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미 의회 연설…“미국과 함께 세계시민 자유 지킬 것”

한동훈
2023년 04월 28일 오전 9:46 업데이트: 2023년 04월 28일 오전 10:22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영어 연설…이승만 이어 역대 7번째
“1950년대 한반도, 자유주의와 공산 전체주의 충돌한 최전선”
“민주주의 위기…세계 곳곳서 허위선동·거짓정보로 여론 왜곡”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한미동맹 70년의 역사를 돌아보고 동맹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이라는 연설에서 73년 전 공산 전체주의에 맞서 자유를 지켜냈던 한미동맹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한편, 오늘날 허위선동·거짓정보를 내세운 전체주의 위협 앞에 또 한 번 한미동맹의 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대통령의 의회 연설은 초대 이승만 대통령을 시작으로 일곱 번째이며, 2013년 5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이날 연설은 당초 30분으로 예상됐으나, 연설 중간에 상하원 의원 약 500명의 기립박수가 23차례 터져나오며 44분간 진행됐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했다. | AP/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먼저 미국과 한국의 70년 동맹 관계를 강조하며 한국전쟁(6·25전쟁)에서 한국군과 함께 싸운 미군 장병들의 희생에 감사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미 의회는 234년 동안 자유와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다”라며 “헌법 정신을 구현하고 있는 이곳에서 의원 여러분과 미국 국민 앞에 연설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미동맹 70주년 결의’를 채택한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에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지난 세기 동안 미국은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이를 수호하는 데 앞장섰다”며 “미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정의로운 개입을 택했다. 이로 인해 미국이 치른 희생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1950년대 한반도는 자유주의와 공산 전체주의가 충돌하는 최전선이었다”며 “소련의 사주를 받은 북한의 기습 침략으로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가 위기에 빠졌다. 한반도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사라질 뻔한 절체절명의 순간, 미국은 이를 외면하지 않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은 용감히 싸웠고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다”면서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의,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미군이 치른 희생은 매우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주 324 고지전에 참전해 오른팔과 다리를 잃은 참전용사 고 윌리엄 웨버 대령을 언급하면서 경의를 표하고, 연설회장에 참석한 웨버 대령의 손녀 데인 웨버를 직접 소개해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중 미군 한국전 참전용사 윌리엄 웨버 대령의 손녀 데인 웨버 양(가운데)을 소개했다. | AP/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한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고 번영을 일구어 온 중심축이었다”면서 “현대 세계사에 ‘도움을 받는 나라가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돋움한 유일한 사례인 한국은 한미동맹의 성공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한미동맹이 전체주의 세력의 위협이라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상기시켰다.

윤 대통령은 “지금 우리 민주주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세계 도처에서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적 의사결정은 진실과 자유로운 여론 형성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전체주의 세력이 교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들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부정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인 양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이런 은폐와 위장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피와 땀으로 지켜온 소중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시스템이 거짓 위장 세력에 의해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용감하게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협력 외에도 경제 분야 협력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특히 한국의 배터리·반도체·자동차 기업 등이 미국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며 상호 호혜적인 협력관계의 발전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마치고 기립박수 속에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또 윤 대통령은 ‘기생충’, ‘미나리’ 등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것과 함께 ‘탑건’, ‘어벤져스’ 같은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에서 사랑받고 있음을 언급하며 문화 콘텐츠 통해 한미 양국 국민의 우정과 이해가 깊어지고 있음도 언급했다.

최악의 경제난과 인권유린 상황에서도 핵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북한 정권도 규탄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불법적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은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확실하게 억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미의 단합된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제 열린 정상회담에서 저와 바이든 대통령은 한층 강화된 확장억제 조치에 합의했다”며 “날로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공조와 더불어 한미일 3자 안보 협력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자유, 인권,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로 맺어진 가치 동맹”이라면서 “우리의 동맹은 미래를 향해 계속 전진할 것이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갈 세계는 미래 세대들에게 무한한 기회를 안겨줄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