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미국의 복귀” 선언한 드산티스, 어떤 길 걸어왔나

한동훈
2023년 05월 26일 오후 12:40 업데이트: 2023년 05월 26일 오후 7:01

하버드 로스쿨 졸업, 네이비씰 법무장교 출신
2022년 주지사 재선 성공 후 공화당 잠룡으로
급진좌파 이념 차단하며 보수·전통적 가치 내세워
중국 공산당 침투에도 대응…트럼프 대안 평가도

“위대한 미국의 복귀를 이끌기 위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 미국 플로리다의 보수파 주지사 론 드산티스가 24일(현지시간)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공화당 소속인 드산티스 주지사는 이날 출마 행사에서 불법이민의 폭증, 사회 곳곳에 만연한 범죄, 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실정 등을 거론하며 “번영과 자유를 위해 분투하자”고 강조했다.

적잖은 언론들은 드산티스가 같은 공화당 내 유력 예비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점을 주로 부각하고 있지만, 그가 공화당의 새로운 주자로 떠오른 데에는 그동안 플로리다에서 보여온 행보가 뒷받침이 됐다.

정치적 올바름(PC) 강요, 캔슬 컬처(cancel culture·취소문화) 확산, 경찰 예산 삭감 운동, 범죄자 석방, 불법이민 허용 등 미국 사회 전역에서 좌파 이념 선풍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드산티스는 온건한 보수파로서 전통적 가치관을 중시하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

드산티스 주지사는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기간에 연방정부의 락다운(사회 봉쇄) 정책에 반대하고, LGBT(동성애·양성애·성전환자) 문제에 있어 여성과 어린이의 권리를 옹호해왔다. PC주의 확산 선봉에 선 디즈니를 상대로 특권을 폐지하며 제동을 걸기도 했다.

신형 코로나 락다운 정책에 반대하고 LGBT 문제에 대해서는 여성과 어린이의 권리를 옹호하고 있다. 소위 ‘전 세계 빈곤을 종식하고 지구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추진에 대해서도 기존 산업과 지역 농가를 보호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드산티스는 미국 여러 주지사 중에서도 중국 공산당의 침투 공작에 가장 강력하게 대응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8일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을 물리치는 3개 법안에 서명했다. 중국 공산당과 그 대리인의 플로리다 토지 구매를 제한하고 대학·연구소 등 교육기관 침투를 차단했다.

플로리다 출생, 해군 복무…3선 의원 출신

드산티스는 1978년 9월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미디어·마켓 리서치 기업 닐슨사의 시청률 조사 기기를 설치하는 일을 했고 어머니는 간호사였다.

어려서부터 야구에 빠진 그는 1991년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출전하기도 했으며, 명문 예일대 진학 후 야구팀 주장을 맡았고, 역사학 학사 학위 취득 후 잠시 역사 교사로 재직하다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해 2005년 졸업(법학박사)과 동시에 변호사로 등록했다.

로스쿨 재학 중이던 2004년 해군 예비군에 지원해 법무장교로 임관했으며,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SEALs)에서 2010년까지 복무했다. 이 기간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다(2007년).

2012년 연방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된 이후 2018년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하기까지 3선 의원을 지냈으며 2022년 20%포인트에 가까운 압도적 격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해군 장교 시절인 2009년 지역 방송의 뉴스캐스터였던 케이시 블랙과 결혼해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케이시는 저널리스트 경력을 살려 드산티스의 가장 가까운 조언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락다운 반대…대면수업 조기 재개

드산티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으로 지명도를 높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락다운과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백신 접종 의무화를 시행했지만, 드산티스는 이에 반대하거나 최소화했다. 지역 내 학교에서는 대면수업을 조기 재개하도록 했다.

플로리다에서는 락다운 기간에도 테이크아웃 및 배달 주문에 한해 식당 영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했으며 단계적으로 제한을 해제하며 9월에 모든 제한을 철폐, 사회를 정상화했다.

드산티스는 2021년 11월 주의회를 통과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금지법에 서명하고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어린이 백신 접종 문제에 있어서도 “부모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며 자율화했다. 2020년 7월 지역 내 모든 학교에도 “교육의 질과 연속성을 위해” 대면수업을 재개하도록 했다.

이후 학교 측과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했지만, 학교 측에 학생들의 학업 결과가 떨어지는지 면밀히 주시해 필요하면 대면수업을 권장하도록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온라인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대면수업 때보다 성적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플로리다 보건당국 역시 어린이들 사이에서 코로나19 전파력이 낮다는 점 등을 근거로 건강한 어린이들은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다.

