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살펴본 한국의 G8 편입 조건은

전경웅 객원기자
2023년 05월 23일 오전 10:33 업데이트: 2023년 05월 23일 오후 1:16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인 원폭 피해자를 만났다. 그뿐만 아니라 히로시마에 있는 한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최초로 참배했다.

그 어느 때보다 일본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 덕분인지 일본 내 평가도 좋다. 한미 내부에서는 “한국을 편입해 G8으로 가자”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자 “한국이 G8에 편입되려면 먼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일관된 태도가 필요하다”는 반박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한인 원폭 피해자와 면담…기시다 총리와 위령비 참배도

윤 대통령은 19일 히로시마와 근교에 거주 중인 원폭 피해 교포 10명과 면담을 했다. 이날 오전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께서 한일 미래세대를 위해 관계 개선을 추진한 것과 한편으로 과거사 문제도 계속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한일 양국이 미래의 문을 열었지만, 과거의 문도 닫지 않고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측은 윤 대통령이 원폭 피해 교포를 만나는 것이 단순한 일본 측 주장에 대한 동조가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는 엄연히 존재한다. 우리 역사의 아픈 부분”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역사를 그대로 인정하고 만나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만난 원폭 피해 교포는 이후 박진 외교부 장관과 별도로 만찬을 가졌다. 만찬에서는 향후 이들의 지원에 대한 정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폭 피해 동포 면담, 위령비 참배로 日 국민 정서에 더욱 가까이 접근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면서도 원폭 피해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입었다는 점에 상당한 감정을 갖고 있다. 특히 1970년대부터 일본 우익들이 나서서 “일본은 전쟁 피해자”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원폭 투하에 대해서는 스스로를 피해자라 여기는 일본인이 많다. 8월 15일을 ‘패전일’이 아니라 ‘종전기념일’이라 부르며 히로시마 평화 기념관에서 추모 행사를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우리나라는 그동안 대통령이나 장관 등이 방일을 해도 히로시마 한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등을 찾지 않았다. 심지어 ‘진짜 피해자’인 원폭 피해 교포와 면담도 하지 않았다. 2010년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 위령비를 참배한 것은 국제기구 수장 자격으로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 히로시마 한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기시다 총리와 함께 참배하고 피해 교포들과 면담을 가진 것은 우리 동포에게 “조국은 여러분을 잊지 않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일본 총리가 교포 희생자들을 추모한다는 점, 원폭 피해에 대한 일본인들의 감정을 어느 정도 헤아린다는 표현이다. 이는 과거 어느 때보다 한일 두 정상 간의 정서적 접근이 강하다는 제스처로 일본 내에서 읽힐 수 있다.

◇전경련·美 전문가들 “한국, G7 편입할 역량 충분하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한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한 것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주최국 일본이 윤 대통령을 초청했다는 점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가 G8에 편입될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많다.

이 때문인지 한미 내부에서는 “G7에 한국을 편입해 G8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통계로 보는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 현주소’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도 G7에 합류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군사력 지수와 경제성장률,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 국제특허 출원 건수, 블룸버그 혁신지수 등의 순위를 설명한 뒤 “이런 지표를 반영한 美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의 2022년 세계 국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6위였다”면서 우리나라가 여러 측면에서 G7 회원국과 대등하거나 우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도 지난 12일 “한국도 G7에 편입해야 한다”는 전문가들 주장을 전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 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석좌는 “한국이 지난 영국 회의에 이어 일본 회의에 초청받은 것은 한국도 같은 멤버이기 때문”이라며 “단지 정식 멤버가 아닐 뿐”이라고 주장했다. 크로닌 석좌의 지적처럼 우리나라는 G7 정상회의에 5번 초청받았고 4번 참석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미정책국장도 “기존 회원국과 비교할 때 한국은 충분한 정치적·경제적 무게를 갖고 있다”며 한국의 G7 편입에 동의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대사 대리도 G7 편입 가능성이 있는 나라로 호주, 인도, 한국을 꼽고, 그중 한국이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美·日 “G7 확대 논의할 생각 없다”…국내서는 “중·러에 맞서야 가능할 듯”

하지만 미국은 “한국의 G7 편입을 논의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이번 회의에서 회원국 변화를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국내 일각에서는 “미국은 찬성하지만 일본이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기시다 총리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G7 편입을) 미국은 찬성하고 일본은 반대한다는 구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G7 내에서 회원국 확대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국내에서 “우리나라의 G7 편입은 중국·러시아에 대한 태도와 정책에 달렸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G7은 서방 국가 중심의 비공식 그룹으로 현재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중국·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 기조’를 유지하면 여기에 편입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을 두고 중국이 내정간섭 수준의 비난을 퍼붓는 것을 그 근거로 내세운다.

실제로 지난 18일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G7 정상회의에서 대만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두고 “14억 중국 인민의 반대편에 서지 말아야 한다.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는 협박 메시지를 내놨다. “불장난하는 자는 불에 타죽는다”는 말은 윤석열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이후에 내놨던 표현이기도 하다.

지난 17일에는 주한 중국대사관이 ‘G7이 국제질서를 파괴하는 것을 경계한다’는 대변인 성명을 내놨다. 이를 통해 “G7 정상회의에서 대만 문제를 포함해 중국 문제를 의제로 다루려는 소식이 있다”며 “이는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으로 중국의 체면을 먹칠하고 압력을 가하려는 것으로 중국은 결연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어 “유관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유관국이 우리나라를 가리킨다는 게 외교가의 해석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지난 13일 평론에서 “G7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격화시키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갈등을 조장한다”면서 “국제 공평·정의의 대척점에 서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공산당의 이 같은 위협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여야만 G8에 편입될 수 있을 거라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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