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 차장 차기 경찰청장 내정

7개월 만에 경무관에서 치안총감으로 초고속 승진

최창근
2022년 07월 5일 오후 4:15 업데이트: 2022년 07월 5일 오후 4:15

윤석열 정부 첫 경찰 총수가 임명 제청됐다.

경찰청을 소관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브리핑을 개최, 윤희근 경찰청 차장을 차기 경찰청장 후보자로 임명 제청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7월 5일 오후, 직접 브리핑을 연 이상민 장관은 “오늘(7월 5일) 국가경찰위원회에서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제청 동의가 있었다.”며 차기 경찰 수장 임명 사실을 발표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국가경찰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차기 경찰청장 임명제청안 심의에 참석하여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막중한 상황임을 잘 알고 있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후 기자회견에서 “경찰 권한과 역할이 민주적 통제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과 경찰권의 중립성과 책임성 가치가 존중돼야 한다는 것은 양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임명 배경을 설명하며 “윤희근 후보자는 정보, 경비, 자치경찰 관련 업무 등 풍부한 경력과 업무능력을 바탕으로 신망이 두텁다.”며 “14만 명에 이르는 방대한 경찰조직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경찰 임무를 투철한 국가관과 사명감을 토대로 공정하고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행정안전부 외청(外廳)인 경찰청 청장 임명 절차는 ▲후보자 추천 ▲임명 제청 동의(국가경찰위원회) ▲임명제청(행정안전부 장관) ▲인사청문회(국회) ▲임명(대통령) 순으로 진행된다. 임기 2년의 경찰청장은 합동참모본부 의장(합참의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등과 더불어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지만, 국회 동의(인준) 절차 없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치안감(경찰청 경비국장) 시절 윤희근 경찰청장 내정자. | 연합뉴스.

윤희근 신임 경찰청장 내정자는 경찰대학교 7기 졸업·임관했고 중국사회과학원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경찰의 꽃’이라는 총경 승진 후 충청북도 제천경찰서장, 서울시 수서경찰서장 등 일선 경찰 서장을 역임했다. 경찰 내 ‘정보통’으로서 충북경찰청 정보과장, 서울경찰청 정보1과장 등을 역임했고 경무관 승진 후 충북경찰청 청주흥덕경찰서장, 충북경찰청 제2부장,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 경찰청 자치경찰협력정책관 등을 맡았다. 2021년 12월, 치안감으로 승진하여 경찰청 경비국장으로 재직했고 2022년 6월, 치안정감으로 승진하여 경찰 2인자인 경찰청 차장을 맡았고 이번 인사에서 경찰청장으로 임명 제청됐다. 인사 청문 절차를 거쳐 경찰청장으로 공식 임명될 경우 약 7개월 만에 경무관에서 치안총감까지 초고속 승진하는 전무후무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현 경찰청장이 2018년 3월 치안감 승진 후 1년 3개월 만인 2020년 7월 치안총감으로 승진했던 사례와 비교해 봐도 파격이다.

이러한 윤희근 청장의 임명은 전례 없는 고속 승진 외에도 경찰 내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 전담 조직인 ‘(가칭) 경찰국’ 신설안을 두고 경찰대 출신 간부들이 집단 반발하는 가운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6월 27일 경찰국 신설을 골자로 하는 경찰 문민 통제 방안을 발표하면서 “특정 출신 고위직 독점 구조를 타파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장관이 지적한 특정 출신은 경찰 고위직을 독점하고 있는 경찰대 졸업생을 지칭한다 해석됐다. 그 연장선상에서 차기 경찰청장으로는 비경찰대 출신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 속에서 이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차기 청장 후보로 거론됐다. 이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출신으로 1991년 제35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하여 10여 년간 통일부 사무관으로 근무했고, 2004년 경정 특채를 통해 경찰로 전직했다. 2009년 ‘경찰의 별’ 경무관 승진후 부산경찰청 부산해운대경찰서장, 경찰청 대변인 등을 역임했고 2021년 7월 치안감 승진 후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장, 울산경찰청장을 거쳐 2022년 6월 인사에서 치안정감으로 승진하여 서울경찰청장을 맡고 있다. 자연 윤희근 경찰청 차장과 더불어 차기 청장 후보군을 형성했다. 이 속에서 윤희근 경찰청 차장이 최종 내정된 것은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가 경찰 조직을 안정화할 적임자로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희근 신임 경찰청장 내정자의 앞날은 험로이다. 난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경찰 통제안’을 둘러싼 경찰과 행정안전부 간 갈등, 6월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과 윤석열 대통령의 ‘국기문란’  발언, 김창룡 경찰청장의 사의 표명 등으로 경찰 내부가 동요하고 있다. 특히 이상민 장관이 경찰이 반발하는 ‘경찰국 신설’을 사실상 공식화한 만큼 윤희근 내정자로서는 행정안전부와의 관계 정립이 관건이다.  8월 말, 행정안전부 내부 경찰 관련 조직으로 (가칭) 경찰국이 설치되면 경찰 고위직 인사권을 강화해 경찰 통제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 회장단은 7월 4일, “행정안전부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련의 행위를 즉각 멈추라.”며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신설 반대 기자회견을 연 뒤 단체로 삭발을 감행했다. 이 밖에도 ‘경찰독립선언문’ 낭독, 경찰청 앞 1인 시위 등 경찰 구성원들은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