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는 조선족’ 표기 수정 요구에 “논의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중국

김우성
2021년 02월 18일 오후 6:06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20

앞서 중국 포털 바이두 백과사전이 윤동주의 국적을 ‘중국’으로, 민족을 ‘조선족’으로 잘못 기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30일 윤동주 탄생일에 맞춰 바이두에 항의했다.

그리고 2월 16일 윤동주 서거일에도 재차 수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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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중국 매체 환구시보는 “윤동주의 국적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양국 전문가들이 고증과 분석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서 교수의 항의 내용을 전하면서 “중국 국적법과 역사 상황에 따르면 윤동주 같은 역사 인물의 국적을 인정하는 일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보도했다.

주장의 근거로 윤동주가 중국에서 태어났고, 출생 시 한국은 일제 점령하에 있어 정식 건국 전이라는 점을 들었다.

이어 윤동주가 생전에 자신의 국적에 대해 분명히 밝힌 적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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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구시보는 “서 교수가 김치 논쟁 등 한중간의 여러 논란을 부풀려 한국 내의 민족감정을 부추긴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한 이날 오전 중국 웨이보에는 ‘#한국 교수가 조선족 시인의 국적을 한국으로 수정하라고 요구했다#’는 해시태그가 3억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검색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대체로 서 교수의 요구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 당국은 2012년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룽징에 있는 윤동주 생가를 복원했다.

그런데 입구에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이라고 적힌 비석을 세운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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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문가들은 “윤동주가 나고 자란 룽징 명동 마을은 중국 땅이었지만, 당시 이주 조선인들의 생활 터전이었다”며 “윤동주는 중학 이후 평양, 서울, 일본에서 활동하며 모든 작품을 한글로 쓴 민족시인”이라고 강조했다.

윤동주의 출생 시기와 장소는 역사적 특수성이 있으므로 국적보다는 그의 민족적 지향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윤동주는 ‘한글’로 시를 썼고, 조선인으로서의 민족적 정체성이 뚜렷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표적인 증거로,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에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란 대목이 있다.

‘패, 경, 옥’이라는 이름을 흔히 쓰는 중국 한족 소녀를 ‘이국 소녀’로 칭한 것은 자신을 중국인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며, 조선인의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논란에 관해 외교부는 “사전에 알고 교섭 중인 사안”이라며 “중국 측과 교섭 중”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윤 시인을 포함해 이런 (조선족 표기) 문제에 대해서 정부 당국이 긴밀하게 모니터링 중”이라며 “민족적 정서와 관련돼 예민한 부분이라 오류가 있을 때마다 바로잡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