 “불 태워라!”고 외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한 프리랜서 기자가 촬영한 영상 속에서 시위대는 “뒤로 물러나라”는 경찰 명령을 무시했으며, 어느 순간 검은색 복장을 입고 나타나 야외식당 앞에서 경찰들과 잠시 충돌하기도 했다.

스미스 전 경사는 “대부분 미국인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스마트폰이나 신문을 통해 해당 소식을 접한다”며 “안티파가 널리 퍼져 있는 지역에 살지 않는 한 안티파 활동을 자세히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애틀과 포틀랜드 폭동을 예로 들면서 “언론들이 해당 사태를 잘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미국인들은 폭동이 발생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전했다.

스미스 전 경사는 경찰관들이 이런 폭력적인 시위에 대비할 수 있는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포틀랜드에서 한 시위자가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 2020.9.26 | Howard/Getty Images

그는 폭동 상황에 대비하려면 전략이나 지략을 서로 공유할뿐 아니라 지방 법 집행 기관, 연방 정부 기관 간의 정보도 더 많이 공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폭동 시위대가 꼭 비밀리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법기관이나 연방 정부에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정보 담당자가 있어서, 이러한 폭동이 발생할 것임을 미리 아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찰관들이 폭동에 물리적으로 대비하려면 적절한 장비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까지 발생한 폭동으로 인해 전국에 걸쳐 경찰관 수십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장비만 제대로 갖춘다면 경찰이 소규모 집단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며 “미니애폴리스 폭동 사건에서 봤다시피 폭동 시위대들은 인근 매장들을 부수고 난입해, 주민들의 삶을 파괴시켰다”고 스미스 전 경사는 말했다.

미국 경찰협회(National Police Association)는 미국인들에게 법률 집행 관련 직업을 교육하고 법적 소송을 통해 경찰관을 돕거나 경찰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을 추진하는 비영리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