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6살 아들 죽인 가해자가 자기 아들과 술냄새 풍기며 조문왔습니다”

이서현
2020년 10월 7일 오전 11:40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34

대낮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6살 아들을 잃은 엄마가 가해자의 태도에 분노하며 엄벌을 촉구했다.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햄버거 가게 앞에서 대낮 음주운전으로 사망한 6살 아이의 엄마입니다.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저는 9월 6일 서울 서대문구 음주운전 사망사고로 6살 아들을 지키지 못한 자격 없는 엄마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국민청원 홈페이지

그는 그날 햄버거가 먹고 싶다는 두 아들(만9·6세)을 데리고 오후 3시 30분쯤 근처 패스트푸드점을 갔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적용되던 시점이었다.

아이들은 가게 앞에서 기다리고 혼자 매장에 들어가 포장주문을 했다.

가게 유리를 보며 아이들을 지켜보다 잠시 매장 데스크로 눈을 돌렸을 때였다.

밖에서 ‘쾅쾅’하는 굉음이 들렸다.

놀라서 밖으로 나가보니 가로등이 쓰러져 둘째 아이를 덮친 상태였다.

가해자가 면허취소 수준으로 술을 마신 뒤 가로등을 들이받아 일어난 사고였다.

피를 흘리는 아들을 안고서 이름을 불렀지만 반응이 없었다.

구급차로 이송해 인근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부상이 심했던 아들은 숨을 거두고 말았다.

가해자는 크게 다친 곳 없이 출동한 경찰에 연행됐다.

채널A 뉴스

그런데 사고 이후 가해자의 진술과 태도를 접하며 피해자 가족은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려야 했다.

가해자는 사고 당일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시점에서도 조기축구 모임을 한 후 낮술을 마시고 사고를 냈다.

또, 과속상태에서 브레이크 제동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청원인은 “만약 가로등과 길가에 세워진 오토바이가 없었더라면, 그 자리에 계셨던 어르신 한 분과 저의 두 아이 모두를 잃을 수 있었고, 차량이 패스트푸드점으로 돌진하여 더 많은 인명 피해가 생길 수도 있었다”고 전했다.

MBC 뉴스

이어 “가해자는 사고 당시 기본적인 구호조치조차 못했고 경찰조사에서도 발빠르게 변호사를 선임했다”라며 “사고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알지 못하는 낯선 두 명이 조문하러 왔다길래 남편이 ‘어떻게 오셨냐’고 물으니, 그때까지도 술냄새를 풍기며 ‘가해…’라는 말을 얼버무리다가 그 두 사람의 첫마디를 들은 남편은 가해자의 가족인 줄 알고 욕을 하며 내쫓았다. 나중에 경찰을 통해 그 두 명이 가해 당사자와 그의 아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청원인은 “자신이 죽게 한 아이의 장례식장에 뜬금없이 아들을 대동하고 온 이유가 뭐냐. 진심으로 반성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과연 이런 속 보이는 행동들을 할 수 있는 건가? 우리 부부 생각엔 ‘나도 자식 키우는 사람이니 동정해달라’는 의도로밖에 안보인다. 이 정도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형량을 낮추기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소름 끼친다”라고 했다.

또 “그 후로 가해자 쪽 어느 누구도 우리 피해자에게 아무런 용서와 반성의 메시지나 접촉 시도조차도 없었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둘째 아이의 사고 이후에도 음주관련 사고들이 뉴스에 보도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라며 “이번 사건의 판결로 주취로 인한 어떠한 범죄라도 감형이 아닌 더욱 강력하고, 더욱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사회의 인식이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은 7일 오전 기준 2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