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실상 폭로한 中 시민기자, 옥살이 끝났지만 감시·통제 지속

정향매
2023년 05월 3일 오전 10:46 업데이트: 2023년 05월 3일 오후 6:31

코로나19 초기 확산 시,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확산 실태를 외부에 폭로한 시민기자 팡빈(方斌)이 3년 수감 생활을 마치고 풀려났다. 하지만 그는 갈 곳을 잃었다. 

팡빈은 지난 2020년 2월 우한 제5병원에서 시신이 포대에 담겨 실려 나가는 모습 등 참상을 담은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게시했다. 이후 그는 공안(경찰) 당국에 체포돼 비밀리에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고, 올해 4월 30일 형기 만료로 출소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독일의 소리(DW), 에포크타임스 중문판 등은 5월 1일(이하 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팡빈이 출소 하루 만에 빈털터리 신세로 우한의 길거리를 헤매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팡빈은 출소했지만 여전히 공안 당국의 감시와 통제를 받고 있다. 

4월 30일, 우한시 공안국은 이날 출소한 팡빈을 베이징으로 보냈다. 다만 베이징에 거주하는 팡빈의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지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베이징 공안국은 당일 밤 고속 열차로 팡빈을 우한으로 되돌려 보냈다. 우한에 거주하는 팡빈의 누나도 함께 지내는 것을 거절했다. 

한 소식통은 에포크타임스 중문판에 “우한시 공안국과 베이징시 공안국은 모두 팡빈이 자신들의 관할구역에 머무는 것을 꺼린다. 우한시 공안국 국보(國保·보안경찰)와 정법위(정치법률위원회)는 밤새 긴급회의를 소집해 팡빈을 내쫓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팡빈의 가족들은 현지 공안의 위협이 두려워서 누구도 그와 함께 지내려고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팡빈은 경제적 어려움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운영하던 의류 회사 생산 제품과 재산은 모두 사라지고 창고 사용권도 당국에 넘어갔다. 

또 다른 소식통에 의하면 우한시에는 팡빈을 걱정하는 사람이 다수 있지만 이들조차 감시받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선뜻 나서서 팡빈을 돕지 못하는 형편이다. 소식통은 “공안 당국이 팡빈을 미끼로 삼아 그의 안위를 걱정하는 시민들을 유인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4월 23일 인터넷에는 ‘기밀(機密)’ ‘장기(長期)’라고 등급 표기된 중국 공산당 고위층 기밀문건과 팡빈 안건 2심 판결문이 유출됐다. 유출된 문건에 의하면 팡빈의 안건은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법률위원회(정법위)가 배후에서 조종했으며 천이신(陳一新) 국가안전부장이 주도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 정법위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더불어 당과 정부의 감찰 부문을 지휘하고 중앙군사위원회와 함께 인민무장경찰을 지휘하는 부처다. 중국 내에서 국무원 사법부장이나 최고인민법원 원장 등을 통솔하는 사법 부문 정점에 서 있다.

중국 인권 사이트 ‘유권망(維權網)’은 유출된 기밀문건에 대해 “중국에서 법원은 장식품일 뿐이고, 이른바 ‘의법치국(依法治國·법에 의한 통치)’이라는 구호도 웃음거리에 불과하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