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세컨드 젠틀맨과 習의 오른팔

최창근
2022년 05월 8일 오전 10:36 업데이트: 2022년 05월 8일 오후 12:46

5월 10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이른바 ‘취임식 외교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식에 파견하는 외교 사절 규모와 격(格) 자체가 차기 대통령과 정부에 보내는 ‘외교적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제20대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는 5월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번 대통령 취임식에는 143명의 주한국 외교 사절을 포함해 외빈 300여 명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세컨드 젠틀맨’ 더글러스 엠호프(Douglas Craig Emhoff)를 단장으로 하는 공식 사절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그는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현 부통령의 부군(夫君)이다. 변호사인 엠호프는 배우자가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에 취임하면서 미국 역사상 첫 세컨드 젠틀맨이 됐다.

행정부와 의회에서는 마틴 월시 노동부 장관, 아미 베라·메릴린 스트리클런드 연방 하원의원이 참석한다. 한국계 인사로는 토드 김 법무부 환경 담당 차관보, 린다 심 백악관 경제 분야 인선 담당 특별보좌관, 애플 TV가 드라마화하여 반향을 일으킨 소설 ‘파친코’ 원작자 이민진 변호사 등이 포함됐다. 미국 정부는 전직 대통령을 파견하는 것도 검토했으나 코로나19 상황, 바이든 대통령 방한 일정 등을 고려하여 세컨드 젠틀맨과 각료를 파견하기로 했다.

미국은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식에는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이명박 전 대통령 땐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시에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 때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대선 다음 날 곧바로 취임해 외국 사절단이 없었다.

한미동맹 강화, 사드 배치 관련 3불 정책 폐기 등을 시사하며 문재인 정부에 비하여 대중국 강경 노선이 예고되는 윤석열 차기 정부를 향해 중국도 적극 구애에 나선 형국이다. 중국 정부는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을 ‘국가주석 특별 대표’로 파견하기로 했다. 시진핑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은 역대 최고위급 대통령 취임 사절이다. 중국 정부는 관례적으로 부총리급을 파견해 왔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는 탕자쉬안(唐家璇) 당시 외교담당 국무위원,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는 류옌둥(劉延東) 당시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을 파견했다.

일본에서는 ‘친한파’ 정치인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가 방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현직 각료로는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대신이 결정됐다. 일본 외무대신 방한은 2018년 6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때 고노 다로 당시 외무상이 한국을 찾은 뒤 약 4년 만이다. 냉각기를 거치던 양국 관계가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개선될지 주목된다.

한반도 4대 주변국 중 러시아에선 별도 공식 취임식 축하 사절이 방한하지 않는 대신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가 참석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한 한-러 관계 악화 등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