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북한 인권 비공개 회의, 7개국 “북한 정권 규탄” 공동성명 발표

이진백
2021년 12월 16일 오후 8:00 업데이트: 2021년 12월 17일 오후 4:09

미송환 전쟁포로·코로나19 대응 협력 등 북한인권결의안에 최초 포함
, 결의안 공동 제안국 3년째 불참컨센서스 채택만 동참

“북한 주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정권에 의해 기본적인 자유를 체계적으로 억압당하고 있다”

12월 15일(현지 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비공개로 열린 북한의 인권 문제 관련 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Linda Thomas-Greenfield) 주유엔 미국 대사는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등 안보리 상임·비상임 이사국과 일본 등 총 7개국이 참석해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 행위 근절을 촉구하는 ‘공동성명(Joint Statement)’을 발표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Linda Thomas-Greenfield) 주유엔 미국 대사ㅣ유엔 제공

토머스 그린필드 대사가 대표하여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북한 정권하에서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학대,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정치범 수용소에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억류하고 있다”고 밝히며 “수감자들은 고문, 강제 노동, 즉결 처형, 굶주림, 성적·성차별적 폭력을 포함한 ‘광범위한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 일반 주민들도 북한 정권의 공포통치에 지배당하고 있으며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도 억압당하고 있다고 했다.

성명에서는 코로나19 대응 조치를 명분 삼은 북한 정권의 자국 주민들에 대한 인권 탄압이 더욱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북한 정권은 북한을 탈출하려는 모든 사람을 상대로 ‘즉살 명령(shoot-to-kill orders)’을 시행하고 있으며 인도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도 막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정권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토머스 그린필드 대사는 “북한 당국의 탄압은 국경을 넘어서도 확장되고 있다”고 경고하며,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일본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을 상대로 행해진 국제적 납치, 강제 실종에도 북한 정권이 연루되어 있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7개국은 북한 납북자 관련 제반 문제, 특히 송환 문제를 즉각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추후 유엔 안보리는 더욱 적극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 대응책을 강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토머스 그린필드 대사는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와 인권 탄압 증거 자료는 잘 확보되어 있다”고 밝히며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이 최고위급 인사의 지시로 반인도적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하며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오늘날 세계에는 북한의 인권 탄압과 같은 잔혹함이 설 자리가 없다. 그리고 이제는 유엔 인권이사회(UNHRC)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이다. 12월 16일 개최되는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할 때 다시 한번 유엔 전 회원국이 합심하여 북한의 인권 침해를 규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인권 문제 담당)는 11월 17일 북한인권결의안을 별도 표결 없이 ‘전원합의(컨센서스)’로 통과시켰다. 지난 2015년부터 올해까지 17년 연속이다. 올해 북한인권결의안에는 기존 북한 인권 문제 관련 내용에 더하여 ▲미송환 전쟁포로 및 그 후손 관련 문안 ▲코로나19 대응 및 백신 운송 관련 인도 지원 기관과의 협력 및 접근성 보장 ▲유엔 인권고등판무관(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의 북한 정부 책임규명 보고서 등이 추가됐다. 결의안은 12월 16일 열리는 유엔총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토머스 그린필드 대사는 공동성명 발표 후 언론 브리핑에서 회의 전날인 12월 14일의 탈북자 면담 내용도 공개했다. “어제 북한에서 온 탈북자 ‘조이’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학교에 갈 형편도 못 됐고 꿈도 가질 수 없었다. 조이는 십대 시절 의붓어머니가 강제로 결혼을 시키려는 것에 저항하여 탈북했지만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조이는 중국에서 성 노예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 후 한국으로 탈출했지만 그녀의 하나뿐인 아이는 중국에 있다. 나는 그녀의 처참한 이야기를 듣고서 눈물이 났다. 그는 우리가 북한 전체주의 체제의 만행과 문제점을 인식해야 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조이는 북한을 탈출해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 말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이유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 참여에 동참하지 않았지만 컨센서스 채택에는 동참했다. 11월 18일, 한국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더불어 노력한다는 기본 입장하에 작년과 마찬가지로 결의안 컨센서스 채택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엔 이사회 참가국이 투표 없이 합의로 진행하는 컨센서스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한 모든 국가는 컨센서스 채택에 동참한 것으로 간주되기에 실질적인 의미는 없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11월 17일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대 조선 적대 정책과 이중기준의 산물로서 (결의안을) 전면 배격한다”며 반발한 바 있다. 이어 “결의안은 우리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과 편견에 찌든 적대 세력들이 고안해낸 날조 자료들로 일관된 것으로서 상투적인 모략 문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12월 16일 열리는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향후 북한의 반발과 남북관계 전개 양상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