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중국 내 강제 장기적출 조사 촉구 결의안 채택

정용진
2022년 05월 7일 오후 4:40 업데이트: 2022년 05월 7일 오후 5:02

중국 공산당의 강제 장기적출 범죄에 대한 전면 조사를 촉구하는 긴급 결의안이 5일(현지시각) 유럽의회에서 채택됐다.

결의안을 발의한 마리 아레나 유럽의회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전 세계적으로 매년 1만 건 이상의 불법적인 인간 장기이식이 수행된다”며 “보고된 바에 따르면 중국에서 벌어지는 강제 장기적출은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배경을 밝혔다.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진보동맹(S&D) 소속 의원이자 유럽의회 인권소위원회 위원장인 아레나 의원은 “중국 지도부는 파룬궁(法輪功) 수련자를 주된 타깃으로 삼은 이 가증스러운 위법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장기 이식에 관한 국제적 표준을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S&D는 유럽의회를 구성하는 주요 정치그룹의 하나다. 27개 유럽연합 회원국과 시민 총 4억5천만 명을 대표하는 유럽의회에서는 7개의 정치 그룹과 무소속 그룹이 정당 역할을 하고 있다. S&D는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 국민당그룹(EPP)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파룬궁은 1990년대 초반 중국에서 일반에 공개된 심신수련법이다. 건강 증진과 도덕성 향상에 대한 효과가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1990년대 말 중국 내 수련 인구가 당국 추산 7천만 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1999년 7월부터 중국 공산당의 탄압을 받기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파룬궁 탄압은 감시·추적 등 괴롭힘, 체포, 구타, 퇴학·퇴사 처분, 벌금 혹은 재산 압류 외에도 고문, 수련 포기를 강요하기 위한 세뇌, 강제 장기적출 등 반인류 범죄에 해당하는 수준까지 다양하다. 강제 장기적출은 동의 없이 배를 갈라 장기를 적출하는 참혹한 살인 행위이다.

유럽의회 결의안에서는 강제 장기적출이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공산당이 정권 차원에서 저지르는 범죄로 파악했다. 또한 관련 보고서를 인용해 파룬궁 수련자를 비롯해 신장 위구르 무슬림, 티베트인, 기독교인 등도 피해자라고 밝혔다.

유럽의회가 중국 내 파룬궁 탄압과 강제 장기적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13년 12월, 유럽의회는 ‘중국 내 소수집단 대상 강제 장기적출 즉각 중단 요구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2016년 4월에는 S&D 등 5개 정치그룹 소속 의원 12명이 “정부가 승인한 조직적인 장기적출”에 대한 조사단 구성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아레나 의원은 이번 긴급 결의안 채택에 대해 “지난 10년 동안 중국에서 발생한 심각한 인권 침해를 중단하라는 유럽의회의 세 번째 요구”라며 “이제는 유럽연합(EU)이 이를 공개적으로 규탄하고, 유럽인의 (중국) 원정 장기이식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권고적 효력만 갖는다. 유럽의회 결의안은 어떤 사안, 사건에 대한 유럽의회의 입장을 나타낸다. 추후 의원들의 토론을 통해 관련법 제정이나 추가적인 대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2014년 4월 벨기에는 연방의회는 2013년 채택된 유럽의회 결의안에 따라, 상업적 목적으로 장기매매에 관여하는 모든 관계자를 최고 20년의 징역과 120만 유로(약 16억원)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벨기에 시민이 해외에서 위반해도 처벌하도록 했다.

중국 내 강제 장기적출은 자국민은 물론 장기이식을 원하는 외국인들도 살인 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중국의 여러 병원은 외국인의 중국 원정 장기이식을 유치해 거액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국제 인권단체들은 보고하고 있다.

벨기에가 자국민의 상업적 목적의 장기 거래 처벌 범위를 해외까지 확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스페인, 대만, 이탈리아 등이 비슷한 법을 만들어 불법적인 해외 원정 장기이식을 금지하고 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사형수의 장기를 적출하던 관행을 2014년 중단하고 자발적 기부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했다며 강제 장기적출에 대해 근거 없는 비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후에도 중국 공산당이 주도하는 강제 장기적출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해왔다. 이러한 우려는 이번 유럽의회 긴급 결의안 채택을 통해서도 또 한 번 국제적 인정을 받게 됐다.

한편 이번 결의안에서는 이 달로 예정된 유엔(UN) 인권고등판무관 미첼 바첼레스 전 칠레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환영했다. 바첼레스 판무관은 신장 위구르 지역 조사를 위해 이달 안에 중국을 방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