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러시아군, 민간인 학살” 주장…러시아는 즉각 부인

한동훈
2022년 04월 4일 오후 7:16 업데이트: 2022년 04월 4일 오후 7:16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도시 부차에서 집단 매장된 민간인 시신이 잇달아 발견된 것과 관련, 우크라이나 관리들이 러시아군이 벌인 학살 증거라고 주장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3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부차 대학살은 우크라이나인에 대한 러시아의 증오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이 본 어떤 것보다도 크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부차에서 발견된 민간인 시신 사진을 게재했다.

쿨레바 장관은 “이를 멈추는 유일한 방법은 가능한 한 빨리 러시아인들을 우크라이나에서 몰아내는 것”이라며 탱크, 전투기, 대공 방어용 무기를 제공해달라고 서방 각국에 촉구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측의 주장을 부인했다. 이날 러시아 관영매체는 국방부 발언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공개한 모든 사진과 영상들은 러시아 군인들이 부차 지역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며 “이는 또 다른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관영매체는 또한 “공개된 사진 속 시신들은 (사망 후) 4일이 지난 것이지만, 사후경직이 없고 시신의 특징 중 하나인 반점이 없다. 상처 부위에서는 선혈이 흐른다”며 우크라이나가 꾸며낸 가짜뉴스라고 지적했다.

에포크타임스는 사진의 진위와 러시아측 주장을 독자적으로 검증하지 못했다.

부차 시장은 현장에 있던 로이터통신 기자들에게 천으로 묶인 시신 2구를 보여줬으며, 지난 한 달간 부차 지역을 통제한 체첸 군인들에게 학살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로이터 통신은 “한 시체가 흰 천으로 손을 묶인 채 입에 총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부차 시장의 주장을 즉각 검증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러시아 지도부는 우크라이나 내 일부 민족주의 파벌들이 전쟁 기간, 범죄를 저지르고 있으며 러시아 포로를 고문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또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민간 시설을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전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러시아가 실제로 민간인 학살을 벌이고 있는지, 우크라이나 측이 꾸며낸 가짜뉴스인지 아니면 우크라이나 내 일부 민족주의 세력의 범죄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민간인 학살에 대한 의혹은 유럽 내 대러시아 강경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찰스 찰스 미셸 유럽평의회 의장은 트위터에 “러시아군이 키이우 지역에서 벌인 잔혹행위를 담은 사진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이를 추적하기 위해 필요한 증거를 수집하려는 노력이 국제법정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셸 의장은 “EU의 추가 제재와 지원이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어떤 종류의 제재가 준비되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한편,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지난 2일 부차를 포함한 키이우 주변 지역을 우크라이나군이 완전히 장악했으며, 지난 2월 전쟁 개시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군은 키이우와 체르니히프에서 병력을 철수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