플로리다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급증했지만, 2021년 당시 사망률은 미국 전체 50개 주에서 24위로 평균적인 순위를 나타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집계한 2020년 미국인 평균 수명도 전미 평균치는 1.8년 줄었지만 플로리다는 1.5년 줄어드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기간이었던 2021~2022년 1년 사이 플로리다의 인구는 1.9% 증가하며 미국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현지 언론이 부동산 중개업체 ‘릴레이티드(Related)ISG’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뉴욕에서 이주한 사람이 특히 많았다.

민주당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가 재직했던 뉴욕은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가장 빨랐고 봉쇄도 미국에서 가장 엄밀한 지역이었다. 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이었던 쿠오모 주지사는 2021년 성추행 폭로로 주지사직을 사퇴했다.

자료사진: 미국 아이오와주의 한 옥수수 농장에 트랙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Mark Hirsch/Getty Images

중국 공산당의 침투에 맞서 강력한 대응

드산티스는 지난 8일 중국 공산당의 침투를 차단하기 위한 3건의 법안에 서명했다.

이 중 언론을 통해 “중국인의 부동산 구매를 금지했다”고 알려진 법안은 ‘외국 이익 법안'(SB264)으로, 핵심은 중국 공산당과 당 조직 및 정부기관, 그 대리인의 부동산 구매 및 소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이 법안은 공산주의 중국에 주소를 두고 있으면서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사람의 플로리다 부동산 구매를 금지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정권과 무관한 중국인을 내세워 플로리다 토지를 구매하고 그 배후에서 통제력을 발휘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법안은 또한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쿠바, 베네수엘라(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시리아를 ‘우려국’으로 지정하고 우려국 국적자의 플로리다 군사시설, 공항, 항구, 상하수 시설, 천연가스·석유시설, 발전소, 우주선 기지, 통신 교환국 등 주요 인프라 16km 이내 부동산 구매를 금지했다.

드산티스는 법안 서명식 때 ‘중국(China)’ 대신 명확하게 ‘중국 공산당(Chinese Communist Party)’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우리는 중국 공산당의 야망과 영향력을 물리치기 위해 이 나라에서 단합된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우리의 경제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로 말했다.

그가 서명한 다른 법안 2건도 모두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내용이다.

하나는 주 정부나 학교의 서버 및 장비에서 틱톡, 위챗 등 안보를 위협하는 외국 정부의 앱 설치와 접근을 금지하고, 주 정부에서 금지된 응용 프로그램을 원격으로 지울 수 있도록 했다. 중국 공산당과 관련된 단체가 소유한 서버에 민감한 데이터 저장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았다.

다른 법안은 주립 대학 및 교직원이 중국 등 우려국으로부터 선물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협약 체결도 금지했다. 중국 공산당 소속 대학기관들이 사소한 선물을 제공하며 플로리다 대학 인사들에게 접근하거나 ‘우호 협력’ 등을 이유로 침투하지 못하게 원천 차단한 것이다.

이를 두고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보수 표심을 끌어당기려는 정치 행보라는 분석도 제기되지만, 중국의 스파이 풍선 사건 이후 미국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침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드산티스는 7월 1일부터 발효되는 이 법안들에 대해 “우리 주에 중국 공산당이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DGs, ESG에 반기…“경제 논리 아닌 이념적 시도”

드산티스는 글로벌 좌파 엘리트 집단이 주도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도 명확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에는 ESG 관련 투자활동을 제한하는 ‘반(反)ESG법’에 서명해 주정부 기관이 채권을 발행하거나 투자할 때 ESG 요소를 고려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 법안은 모든 투자 결정 시 재무적 요인을 주로 고려해야 하며 ESG 같은 비재무적 요인을 위해 투자 수익을 희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기금 투자가 높은 수익을 목표로 해야 하며, 이념을 위해 투자자와 기금 생활자들의 이익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드산티스는 법안을 서명하면서 “(ESG는) 엘리트들이 사업 및 금융기관을 통해 우리 경제에 이념를 확산시키려는 시도”라며 “ESG를 중시한 투자는 수혜자들의 경제적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SG 경영에 대해서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머스크는 전기차 기업임에도 다수의 평가에서 테슬라의 EGS 평가가 바닥 수준이라는 블룸버그 보도에 반발해 “EGS는 사기”라고 말한 바 있다.

ESG 평가에는 인종차별,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 여성 임원 비율, 사회적 약자 채용 등의 항목이 포함됐다. 테슬라는 환경(E)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사회(S)와 지배구조(G) 분야에서 지적을 받아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ESG가 변질된 좌파 이념으로 비판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반ESG 공감대 등을 바탕으로 드산티스는 머스크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출마 선언 역시 트위터의 음성 대화 플랫폼인 ‘트위터 스페이스’를 통해 머스크와 대담 형식으로 발표했다. 경쟁자들이 오프라인 출마 행사를 가졌던 것과 차별화를 꾀한 셈이다.

