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이사회 세미나서 ‘반(反)강제장기적출법’ 제안

김정희
2022년 03월 23일 오후 11:24 업데이트: 2022년 03월 24일 오전 11:38

한미일 등 5개국 NGO, 부대행사로 세미나 개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49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중국 공산당의 강제장기적출을 저지하기 위한 국제법 제정이 제안됐다.

이 법안은 속인주의를 적용해 해외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각국에서 처벌하고, 공소시효는 무제한으로 했다.

22일(현지시각) 유엔인권이사회 부대행사로 열린 ‘국가가 지지하는 강제장기적출’ 화상 세미나에서는 강제장기적출에 반대하는 한국·미국·유럽·일본·대만 등 5개국 단체 대표로 참석한 대만 출신의 인권변호사 테레사 추(Theresa Chu)가 ‘반(反)강제장기적출법’ 초안을 발표했다.

5개 단체는 한국 사단법인 ‘한국장기이식윤리협회'(KAEOT), 미국 ‘강제장기적출에 반대하는 의사들'(DAFOH·다포), 유럽 ‘양심의 자유 협의회'(CAP-LC), 일본 ‘해외 원정 장기이식 조사위원회'(TTRA), 대만 ‘국제장기이식관리협회'(TAICOT) 등이다.

이 법안은 강제장기적출 범죄에 고의적으로 직간접적으로 참여했거나 연루된 개인이나 단체를 자국 형사법에 근거해 ‘고의 살인’ 등의 혐의로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외에서 저지르고 귀국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공소시효를 두지 않았다.

강제장기적출은 장기이식이나 의학실험, 이익 창출이나 기타 목적(처벌 등)으로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서 장기나 조직을 적출해 피해자를 사망케 하거나 심각한 상해를 입게 하는 행위다. 국제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지난 2000년 초부터 국가 주도로 대규모 강제장기적출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법안은 또한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 외에 범죄예방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도 제시했다. 여기에는 중국 공산당에 대한 국제적 제재도 포함됐다.

추 변호사는 “국제사회는 중국 공산당의 강제 장기적출 범죄를 법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각국 정부에 ‘반강제장기적출법’ 마련과 국제 제재 네트워크 동참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번 초안은 작년 9월 유엔인권이사회 기간 발표된 ‘강제 장기적출 근절 및 방지를 위한 세계선언’에 이은 후속 조치다. 선언을 주도한 5개 단체는 법조인과 의학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결성해 초안을 마련했다.

이들이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에 대해 세계 각국에서 처벌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안한 것은 중국 정부가 강제장기적출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나 관련정보 제공 요청, 장기이식 투명성 확대 등에 대한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추 변호사는 “유엔 관련기관에서 2006년부터 중국 당국에 장기이식 문책 제도 마련, 정보공개, 권력을 악용한 자들에 대한 처벌 등을 요구했으나 베이징은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의 장기이식이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빠른 장기이식을 원하는 환자들로 인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이번 법안을 제안하게 된 이유의 하나다. 중국으로 원정장기이식을 간 환자와 가족들이 의도치 않게 범죄에 연루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도 있다.

강제장기적출의 주된 피해자는 중국 내 파룬궁 수련자들로 알려졌다. 파룬궁은 진선인(真善忍)을 원칙으로 하는 수련단체다. 1990년대 초 중국에서 일반에 공개돼 1999년 하반기부터 탄압대상으로 지정돼 지금까지 22년 이상 박해를 받고 있다.

수련인구가 당국 추산 수천만명에 이르면서 수십만명 이상이 투옥돼, 이들이 대규모 장기공급처로 희생되는 것으로 이 사건을 추적해온 국제단체들은 파악하고 있다.

추 변호사와 5개 단체는 2010년대부터 강제장기적출 종식을 위한 활동을 전개해왔으며, 지난 2013년에는 53개국에서 150만명 이상이 서명한 ‘파룬궁 수련자에 대한 강제 장기적출 반대 청원’ 사본을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에 전달한 바 있다.

이 서명은 한국에서도 진행됐고 한국은 40만명 이상이 참여해 단일국가로는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고 한국장기이식윤리협회 측은 설명했다.

2013년 대한영상의학회 학술대회장에서 진행된 강제장기적출 반대 서명운동 | KAEOT

추 변호사는 “강제 장기적출은 범죄 수법이 매우 잔인한 집단학살”이라며 “21세기에 세계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이런 일이 대량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중국이라는 국가는 물론 인류 전체에 있어 도덕성을 크게 추락시키는 참사”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 장기이식윤리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7개 국어로 작성된 ‘강제 장기적출 근절 및 방지를 위한 세계선언’ 전문과 이번 세미나 발표 내용을 공개했다(관련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