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연구소 ‘박쥐 바이러스’ 전문가 스정리 해외도피설, 왜 나왔나

한동훈
2020년 05월 8일 오후 6:44 업데이트: 2021년 05월 16일 오후 1:15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연구를 주도한 스정리(石正麗·56) 연구원이 해외도피설에 휘말렸다.

도피설은 스정리 연구원이 수백여 건의 연구소 기밀문서를 지니고 가족과 함께 중국을 탈출, 유럽으로 건너가 주프랑스 미국 대사관에 보호를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지난 2일 프랑스 공영라디오 RFI는 “스정리가 자신의 위챗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며 중공 관영 환구시보가 해당 계정이 스정리 본인 소유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아직 스정리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고 있어 의혹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녀가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스정리의 해외도피설은 왜 제기됐을까.

그녀의 도피설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의 고위급 과학자가 유럽으로 탈출해 프랑스에 입국, 현지 미국 대사관에 보호를 요청했다는 설이 퍼지면서 촉발됐다.

스정리는 중국에서 박쥐 관련 바이러스의 권위자다. 그녀는 우한대를 졸업하고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이후 귀국해 바이러스 연구에 전념해왔다. 이러한 인연으로 프랑스에 연줄이 있는 그녀가 도피설의 주인공으로 지목된 것이다.

중공 바이러스(우한폐렴) 발원지에 대한 논란도 스정리 도피설이 불을 지폈다.

중국 당국은 사태 초기 발원지로 우한시 화난수산시장을 지목했고, 박쥐 등 야생동물이 시장에서 거래됐다고 했다.

따라서 시장 부근에 위치한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박쥐를 다루는 스정리 박사로 시선이 향했다. 다만, 후속 조사를 통해 해당 시장에서는 박쥐가 거래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현재 스정리 도피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에 머물고 있는 중국 부동산 재벌 궈원귀(郭文貴)는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누군가 해외로 도피한 것은 맞지만, 스정리가 아니라 더 고위급 과학자라고 주장했다.

궈원귀는 고위급 과학자가 미국 정부에 이미 대량의 연구소 기밀문서를 넘겼다고도 말했다.

중공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 사태 속에서 바이러스의 발원지를 둘러싼 논란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뛰어넘어 서방사회와 공산주의 중국 간 대결로 확전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이것(중공 바이러스)이 중국 우한의 연구소에서 유래됐다는 증거를 봤다”며 중공 정권의 책임 회피에 제동을 걸었다.

이달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링크), 지난달 24일 미국 교육부는 텍사스 주립대에 중국 연구소와 대학 등 수십 개 기관과 맺은 기부 계약이나 개별접촉 기록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중공 바이러스 유래에 대해 중국에만 제한을 두지 않고 자국을 포함해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궈원귀는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우한 연구소에 미국과 영국이 자금을 대줬고, 미국 전문가들도 찾아가서 연구에 참여했다”며 “지난 2012년 중공의 한 비밀 정보원이 찾아와 (우한 연구소에) 투자하겠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정보원이 조만간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벌이면 최소의 비용으로 미국을 타격하는 방식이 생화학전이라고 하길래 나는 완곡하게 거절했다”며 “이후 그 정보원은 미국과 영국에서 자금을 투자받아서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궈원귀는 해당 정보원에 대해 “현재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됐다”면서도 실명을 밝히기는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