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러-유럽간 가스관 누출 “파괴공작” 규정…러시아는 신중론

한동훈
2022년 09월 28일 오후 2:18 업데이트: 2022년 09월 28일 오후 5:38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유럽에 공급하는 가스관에서 누출이 발생한 가운데, 고의냐 아니냐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유럽 정치 지도자들은 이를 사고가 아닌 러시아의 고의적 파괴공작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러시아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로이터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의 발트해 해저관에서 가스 누출이 발생했다.

이날 노르트스트림 운영사이자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즈프롬’이 최대 주주인 ‘노르트스트림 AG’는 성명을 통해 해저 가스관에서 3곳의 누출이 발생했다고 확인했다.

노르트스트림 AG는 “하루 만에 가스관 3곳이 손상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피해 규모와 원인 파악을 위해 현지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확한 복구 일정은 예측하지 못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행정부 격)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번 일을 사고가 아니라 러시아의 사보타주(비밀 파괴공작)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가동 중인 유럽의 에너지 인프라를 어떤 방식으로든 고의로 훼손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이는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대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녀는 트위터를 통해 “덴마크 총리와 관련 정보를 교환했다”면서 사고 경위와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과 가까운 스웨덴과 덴마크 정부 지도자들도 동시다발적인 가스 누출에 대해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덴마크의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는 “당국의 평가에 따르면, 사고가 아니라 명백한 고의적 행위”라면서도 배후에 관해서는 아직 관련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스웨덴의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총리 역시 “고의적인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며 파괴 공작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안데르손 총리에 따르면, 스웨덴과 덴마크 정보기관에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대통령실에 해당하는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는 전체 (유럽) 대륙의 에너지 안보와 관련된 문제”라며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누출이 파괴공작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은 어떤 것도 배제할 수 없다”며 “분명한 것은 가스관에서 일종의 파괴가 있었다는 점”이라고 답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번 누출은 폭발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스웨덴 국립 지진네트워크는 가스관 누출 발견 직전, 해당 지역에서 두 차례의 강한 에너지 방출이 기록됐다며 폭발 외에 다른 원인에 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