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으로 몰래 도주한 텍사스 민주당 의원들 “8월까지 체류”

2021년 07월 17일 오후 7:57 업데이트: 2021년 07월 18일 오전 10:01

미국 텍사스 공화당이 추진하는 ‘투표법 개정안’에 반발해 다른 지역으로 도주한 민주당 하원의원들의 도피 행각이 닷새째 접어들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각) 론 레이놀즈 텍사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월요일에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연방의회 상원 민주당 의원들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레이놀즈 의원 등은 상원 의원들을 만나 현재 텍사스 민주당이 벌이고 있는 의회 등원 거부 투쟁에 대해 지지를 호소하고 구체적인 협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텍사스 주의회에서는 특별회기(임시회기)가 진행 중이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특별회기가 끝나는 8월까지 워싱턴DC에 머문다는 계획이다.

앞서 12일 민주당 의원들 67명 중 최소 51명은 텍사스 주도(州都) 오스틴을 빠져나와 비행기로 3시간 떨어진 워싱턴DC로 도주했다. 정족수 미달로 회의 자체를 무산시키기 위해서다.

텍사스 공화당은 주의회 하원 전체 150석 중 83석으로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법안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표결을 개최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100명) 이상이 출석해야 한다.

민주당은 “소수당으로서 표결을 저지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며 텍사스 주민들의 투표권을 지키기 위한 고심 끝 결단이라는 입장이다.

공화당은 이를 ‘선 넘은’ 투쟁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텍사스 주(州)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회의에 불출석하거나 회기 중 주 경계선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 이탈한 의원은 체포될 수 있다.

그레그 애벗 주지사는 12일 이 법을 인용해 도망간 의원들의 복귀를 촉구하면서 불응 시 체포될 수 있다고 밝혔고, 다음 날인 13일에는 하원이 ‘무단 불출석 의원 체포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민주당 의원들의 복귀를 재촉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공화당 소속인 데이드 펠런 하원의장은 15일 성명을 내고 “전세기편을 마련하겠다. 돌아오라”고 재차 촉구했다.

펠런 의장은 코로나19 구제 지원금 등 처리해야 할 민생 법안이 밀린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워싱턴 정가 고위층을 만나며 정치 투쟁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현재 텍사스 민주당 의원들은 워싱턴 정가 인물들과 만나며 텍사스의 ‘투표법 개정안’ 저지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텍사스 ‘투표법 개정안’은 24시간 투표소와 드라이브 스루 투표소를 폐지하고, 우편투표를 규제하며, 거리 투표함(드롭박스) 예산을 축소하며 유권자 본인 확인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담고 있다.

공화당은 선거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치러진 작년 11월 대선 이후 선거 신뢰성에 관한 의혹이 다수 제기됐다.

애리조나 등 최소 14개 주에서는 의혹의 중심이 된 우편투표를 좀 더 까다롭게 하고 유권자 본인 확인을 더 강화하는 방향의 선거법 개혁을 추진하게 됐다.

민주당은 이를 투표 편의성을 떨어뜨리고 유권자들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악법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지난 1월 미 연방 대법원은 애리조나주의 선거법 개혁안에 대해 “단순한 불편함”이라며 투표의 기회를 해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하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