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미 선거운동 단체 아콘-오바마 결탁 폭로

류지윤
2020년 12월 23일 오후 1:55 업데이트: 2021년 01월 14일 오후 1:50

올해 미국 대선에서 제기된 유권자 사기와 비슷한 사건들이 지난 2004년 대선 때도 벌어졌으며, 이런 행위를 일으킨 선거운동 단체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관계 깊다는 내용이 폭로됐다.

비밀, 미공개 정보 폭로를 전문으로 하는 위키리크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각) 힐러리 클린턴 이메일 사건,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 중국 공산당의 티베트인 학살, 아프가니스탄·시리아·이란 등의 국가에서 발생한 사건 등에 관한 문서를 홈페이지 추가했다(파일 링크).

이 가운데 하나는 진보성향 잡지 ‘사회정책’(Social Policy)이 2004년 발표한 ‘시카고-버락 오바마 선거운동 연구’라는 보고서였다(PDF 링크).

이 보고서에는 2010년 각종 비리와 선거개입으로 해체된 진보성향 선거운동 단체 ‘아콘’이 오바마 전 대통령과 관계있으며, 둘 사이의 관계가 최소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진보성향 잡지 ‘사회정책(Social Policy)’의 ‘시카고-버락 오바마 선거운동 연구’ 보고서

아콘(ACORN·Association of Community Organizations for Reform Now)은 ‘지금 당장의 개혁을 위한 공동체 연합’이라는 뜻의 약자로 1970년 미국 아칸소주에서 저소득층 생필품 지원운동으로 시작됐으며, 저소득층의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일 역시 주요 활동이었다.

그러나 아콘의 활동은 떳떳하지 못했다. 회원 명부에는 2006년까지 100개 도시에서 130만명이 등록됐으나, 실제로는 45만명이었고 나머지는 이중 등록 혹은 유령인물로 드러났다.

또한 아콘은 직원 및 활동가들이 다수의 선거 조작 사건에 연루돼 여러 주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공금 횡령 등 각종 비리가 겹치면서 2010년 해체됐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이 보고서는 시카고 아콘의 총책 토니 폴크스(Toni Foulkes)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그는 보고서 시작 부분에서 아콘이 2004년 대선 당시 유권자 등록 등 분야에서 지역 커뮤니티의 선거 참여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들에게 득을 보게 했다고 밝혔다.

2004년은 일리노이 주의회 의원이었던 오바마가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해였다. 당시 오바마 예비후보는 당내 경쟁자 7명을 제치고 후보로 선출됐고, 연방 상원의원직을 거머쥘 수 있었다.

아콘이 선거에서 크게 활약한 시기와 오바마가 본격적인 출세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시점이 일치한다.

보고서에서는 오바마가 몇 년 전부터 거점을 세우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시카고대 로스쿨 강사로 취직하기 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지역사회 활동에 참가했다.

그는 1992년 ‘투표 프로젝트’(Project Vote)라는 이름의 단체에서 유권자 등록 캠페인을 벌여 5만 명을 동원했는데, 이 단체는 이후 아콘에 흡수됐다.

2008년 아콘이 게재한 사진. 오바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자료사진

이를 계기로 오바마의 조직력에 주목한 아콘은 그를 변호사로 기용했고, 오바마는 아콘을 대신해 일리노이주 주정부에 유권자 등록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연방기동유권자법’을 시행하도록 압박해 승소했다.

또한 오바마는 아콘 직원들을 교육하기도 하면서 유대감을 쌓았고, 2004년 무렵 둘 사이는 아콘이 오바마를 “우리와는 이미 오래된 친구”라고 말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2004년 오마바는 상원선거에 나갈 후보를 결정하는 민주당 내부 경선에서 파죽지세로 앞서나갔는데 ‘사회정책’ 보고서는 이 과정에서 아콘이 오바마에게 제공한 결정적 도움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교육 및 문책성 회의 참여와 선거 운동원 영입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선거 2주 전 유급 및 감독 유세원이 팀을 이루어야 효과가 커 예비선거 이전에 유권자 2만 7천 명을 추가로 등록하기도 했다.

