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기부 이끌던 FTX 파산…민주당과 ‘커넥션’ 의혹 무성

앤드루 쏜브룩
2022년 11월 16일 오후 12:50 업데이트: 2022년 11월 16일 오후 12:50

파산을 신청한 가상화폐 거래소 FTX와 민주당,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관계에 대한 무성한 추측이 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FTX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자며 개설한 암호화폐 기부 모금 플랫폼 ‘에이드 포 우크라이나(Aid for Ukraine)’이다.

FTX가 주도한 ‘에이드 포 우크라이나’에는 우크라이나 디지털전환부와 우크라이나 거래소 쿠나(Kuna)가 참여했으며, 블록체인 서비스 기업 에버스테이크(Everstake)도 가세했다.

우크라이나는 이 플랫폼을 통해 기부받은 암호화폐를 자국 중앙은행에 예치하기 위해 화폐로 환전했는데, 지난달까지 6천만 달러(약 795억원)가 모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FTX 설립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함에 따라 FTX는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지원을 제공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결제수단을 제공하고 암호화폐 기부금을 달러화로 쉽게 전환할 수 있게끔 설정함으로써 이를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에서 관리하며 곧바로 원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쓸 수 있도록 돕겠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FTX의 협력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8억 달러(약 1조400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발표했다. 이로써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우크라이나에 총 20억 달러(약 2조4690억원)에 달하는 지원을 하게 됐다.

종합적으로 미국은 우크라이나 원조 금액으로 600억 달러(약 85조원)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FTX 최고경영자(CEO) 샘 뱅크먼-프리드가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2022.2.9 | Saul Loeb/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뱅크먼-프리드, 민주당에 ‘통큰’ 기부

뱅크먼-프리드는 2021~2022년 민주당에 총 3980만 달러(약 527억원)를 기부, 개인 후원자 중 두 번째로 많은 정치자금을 기부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는 1억2800만 달러(약 1745억원)를 기부한 조지 소로스의 뒤를 잇는 액수다.

뱅크먼-프리드는 버몬트와 뉴저지의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활동위원회(PAC)에 가장 많은 기부금을 후원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상원 선거운동위원회, 선거운동위원회에 각각 85만5천달러, 6만6500달러, 25만 달러를 기부했다.

그는 오는 2024년 대선 때 민주당에 10억 달러(약 1조3234억원)를 기부할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백악관을 여러 차례 드나들었다는 점이 사실로 확인됐다.

백악관 방문기록에 따르면 뱅크먼은 지난 4월 22일, 5월 12일에 스티브 리제티 백악관 정책 고문을 만났고 5월 13일에는 또 다른 백악관 정책 고문인 샬롯 부타시와 회담했다.

이 회담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을 역임한 마크 웨첸도 배석했다. 웨천은 현재 FTX 임원으로 정책과 규제 전략 책임자를 맡고 있다.

백악관 방문기록에는 프리드-뱅크먼의 동생인 게이브가 3월 7일, 5월 13일에 백악관을 방문한 것으로 적혀 있었다.

과거 미 의회 직원으로 근무한 기록이 있는 게이브는 비영리 단체 ‘전염병 예방 위원회(Guarding Against Pandemics)’를 창립하고 해당 단체 이사로 재직 중이다.

뱅크먼은 그간 자신이 직접 정부 정책 결정에 관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 왔다. ‘2022 디지털 상품 소비자 보호법’이 이에 해당한다.

이 법안은 지난 8월 데비 스태버나우 상원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감독 권한을 상품선물거래위에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위원회 위원 출신이 현재 FTX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매우 공교로운 일이다.

또한 뱅크먼-프리드는 스태버나우 의원과도 정치적 후원 관계를 맺고 있다. 스태버나우 상원의원이 속한 미시간주는 이번 중간선거 때 상원선거를 치렀고 스태버나우 의원은 재선에 성공했는데, 뱅크먼-프리드는 그녀의 선거 캠프에도 기부금을 냈다.

이 같은 FTX, 뱅크먼-프리드, 민주당, 우크라이나 사이에 뭔가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테슬라 창업주이자 트위터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FTX가 민주당의 돈세탁에 이용되고 있었다고 보냐”고 묻자 머스크는 “물어볼 가치가 있는 질문”이라고 답했다.

머스크는 FTX 파산 신청 소식이 전해진 후 지난 12일 트위터의 실시간 채팅을 통해 뱅크먼-프리드를 잠깐 만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가  위터 거래에 거액을 투자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나봤지만 “헛소리하는 녀석”이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데비 스태버나우 민주당 상원의원 | AP/연합뉴스

부패인가, 무능인가

익명을 요구한 한 암호화폐 전문가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뱅크먼-프리드와 민주당 사이 의혹은 그다지 신빙성이 없다고 평했다.

이 전문가는 “뱅크먼-프리드가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이자 최대 기부자이긴 했으나 FTX의 몰락은 경험이 부족한 20대 CEO의 잘못된 경영 방식과 의사 결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잘못된 경영 외에 FTX 파산의 또 다른 요인으로는 자산의 불확실성이 꼽힌다.

FTX의 자산은 유동성이 큰 암호화폐다. 암호화폐 가치는 2022년 들어 급격히 폭락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입수한 FTX 대차대조표를 분석한 결과, 특히 FTX 자산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낙선을 예상하는 조크 커런시인 ‘트럼프루즈(TRUMPLOSE)’, FTX의 자체 발행 화폐인 FTT 등 신뢰할 수 없는 토큰으로 구성됐다.

조크 커런시(joke currency)는 장난삼아 만든 암호화폐란 뜻으로 ‘조크 코인(joke coin)’으로도 불린다. 도지코인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몇 달간 FTX는 암호화폐 약세장 상황에서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자산을 인수하며 오히려 몸집을 불려 왔다. 일례로 올해 상반기 뱅크먼은 미국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의 지분을 7.6% 취득했다.

이와 관련 뱅크먼-프리드는 “시장을 안정화하고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거래를 할 용의가 있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로빈후드를 인수한 이후 가치는 5% 넘게 폭락하는 등 불운이 겹치기도 했다.

FTX발 위기 확산으로 또 다른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게이트아이오와 크립토닷컴의 귀추도 주목된다.

지난달 크립토닷컴은 자체 계좌에서 이더리움 32만 개를 게이트아이소로 송금했다. 이는 4억 달러(약 5400억원)에 달하는 값어치다. 이후 크립토닷컴은 실수로 잘못 송금됐으며 모두 회수했다고 밝혔다.

크립토닷컴의 크리스 마잘렉 CEO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우리 회사는 무책임한 대출 관행에 관여하거나 제3자 위험을 감수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FTX발 위기 확산으로 불거진 부실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이렇듯 FTX발 위기가 각종 기업, 심지어 연금과 국부펀드에까지 광범위한 수준으로 막대한 손실을 끼친 가운데, 에포크타임스는 FTX와의 접촉을 시도했으나 FTX는 논평 요청에 회신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