학교서 좌파이념 확산 차단, ‘공산주의 폭정’ 교육

드산티스는 17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화학적 성전환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미성년자에게 사춘기 차단제를 투여하거나 호르몬 요법을 받도록 해 화학적으로 거세하는 것을 위법으로 규정하고, 이런 약물이나 수술을 제공하는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도록 했다.

드산티스 주지사를 비롯해 공화당 인사들은 학교나 교사가 저학년 교실에서 성정체성 토론을 유도해 아이들 스스로 성전환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간섭이자 좌파 이념 주입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작년 3월 플로리다 의회는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들에게 ‘성별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는 성정체성 및 성적 지향 교육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드산티스 역시 같은 달 말 법안에 서명했다.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좌파 활동가, LGBT 운동가들은 이 법안을 ‘게이라고 말하지 마(Don’t Say Gay)’라고 이름 붙였으나, 법안의 정식 명칭은 ‘학부모 교육권리법'(Parental Rights in Education Act)이다. ‘사람들을 입막음하는 악법’ 대 ‘학부모 권리’라는 프레임 싸움이 걸린 것이다.

당시 드산티스는 성명에서 법안 통과와 서명에 대해 “부모의 권리를 위한 승리라고 생각한다”며 교실이 5세 미만 아이들에게 성징(性徵)을 부여하려는 행위에 이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화학적 성전환 금지법은 이러한 조치를 한 단계 확대한 것이다. 드산티스는 “미성년자를 불구로 만드는 행위를 영구적으로 비합법화하는 것”이라고 법안 취지를 강조했다. 어른들이 성정체성 이념으로 아이들에게 훗날 되돌릴 수 없거나 되돌리기 힘든 선택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드산티스는 또한 공산주의의 위험성을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한 법안에도 서명했다.

작년 5월 그는 매년 11월 7일을 ‘공산주의 희생자 추모일’로 지정하고 플로리다의 모든 공립학교에서 중국과 구소련 등지에서 발생한 대량 학살과 기근, 박해에 대해 학생에게 교육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는 서명식에서 “모든 플로리다 사람들, 특히 우리 학생들에게 공산주의의 폐해와 그 정권을 이끌어온 독재자들, 그리고 이 불명예스러운 이념에 억눌려 고통받는 수억 명의 사람들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법안 취지를 밝혔다.

이 법안에 따라 플로리다의 모든 공립학교는 2023~2024 학년도부터 매년 공산주의 폐해에 대해 최소 45분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플로리다는 공산주의 폭정에서 탈출한 쿠바 출신 난민 수천 명이 정착한 곳이기도 하다. 직접 공산주의의 폐해를 경험한 이들과 그 후손은 플로리다에서 강력한 반공 목소리를 내고 있다.

PC주의 매몰된 디즈니와의 ‘문화 전쟁’

드산티스는 PC주의 행보를 가속화하는 디즈니에 대한 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기업은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아닌 이상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정책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학부모 교육권리법’ 제정을 계기로 디즈니는 드산티스에 반대 의사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이에 공화당이 주도하는 주의회는 현재 특별행정지구로 지정된 올랜도의 디즈니월드 일대를 감독할 행정권한을 사실상 주지사에게 넘겨주는 결정을 내렸다. 지금까지는 이 권한이 디즈니 측에 의해 임명된 5명의 이사회에 있었는데, 앞으로는 주지사가 5명을 지명할 수 있게 된다.

디즈니는 최근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자사 콘텐츠에 LGBT, 인종적 다양성 개념을 끼워넣으며 ‘워크(woke)이념’ 확산에 힘을 써왔다.

워크는 ‘사회 정의에 깨어나다’는 의미이지만, 새로운 가치관을 온건하게 제시하는 대신 기존 가치관을 부인하고 파괴하는 급진적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디즈니는 지난 2021년 중반부터 놀이공원에서 ‘신사 숙녀(Ladies and Gentlemen)’, ‘소년 소녀(Boys and Girls)’ 등의 인사말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성별 구별을 고착화한다는 이유에서다. 그 대신 ‘모든 연령대의 몽상가 여러분(dreamers)’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작년 3월 말 유출된 내부회의 영상에서도 이러한 방침이 확인됐다. 디즈니 사장인 커레이 버크는 앞으로 제작할 작품 주인공 절반 이상을 성적, 인종적 다양성 캐릭터로 채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캐릭터를 창작해 팬들을 설득하는 대신, 기존 캐릭터를 깎아내리거나 과거 팬들의 사랑을 받던 캐릭터를 허물고 바꿔치기하는 식으로 흐른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드산티스는 “워크 이념을 우리 주에 밀어붙이면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겠다”며 좌파의 워크이념은 미국을 붕괴로 이끌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