다음은 선거 운동원의 가정 방문 유세다. 이들은 유권자들을 만나면 바로 공약부터 말하는 게 아니라 먼저 유권자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을 듣고, 이후 그 문제와 관련해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투표 약속을 받았다. 이들은 오바마가 ‘모든 걸 해결해 줄 수 있는’ 후보인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유급 선거 운동원과 자원봉사자의 결합이다. 경험이 많은 자원봉사자가 ‘수당을 받는 영업맨’과 함께 활동할 경우 투표율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었다. 실제로 아콘의 한 지역 책임자 데니스 딕슨(Denise Dixon)은 한 선거 운동원과 짝을 이뤄 선거구의 투표율을 131% 포인트나 끌어올렸다. 같은 선거에서 시 전체 투표율은 그 10분의 1인 14% 상승하는 데 그쳤다.

보고서는 투표율이 왜 100%를 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작성자는 투표율의 대폭적인 증가가 “선거 2주 전 노크와 강력한 지역 리더들의 협조”로 이뤄진 결과임을 확신했다.

아콘, 유권자 사기 적발로 결국 해체

아콘 임직원이 선거 관련 불법행위를 한 것은 분명하다. 이들은 더 많은 보수를 받거나 정원을 달성하기 위해 유권자 등록표를 위조했다. 2010년 11월 전 아콘 직원 18명이 부정선거와 관련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가 대선후보가 출마한 2008년 대선 당시 아콘은 18개 경합주에서 대대적인 유권자 등록 캠페인을 벌였고, 수백만 명의 신규 유권자를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수많은 유권자 사기 적발로 이어졌다.

일례로, 아콘은 인디애나주 레이크 카운티에서 5천 부의 새로운 유권자 등록표를 제출했다. 카운티 사무국은 2천여 부를 검사한 뒤 거의 모든 등록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떤 것들은 서명이 똑같거나, 등록된 주소가 한 식당이었고, 이미 사망한 사람도 있었으며 전화번호는 모두 잘못된 번호였다. 결국 카운티는 이 5천 부를 모두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오하이오주의 19세 흑인 청년은 뉴욕포스트에 아콘이 그를 대신해 72차례나 등록했으며 매번 담배 10~20개비와 10여 달러를 받았다고 시인했다. 선거 당국에서 중복으로 등록된 유권자는 걸러낸다. 하지만, 중복으로 등록한 사람 중 일부는 등록할 때마다 기재사항을 조금씩 바꾸는 수법으로 이같은 감시망을 피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미국 선거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코네티컷주 브리지포트(Bridgeport)시에서는 7세 소녀가 유권자 등록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러한 아콘에 대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오바마는 80만 달러를 기부하며 이같은 유권자 등록을 지원했다.

아콘, 간판 바꿔달았다…‘인디비저블’로

아콘은 2010년 해체됐다. 2004년 플로리다주 선거사기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고, 2008년에는 비리 스캔들이 잇따랐다. 특히 2009년 성매매 알선과 탈세 사주 동영상이 공개돼 의회의 공분을 일으켰고, 이 때문에 정부지원금과 기부금, 세제지원 등이 끊기자 해체했다.

이러한 아콘 출신들이 해체 후 모인 곳이 ‘인디비저블’(Indivisible·나눌 수 없는, 불가분의)이다. 부정적 여론이 고조되자, 아콘이 간판만 바꿔 단 조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부정을 추적하고 있는 시드니 파웰 변호사팀은 지난달 25일 미시간주와 조지아주에 도미니언 투표시스템이 외세에 의해 조작됐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며, 이들 외세의 미국 내 연락책으로 인디비저블을 지목했다.

소장에 첨부된 수많은 서명 진술서 가운데, 하나는 미 육군 305군사정보대대에서 시스템의 약점을 찾는 화이트 해커로 활동했던 전자정보분석가가 작성한 것이었는데, 이 전문가는 대선 투표일 오후 인디비저블이 도미니언 네트워크를 통해 선거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